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번져도 괜찮아 ⑩
제 계절을 기다리는 아들딸 청년들에게,
친구 같은 아버지가 건네는 인생 편지 79편 중에서.
모란시장, 버거우면 가 보렴.

아들아, 딸아,
어제는 모란시장 근처로
집을 사겠다는 고객이 있어 임장활동을 다녀왔다.
매물로 나온 빌라가 바로 장터 옆이더구나.
그 고객도 한때는
꽤 잘 나가던 사람이었단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빨랫줄 엉키듯 인생이 꼬여 버렸다고 하더구나.
살림을 줄여 더 작은 집으로 옮기려 한다는데
그 마음이 얼마나 쓰리겠느냐.
마침 출출하다기에 시장 한켠
돼지껍데기 집에 들어가 소주 한잔을 나누었단다.
잘 나가던 시절 이야기를 하다가
술기운이 오르자
그 사람은 말없이 술잔만 만지작거리더구나.
그리곤
어느 순간부터는 자꾸 한숨만 쉬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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