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6. 부끄러움은 생각이 아니라 시선에서 온다

타인의 시선에 얽매이지 마라

by무로



니체는 인간이 슬롯의 관습과 도덕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경계했다.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무엇이 옳고 그른지, 무엇이 부끄럽고 떳떳한지에 대한 기준을 배운다. 하지만 슬롯에서 부끄럽다고 여기는 행동이 반드시 잘못된 행동인 것은 아니다. 다른 사람의 시선과 평가를 자신의 판단 기준으로 삼다 보면, 정작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조차 생각하지 않은 채 행동을 바꾸게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슬롯가 정한 기준을 그대로 따르는 것이 아니라, 그 기준이 정말 타당한지 스스로 판단하는 일이다.

나는 부끄러움이라는 감정이 타인의 시선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잘못한 일이 없더라도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볼지 확신할 수 없으면 부끄러움을 느낄 수 있다. 사람들 앞에서 실수하거나, 평소와 다른 행동을 하거나, 남들에게 부족한 모습을 보였을 때가 그렇다. 누군가 나를 비난한 것도 아닌데 부정적으로 평가받을 가능성을 생각하는 것만으로 부끄러워지기도 한다. 결국 부끄러움은 내가 실제로 잘못했다는 사실보다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바라볼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에서 생겨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부끄러움이 불필요한 감정이라는 뜻은 아니다. 부끄러움은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다른 사람에게 잘못을 저질렀거나 스스로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를 어겼다면, 부끄러움을 느끼는 것이 잘못을 인정하고 행동을 바꾸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부끄러움만으로 행동을 결정하면 문제가 생긴다. 해야 할 일을 부끄러워서 하지 못하거나, 해도 되는 일을 남들의 시선이 두려워 포기할 수도 있다. 심해지면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피하거나 술로 감정을 잊으려 할 수도 있다. 행동을 개선하기 위해 시작된 감정이 오히려 삶의 범위를 좁히는 결과를 낳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부끄러움이 판단의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부끄러움을 느꼈다면 그 감정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먼저 살펴봐야 한다. 내가 실제로 잘못한 일이 있는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었는지,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에 어긋났는지를 생각해보는 것이다. 잘못이 있다면 인정하고 고치면 된다. 하지만 잘못한 것이 없고 단지 다른 사람이 나를 이상하게 볼까 봐 부끄러운 것이라면, 반드시 행동을 바꿀 필요는 없다. 타인이 나를 부정적으로 평가할 가능성과 내가 잘못된 행동을 했다는 사실은 서로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런 판단을 위해서는 자신의 감정을 한 걸음 떨어져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부끄럽다는 감정이 들었다고 해서 곧바로 그 감정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움직일 필요는 없다. 감정은 내가 놓친 문제를 발견하게 해줄 수도 있지만, 때로는 근거 없는 두려움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따라서 감정을 무시할 필요도 없지만 무조건 따를 필요도 없다. 부끄러움이 내 행동을 돌아보게 했다면, 그다음에는 이성적으로 무엇이 문제인지 판단하고 어떻게 행동할지 결정해야 한다. 감정은 생각을 시작하게 할 수 있지만, 그 생각의 결론까지 대신 내려주어서는 안 된다.

결국 부끄러움은 판단의 단초가 될 뿐 판단의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앞으로도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고 부끄러움을 느끼는 순간이 있을 것이다. 모든 사람의 평가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은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끄럽다는 이유만으로 내가 잘못했다고 생각하거나, 남들이 불편하게 여길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내 행동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다. 내가 정말 잘못한 것이 있다면 고치고, 그렇지 않다면 부끄러움을 느끼더라도 내가 해야 할 일을 하면 된다. 타인의 시선에서 비롯된 감정을 내 판단의 기준으로 삼지 않는 것. 그것이 부끄러움을 없애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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