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찾아 삼만리

by푸른 잎사귀

며칠 전 오픈한 돗가비에 주꾸미를 먹으러 갔다. 퇴근시간이라 그런지 사람들로 북적였다. 주꾸미나 낙지 요리는 매콤해야 맛있기에 남편은 아주 매운맛 나는 매운맛으로 시켰다. 원래 나는 보통맛이나 순한 맛을 즐기는데 텃밭을 하며 청양고추맛에 조금씩 길들여져서 인지 남편과 나는 평소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를 하여 매운맛을 선택하였다. 이런 선택의 이면에는 스트레스가 작용했으리라 본다. 집안 일과 온라인 게임 일로 생기는 다양한 스트레스는 먹는 것으로 풀게 되는 것 같다.


불맛 가득한 주꾸미를 먹고 나서 둘 다 한 목소리로 말했다. 다음엔 너무 매운 건 먹지 않는 게 좋겠어. 크크 역시 한 단계 업그레이드는 쉽지 않았다. 속이 조금 쓰리는 것 같았다.


집으로 향하다가 페르세우스 작가님이 쓰셨던 글 속에 등장하는 민음사빵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딱히 집에 가도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남편에게 민음사빵 이야기를 했더니 그런 빵이 있냐며 못 믿는 눈치였다.

나는 내 말을 증명해야겠다는 사명감에 불타기 시작했다. 그래서 동네 GS편의점을 순방하자고 하였다.


제일 처음 찾아간 곳은 평소 아이스크림을 사러 자주 이용하였던 곳이었다. 남편이 차를 주차하는 동안 나는 내려서 편의점 문을 벌컥 열고는


민음사 빵 있어요? 하였는데, 이십 대의 긴 생머리 여자 아르바이트생이

네? 민음사빵이요? 한다.


그래서 직접 매대에 가서 빵을 쭉 훑어보는데 한 개가 눈에 띄었다.


계산을 하러 가져가면서

이게 민음사빵인데 요즘 이게 유행이래요. 하며 페르세우스 작가님 글을 통해 알게 된 정보를 이야기해 주자


아... 아까 어떤 분도 이 빵을 사가시더라고요 하기에


저도 오늘 알았어요. 물건 들어오는 시간이 오후 9시라고 들었는데 오전엔 9시예요 8시예요? 하니까


저는 오후알바라 오전은 몰라요 한다.


계산하고 나오며 경쟁자 한 명 내가 만들었네 하며 피식 웃었다.


그리고 자랑스럽게 전리품을 흔들며 보여주자

놀란 눈이 되어 어? 진짜 있네라고 하더니

이번엔 나보다 더 신이 나서 다른 곳도 가보잖다.


그래서 또 찾아간 곳에서는 바로 빵매대로 향했다. 여러 번 훑어봤는데 없기에 아르바이트생에게

민음사빵 있어요? 하니까

네? 민음사빵이요? 한다.

순진무구한 그 청년의 얼굴을 보며

나는 가만히 나왔다. 시간이 벌써 8시 40분이었기에 괜히 마음이 촉박했다.


빈손으로 나온 나를 보자 남편은 오기가 생긴 듯

한 군데만 더 가보지고 하였다. 그래서 또 다른 곳으로 차를 몰았다.


거기서는 내 두 눈에 두 개 남아있는 빵을 보았다. 계산을 하려고 계산대에 가니 아까부터 키 크고 젊은 여자 둘이 담배를 사려고 점주랑 실랑이를 벌이는 게 보인다. 점주는 계속 신분증을 보여달라 하고 여자들은 계속 딴소리를 하면서 키 큰 여자가 키 작은 애가 자기 친구라며 신분증은 안 갖고 왔다면서 담배를 달라고 때아닌 때를 쓰며 점주를 꼴아보고 빈정거리는 말투로 건들거리며 말한다.


점주의 단호함을 알았는지 끝내 살 수 없음을 알고는 젊은 여자 둘이 욕 비슷한 소리를 하고는 나간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자 편의점 사장님이 상기된 얼굴로 한마디 한다.


보셨죠?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거짓말을 하고 어른에게 하는 말투와 행동 보셨죠?라고 한다.

지금 내가 본 상황과 비슷한 경우가 얼마나 많을까 싶다. 요즘 십 대들 이 무섭다는 생각도 들고 늦은 시간에는 여자 아르바이트생을 쓰거나 하는 것은 조심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계산을 하는 짧은 시간에 마음 다해 공감을 해주고 조용히 계산을 마쳤다.

아까는 몰랐는데 2개를 사서 그랬는지 빵값이 생각보다 비쌌다.


두 개를 들고 나오자 남편 눈이 동그래진다.

그걸 보며 나는 신나서 웃었다.

이제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남았다. 빨리 가서 뜯어보고 싶은 욕구에 들떴다.


오디세우스가 이타카로 향하듯 이제는 사이렌의 주변 소음도 들리지 않았다.


집에 도착하여 인증숏을 찍고 빵봉지를 뜯었다. 생각보다 빵이 작았다. 어릴 적 국진이빵, 커서는 포켓못빵이 생각났다. 뭐 하나라도 넣어주면 사고 싶어 하는 심리~~ 그 상술에 넘어간 거지만 기분이 그리 나쁘진 않다. 우리 집에 있는 민음사바카라을 찾아보는 재미 같은 감정이 생기면서 바카라에 대한 관심이 생겨났다.


내가 뽑은 건. 다행히 랜덤인 가운데 다 다른 것들이었다.


명심보감

오만과 편견

변신, 시골의사


이중 변신만 있어서 찰깍 사진을 찍었다.




오만과 편견, 명심보감은 다른 출판사로 읽었는데 민음사 것으로 읽을 걸 그랬나 싶은 마음이 살짝 스쳐 지나갔다.



헐


이걸 노렸구나.


그래서 생각했다.


쓴 약을 먹기 좋게 캡슐에 담듯이

많은 사람들이 바카라에 더 관심을 가져보길.

출판시장이 활력을 띄길 바라본다.


그래서 대학동기들에게 지금의 상황을 공유하다가 GS앱을 깔면 1+1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친구들에게 내일 출근길에 GS에 들려 빵을 사서 그 안에 들어있는 바카라갈피가 어떤 건지 인증숏 올려도 소소한 재미가 있겠다고 했더니 바카라을 좋아하는 친구들의 반응도 좋다. 근데 CU만 있다는 친구는 조금 울상이었다.


단체톡을 보내고 나서 빵을 먹었다. 쫀득한 깨찰빵이다.

맛없진 않으나 비싼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1+1이라면

대형매장 빵보단 싸다는 생각에 잠깐 맛만 보고 내일 커피와 먹을 건 냉동실에 넣어두었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으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추신 : 이 글은 어제 쓴 글인데 오늘 아침 친구가 편의점에 들르니 이미 빵 예약이 끝나서 못 샀다고 한다. 헐... 나는 어제 운이 좋았다. 페르세우스 작가님께도 감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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