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는 저를 알려고 하지 마시고 몸 벗기지 마세요 눈 속으로 흘러 들어갈 것이 없으니 머리를 들어 오래도록 지켜볼 것도 없습니다
나는 법을 잊어버린 사람이 비 젖은 발걸음 소리로 돌아오던 날 밤, 성 바울의 고백처럼 무릎을 꿇고 머릴 조아립니다 오동나무가 죽어갈 때 남긴 말에 대해 깊이 묵상을 합니다
태내에 두고 온 최초의 심장 그 안 울혈에 갇혀 재처럼 하얗게 벗은 몸입니다 떠나간 적이 없으므로 돌아 올 곳 또한 없어 어느 먼 벌판에서 죽은 어미 새 유언을 합니다
적멸이 환해지는 쪽으로 커피 한 잔 올려놓았습니다 이 밤도 심장에 고인 울혈의 살비듬을 떨어낼 뿐입니다 구천을 모르고 산 죄 이미 죽어 사람이 아니어야 한다면 죽은 새처럼 옷을 벗고 세상의 조롱거리가 되겠습니다 그대와 함께 늙기로 진화한 건 최근의 일입니다
그러니 저를 알려고도 하지 마시고 몸 벗기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