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여기저기서 흘러들었다.
"그 집 여자 팔자가 세서 그래."
"멀쩡하던 사람이 자다가 왜 가."
"여자가 바람나서 남편이 스스로 그랬다던데."
그보다 더한 말도 들려왔다.
"남편을 열도 더 잡아먹을 년이야."
여자는 반응하지 않았다. 누가 무슨 말을 해도 상관없었다. 아이들에게 부끄러운 엄마만 아니면 됐다.
그럴수록 여자는 아침마다 일터로 나가 문을 열고, 쓸고, 닦았다. 손님이 오면 평소와 다름없이 인사를 하며 반갑게 맞았다. 뜬눈으로 밤을 새워도 일터로 나가는 시간은 일정했다.
어느 날 여자 손님 몇이 몰려왔다. 자리를 잡자 이야기는 금세 동네 일로 옮겨 갔다. 얼마 전 마을에서, 술만 마시면 아내를 때리던 남자가 또 일을 낸 참이었다. 이번에는 경찰까지 왔다고 했다. 여자도 잘 아는 일이었다.
"그 여자가 바람이 났다잖아."
"그러니까 남자가 맨날 술을 먹지."
"괜히 맞겠어? 맞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거야."
밖으로 나도는 건 그 집 남자였다. 제가 그러니 아내도 그럴 거라 의심했고, 술만 들어가면 손을 댔다.
어디선가 들어본 말이었다.
손님들은 여자가 곁에 있다는 것도 잊은 듯했다. 한 사람이 말을 보태면 다른 사람이 고개를 끄덕였고, 그 사이로 여자도 모르는 이야기가 끼어들었다. 여자는 더 듣지 않고 안으로 들어갔지만, 등 뒤에서는 여전히 그 집 이야기가 이어졌다.
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고, 그 말들은 꼭 누군가의 입을 거쳐 여자에게 닿았다.
"나는 안 믿어. 그런데 사람들이 그러더라."
믿지 않는다면서도 말은 끝까지 옮겼고, 목소리는 들떠 있었다. 여자는 물은 적도, 듣고 싶다고 한 적도 없었다.
하루는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람이 찾아왔다.
"너 그 소리 들었어? 사람들이 너더러……"
여자는 그 말을 끝까지 듣지 않았다.
"나는 소문도 싫지만, 그 말을 나한테 옮기는 네가 더 싫어. 너는 나를 잘 알잖아. 그럼 네 선에서 끝냈어야지. 네가 지금 나한테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기나 해?"
상대가 억울한 듯 입을 열려 하자 여자는 말을 끊었다.
"앞으로 나한테 절대 그런 말 옮기지 마. 한 번만 더 그러면 너하고도 끝이야."
여자는 선반을 닦던 걸레를 집어던지고 싶었지만, 손을 다시 움직였다.
여자 곁에는 쓰러진 남편을 몇 해째 집에서 돌보는 언니가 있었다. 어느 날 그 언니가 일터로 찾아와 여자의 손을 잡았다.
"오히려 잘됐다고 생각해라. 미안하지만 나를 봐라. 너희 신랑이 그렇게 안 가고 우리 남편처럼 누워 있으면, 새파랗게 젊은 네가 어찌 살 거야? 그러니 나를 보고 힘내고, 애들 봐서라도 이 악물고 살아야 해."
잘됐다는 말에 여자의 손이 움찔했지만, 언니는 그 손을 놓지 않았다. 여자는 언니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굳은살이 박여 있었다. 여자는 손을 빼지 않았고, 언니도 더 말하지 않았다.
그 뒤로 언니는 여자를 볼 때마다 말없이 등을 토닥여 주었다.
언니가 다녀간 그날 밤, 여자는 집에 가지 못했다. 집에서는 강아지와 고양이 두 마리가 기다리고 있을 터였다. 현관 앞에 쪼그리고 앉아 있을 녀석들이 눈에 밟혔다.
여자는 일터 구석방에 자리를 펴고 누웠다. 한기가 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