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그렇게 빛이 오던 시간이었다.
고기가 익고 있었다. 불판에서는 기름이 작은 소리를 내며 튀었다.
집게가 고기를 뒤집을 때마다 흰 연기가 잠깐 피어올랐다가 천장으로 흩어졌다.
맞은편 휴대전화 화면에 아이 사진이 떠 있었다.
운동회 날 찍은 사진이었다.
모자를 눌러쓴 아이가 활짝 웃고 있었다.
"벌써 5학년이래."
사진을 보여주던 사람도 따라 웃었다.
시간 참 빠르다는 말이 오갔다.
나는 맥주잔을 들고 있었다. 잔 벽에 맺힌 물방울이 손가락에 닿았다.
차가운 감촉이 금세 사라졌다. 그때 질문 하나가 가볍게 건너왔다.
"두 분은 딩크족이세요?"
고기를 굽던 손은 멈추지 않았다.
맥주잔도 그대로였고, 식당 안의 소음도 변하지 않았다.
정말 궁금해서 던진 말이었을 것이다.
나는 잠깐 웃었다.
"아니에요."
그 말이면 충분했다.
질문은 다른 이야기들 사이로 흘러갔다.
사진은 다음 장으로 넘어갔고,
불판 위 고기는 노릇하게 익어갔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한마디는 오래 남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겨울밤 불빛이 차창을 따라 길게 흘렀다.
신호등 앞에 멈춰 선 차 안은 따뜻했다.
아내는 조수석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붉은 신호등 불빛이 얼굴 위를 스치고 지나갔다.
라디오에서는 음악이 흐르고 있었지만
귀에 들어오지는 않았다.
"오늘 피곤했어?"
아내가 물었다.
잠시 창밖을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그 뒤로는 말이 없었다.
굳이 묻지 않아도 아는 것들이 있었다.
그 무렵 우리의 생활은 병원 일정에 맞춰 흘러가고 있었다.
냉장고 문에는 예약 카드가 붙어 있었다.
하얀 종이 위에 적힌 날짜와 시간.
달력에는 동그라미가 하나씩 늘어났다.
검사를 받는 날.
결과를 듣는 날.
다시 병원으로 가는 날.
식탁 한쪽에는 약 봉투가 놓여 있었다.
아내는 물을 마시며 약을 삼켰고,
나는 맞은편에 앉아 있었다.
물을 따라주고,
병원까지 운전하고,
결과를 함께 듣는 일.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대신 아파줄 수는 없었다.
대신 기다려줄 수도 없었다.
같은 시간을 건너가는 것 말고는.
밤이 깊어질수록 집 안은 조용해졌다.
싱크대에는 컵 두 개가 남아 있었다.
거실 시계 초침 소리가 작게 들렸다. 아내는 먼저 방으로 들어갔다.
나는 잠시 식탁에 앉아 있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왜 자꾸 설명하게 될까.
아이가 없는 이유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아직 우리 차례가 아니라는 것을.
하지만 결국 설명하지 않았다.
설명한다고 해서 기다림의 무게가 가벼워지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우리는 다음 예약 날짜를 확인했고,
다음 병원에 갔고,
또 집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봄이 지나고,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지나갔다.
그리고 축복에 겨울이 왔다.
성탄절 아침이었다.
창문으로 들어온 햇살이 식탁 위에 조용히 내려앉아 있었다.
아내는 익숙한 표정으로 테스트기를 내려놓았다.
우리는 이미 많은 결과를 봐왔다.
기대하지 않는 법도 조금은 배운 뒤였다.
나는 물컵을 들고 식탁에 앉아 있었다.
그러다 시선이 한 번 더 머물렀다.
한 줄 옆에
아주 희미한 흔적 하나가 보였다.
선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옅었고,
착각이라고 하기에는 분명히 남아 있었다.
테스트기를 조금 더 가까이 가져왔다.
아내도 말없이 옆으로 다가왔다.
겨울 햇살 아래에서 다시 바라봤다.
아주 가느다란 선 하나. 식탁 위는 이상할 만큼 조용했다.
창밖에서는 바람이 지나가고 있었다.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그 작은 선을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날 우리에게 찾아온 것은 확신이 아니었다.
희망이었다.
오랫동안 닫혀 있던 문 아래로
처음 스며들던 작은 빛.
그리고 우리는
그 빛 앞에 나란히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