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번째 마음 친구

4장 불안이 줄어드는 순간을 수집하다

by삼킨

외로움으로 인해 연애와 결혼에 집착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다른 방식으로 외로움을 줄일 수 없을지 고민했다. 친구를 자주 만나 보았지만 이상하게 마음 한구석이 계속 허전했다. 그들에게는 돌아갈 가정이나 연인이 있는 반면 나만 쓸쓸히 빈 집으로 돌아가는 것 같아 더욱 외롭게 느껴졌다. 그리고 친구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연애나 결혼에 대한 이야기가 꼭 등장했기에 오히려 불안을 자극하는 꼴이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싶은 마음이 싹텄다. 늘 똑같은 대화 말고 새로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어쩌면 나처럼 혼자 외로울 사람들이 어딘가 있지 않을까. 문득 대학시절 취업 준비를 위해 경기도 청년포탈을 들락거린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는 구직에 대한 도움이 필요해서 청년포탈을 이용했는데, 청년의 외로움에 대한 서비스도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렇게 몇 년 만에 들어간 포탈에서 현 상황에 딱 맞는 프로그램을 발견했다. '아트퍼스트'라는 사업이었는데 문화예술을 통해 정서를 공유하고 마음 챙김을 경험할 수 있다고 적혀있었다. 연극, 미술, 음악 등 다양한 분야 중 나는 글을 선택했다. 별 이유는 없었고 그냥 그 프로그램만 시간이 맞았다.


수업 첫날, 마음 챙김을 함께 할 친구를 사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강의는 좋은 에세이를 쓰는 법에 초점을 맞춰 진행되었다. 소통보다는 교육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옆 사람에게 말이라도 한번 걸어보고 싶었는데, 수업이 끝나니 다들 어디론가 바쁘게 사라져 버렸다. 아쉬운 마음에 느릿느릿 강의장을 빠져나가는데, 다행히 엘리베이터 앞에 몇 명이 남아있었다. 눈치를 보다 슬쩍 인사를 건네며 MBTI를 물어보았더니 다들 가운데 두 글자가 NF였다. 가벼운 공감대를 만들고 지하철역 입구까지 걸어가며 쏟아내듯 대화를 나누었고, 다음 수업 때는 식사를 하자고 약속까지 했다. 마음속에 무언가 꽉 찬 느낌이었다. 새로운 친구를 사귄 것이 도대체 얼마 만인지.


그동안 주로 학교나 회사에서 친구를 사귀었다. 두 집단 모두 성격과 관심사가 제각기 다른 사람들을 한 공간에 잔뜩 모아둔 다음 서로에게 적응하라고 요구한다. 거의 매일 빠짐없이 만나야 하며 좋은 싫든 대화도 해야 하는데,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 안에서 몇몇과 친한 사이로 발전한다. 따라서 지금까지 나의 친구들은 대체로 우연에 의해 형성된 관계였다.


하지만 아트퍼스트에서 만난 사람들은 기존의 친구들과는 조금 달랐다. 글로 자신을 표출하고 싶어 하는 이들이 모였다. 신기하게 대부분 산을 좋아했고, 같은 것을 보고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이들과 어울리면서 지금껏 내가 사람들과 나누었던 교류는 감정보다는 경험에 치중되어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나의 감정에 대해 진솔하게 전달하는 일은 말로 설명할 수 없이 충만했다. 내 감정을 누군가 진지하게 들어주고, 공감해 주고, 자기 일처럼 생각해 주는 과정은 이전에는 한 번도 해보지 못한 경험이었다.


게다가 평소에는 만날 일 없는 직업군의 사람들도 만날 수 있었는데, 그들이 경험하는 슬롯는 내가 알던 곳과는 많이 달랐다. 에세이 모임 멤버들은 하나같이 자신의 주변에는 결혼한 사람이 거의 없다며 결혼에 절절매는 내가 신기하다고 했다. 같은 나이, 같은 상황인데도 환경에 따라 생각이 완전히 다를 수도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내가 속한 슬롯가 전부는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자 눈이 번쩍 떠지는 듯했다.


수업이 이대에서 있었던 터라 수원에서 다니기에 꽤 멀었지만, 늘 가벼운 발걸음으로 향했다. 에세이 모임 멤버들과는 지금까지도 만나고 있고, 인생에서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인연 중 하나이다. 아트퍼스트를 진행하는 반년동안 외로움이 많이 줄어들었다. 외로움을 없애기 위해 결혼을 서둘러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내게 필요했던 것은 외롭지 않을 방법을 하나씩 찾아가는 일이었다. 그렇게 나는 결혼을 고민하는 대신, 내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를 먼저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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