-2025년을 떠나보내며
많은 시간, 감사보다는 불평이 많았다. 엄밀하게 말하면 불평보다는 원망이라는 말이 더 맞을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을 돌아볼 때 내가 이렇게 힘든 건 내 탓이 아니라 다른 사람 탓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선택한 인생인데 말이다. 내가 선택하지 않았다고 부정한 것이다. 특히 남편 탓을 많이 했다. 시골에서 살아보자고 말한 건 나지만 여기 이곳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근사한 시골을 생각했던 건 아닌지... 특별히 ebs 건축탐구 집을 보면 다른 열망이 올라와 지금의 삶을 감사로 여기지 못할 때가 많다.
2025년을 돌아본다. 나에겐 역사적인 해라고 말할 수 있다. 대학 때 이미 문예창작을 전공해서 글 쓰기를 열망만 했지 육아와 이런저런 핑계로 글을 쓰지 않고 살았다. 박완서 작가도 40에 등단하지 않았느냐며 미루다가 50이 넘어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왜 이렇게 늦게 시작했느냐고 자바카라하기도 했지만 이제라도 다시 시작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시골에 살기 때문에 같이 합평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기도 쉽지 않았고, 따로 글쓰기를 배울 만한 곳을 찾기도 어려웠다. 그러던 중 사이버대학을 알게 되었다. 평소 EBS 라디오 북카페에서 듣던 김상혁 선생님이 가르치는 대학을 찾고는 얼마나 기뻤던지.. .나보다 젊은 교수들이 대부분이지만 젊은 분들이기에 에너지가 많을 것 같았다.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던 수업이었다. 시창작 수업은 어렵기도 했지만 재미있었다. 막연하게 생각하던 시가 쉽지 않았다. 그동안 거의 현대시인들의 시를 읽지 않은 나로서는 30년이 넘는 시간을 메꾸기에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한지도 모른다. 이제야 조금 시를 알 것 같다. 시창작 수업뿐 아니라 시집을 읽고 리뷰를 쓰는 동아리인 시나브로도 가입하여 여러 젊은 시인들의 시를 읽어보고, 세작교 창작클래스인 시그날 수업도 들어보면서 이제야 시가 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하지만 아직도 시가 뭐라고 확실하게는 말하지 못하겠다.
시 외에도 내 인생에 대해, 나에 대해 돌아볼 수 있는 글쓰기 수업들이 좋았다. 나 스스로 치유되는 느낌이랄까. 오로지 전공수업만 들었는데 글쓰기의 세계가 넓었다. 아직 웹소설이나 그림바카라, 동화 같은 수업은 접하지 않았지만 여러 창작의 세계에 들어가 보고 싶다.
또한 올해 마을 할머니들과 함께한 이야기 그림바카라 수업 또한 나에게 큰 의미가 있었던 시간이었다.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들을 시간이 없었는데 이 시간을 통해 할머니들의 옛날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분들을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 그분들의 이야기를 묶어 바카라으로 출간할 수 있었던 것도 너무 감사하다.
여전히 게으르고 농사의 농자도 잘 모르는 시골러이지만 이곳에서 알아가고, 깨닫는 것들은 많다. 내 소중한 시간들이었다. 모쪼록 새해엔 원망의 굴레에서 벗어나 감사와 즐거운 일상을 누릴 수 있길 소망해 본다.
잘 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