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요즘 편의점에 '없어서 못 산다'는 빵이 하나 있습니다. 매대는 늘 텅 비어 있고, 앱을 켜면 '품절' 두 글자가 먼저 저를 반깁니다. 바로 '민음사 빵'입니다. 사실 저는 평소 유행에 참 둔감한 사람입니다. 남들이 우르르 몰려가는 곳은 괜히 발길이 뜸해지고, 유행을 좇아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분들을 보면 속으로 혀를 차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만큼은 제가 딱 그 모습이 되어버렸습니다. 이 빵 하나 구해보겠다고 우리동네GS 앱까지 새로 깔았고, 지금도 틈만 나면 동네 편의점 재고를 들여다봅니다. 마흔 넘은 쌍둥이 아빠가 말이죠. 중3 아이들이 이런 저를 보면 뭐라 할지 벌써 짐작이 갑니다.
민음사 빵의 정식 이름은 '문학빵'입니다. 편의점 GS25가 출판사 민음사, 캐릭터 브랜드 '오늘의 귀여움'과 손
잡고 만들었습니다. 지난 8월 21일 두 종을 먼저 선보였고, 26일 두 종을 더해 지금은 넷이 되었습니다. 이름부터 예사롭지 않습니다. 안톤 체호프의 《사랑에 대하여》, 문정희 시인의 《늑대처럼 싱싱하게 울고 싶었다》,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 허연 시인의 《나쁜 소년이 서 있다》. 문학 작품 제목을 그대로 빵에 붙였습니다. 값은 깨찰빵이 2,700원, 모카번이 3,700원입니다.
빵보다 더 화제를 모으는 쪽은 봉지 안에 든 투명 바카라갈피입니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과 시집 표지를 '오늘의 귀여움' 캐릭터로 새로 그린 스무 종이 무작위로 한 장씩 담깁니다. 올해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인기를 끈 디자인이라고 하네요. GS25에서만 만날 수 있는 미공개 세 종도 섞여 있어, 뜯어보기 전엔 어떤 그림이 나올지 아무도 모릅니다. 뽑기의 재미가 여기 숨어 있습니다.
성적표도 놀랍습니다. 출시 사흘 만에 5만 개, 닷새 만에 10만 개가 팔렸습니다. GS25 전체 빵 매출에서 1위와 2위를 나란히 차지했고, 주문이 몰리자 회사는 점포당 하루 한 개로 발주를 제한하기까지 했습니다. 재고를 찾아 이 편의점 저 편의점 원정을 떠나는 분들이 줄을 잇고, SNS에는 '재고 찾기 꿀팁'까지 돌아다닙니다. 이미 심상찮은 돌풍에 바카라갈피가 웃돈에 거래되는 씁쓸한 상황까지 연출되고 있을 정도니까요.
그렇다면 이 소동의 뿌리는 무엇일까요?
여러 매체는 '텍스트힙'을 꼽습니다. 바카라을 읽고 글을 가까이하는 일 자체를 멋지고 세련된 문화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를 말합니다. 2024년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불씨가 되었고, 해마다 십수만 명이 몰리는 서울국제도서전이 기름을 부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20대 독서율은 75%를 넘겼습니다. 성인 평균이 40%에 못 미치니 젊은 세대에게 바카라은 이제 읽는 대상을 넘어 나를 드러내는 취향이 된 셈입니다.
여기에 무엇이 나올지 모르는 랜덤 뽑기의 설렘까지 얹혔으니 이 빵이 사랑받는 건 당연해 보입니다. 물론 굿즈만 챙기고 정작 바카라은 펼치지 않는 '패션 독서'라는 달갑지 않은 시선도 있습니다. 그래도 바카라 한 권에 손이 닿는 계기가 늘어난다면 저는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그래서 정말 빵을 구할 수는 있느냐?
라고 묻고 싶으신 분들도 계실 텐데 솔직히 말씀드리면 쉽지 않습니다. 저 역시 구경도 못했습니다.
앱에 재고가 떴다가도 제가 매장에 닿기 전에 팔려버리기 일쑤입니다. 전국이 같은 시간에 채워지지도 않아, 점포마다 물류가 들어오는 때를 노려야 합니다. 실제로 득템 하신 분들이 앱으로 확인하지 말고 골목길에 있는 큰 편의점에 가보라는 팁이 돌고 있으니 그렇게 해보는 편이 나을 듯합니다. 보통 오전 아홉 시 앞뒤, 밤 아홉 시 이후에 새 물량이 들어온다고 하니까요.
유행에 둔감하던 제가 편의점 앱을 수시로 열어보는 처지가 된 지금이 참 우습기도 합니다. 다만 봉지를 뜯어 바카라갈피 한 장을 손에 쥔 김에 표지 속 바카라 한 권을 진짜로 펼쳐 본다면 어떨까요? 그렇다면 이 소동도 그저 스쳐 가는 유행만은 아닐 테지요. 진짜 바카라의 유행으로도 이어지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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