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에 보내는 고백
9월 얘야 이젠 정말 죽고 싶구나 아흔여섯 할아버지 말에 내 입술이 닫힌다
할아버지 입이 더는 열리지 않는다
5월 연등을 만들어 주고 낙도에 간 그가
연탄가스 마신 눈동자로 내 꺼진 촛불에 자꾸 불을 붙인다
11월 함께 자란 메리가 쥐약 먹고 마루 밑으로 들어갔다
으르렁거리는 어둠을 할퀴는 두 눈에서 스파크가 일 때마다 저릿저릿 내 몸을 감아 오르는 새파란 불꽃
8월 어머니가 내 심장 속으로 쿵쾅쿵쾅 들어왔다 나간다
심장이 뛰는 첫소리와 마지막 소리는 누가 들을까
10월 거구이던 외삼촌이 검은 나뭇가지 몸의 올빼미 눈으로 일곱 살 나를 바라보던 눈동자가 밤마다 푸드덕거린다
12월 숨 쉬세요 아버지 울며 잡고 있는 움직임 없는 손에서 온기가 느껴지지 않아 그만 손을 놓아버린
모두 별이 되겠지만 별이 뜨면 너를 그렇게라도 만난다니 지붕 위에서 밤을 채비하는 은수자의 행간이여 부디 가슴속에 하나둘 새겨지는 별을 너 없는 여기까지
지금은 몇 월인가 기침이 멎고
내 몸은 길고 긴 고백을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