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사랑이 흐르던 시간

8화 싸운 날에도 밥은 먹어야 했다

by송현준

퇴근하고 집에 들어서면 공기부터 달랐다. 묵직하게 가라앉은 침묵,

그리고 희미하게 남아 있는 담배 냄새. 현관문을 닫자마자 휴대폰이 짧게 울렸다.

아내의 이름이 떠 있었다. 문자는 짧게 끊겨 있었지만, 그 안에 담긴 마음은 길게 이어져 있었다.

한 번에 흘려보내기 어려운 문장들이었다.


“요즘 담배가 너무 늘었어.”

“끊었으면 좋겠어.”

“지금 당장 답을 바라는 건 아니야.”

“그렇다고 계속 두고 싶지는 않아.”

“그냥 끊었으면 좋겠어.”

나는 한동안 화면을 오래 보고 있었다. 차마 답장을 보내지 못했다.

그날 밤, 담배갑을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 하얀 갑을 한동안 바라봤다. 손이 바로 가지 않았다. 그대로 두었다. 그날은 끝내 담배를 꺼내지 않았다.


며칠이 지나 있었다. 회사 일은 계속 겹쳐 있었고, 정리되지 않은 말들이 하루 안에서 쌓이고 있었다.

퇴근 후, 나는 조심스럽게 아내에게 말했다.

“오늘 저녁은… 떡볶이 어때?”

결혼 후 내가 처음으로 해달라고 했던 음식이었다. 아내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주방에서는 물 끓는 소리와 칼질 소리가 이어졌다. 매운 고추장 냄새가 집 안으로 퍼졌다.

식탁에 마주 앉았다.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빨간 떡볶이.

우리는 말없이 먹었다. 매운맛이 입안 가득 퍼지고,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아내가 땀을 닦으며 말했다.


“요즘 좀 힘들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내는 떡볶이를 한 입 더 먹고는 덧붙였다.


“버텨보자. 너무 무리하면 그만둬도 되고 내가 먹여 살릴께.”


그 말은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 버텨보자는 말보다, 그만둬도 된다는 말이 더 크게 들렸다.

매운 떡볶이처럼, 그날의 대화도 천천히 식지 않고 오래 이어졌다.

그렇게 하루가 반복되고 사랑으로 계속되고 있었다.


어느 밤이었다.

불이 꺼지지 않은 작은 방에서 희미한 빛이 새어 나왔다.

처음엔 그냥 지나칠 수 있는 불빛이었다. 그런데 그날은 발걸음이 멈췄다.

아내가 안에 있었다. 무릎을 세우고 앉아 있었다. 고개는 깊게 숙여져 있지 않았다.

대신 오래 버티는 사람처럼, 조용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말은 없었다. 시간이 지나도 그녀의 자세는 바뀌지 않았다. 나는 문 앞에서 한동안 그대로 서 있었다. 들어가지도, 부르지도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날은,

그 침묵이 낯설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

식탁 위에 작은 접시 하나가 놓여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들이 데워져 있었다.

아내는 먼저 나가며 카톡을 남겼다

“음식 데워놨어. 먹고 가.”

나는 고맙다는 답문을 쓰고 싶었지만, 일겠다라는 한마디로 답을 보냈다

홀로 있는 집 안이었지만 전날보다 조금 덜 차가웠다.

지금 생각하면 그 시기는 싸움도 아니고 합의도 아니었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하루를 버티던 중이었다.

아내는 문장으로 하루를 정리했고,

나는 늦게 따라가며 생각을 바꿨다.


그리고 우리는 같은 집 안에서,

끝내 서로를 포기하지 않은 채 지냈다.

말보다 먼저 지나가는 시간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 시간은, 아주 조금씩 우리 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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