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몇 번의 실수도 필요 없다.

실수는 성장의 필수요소가 아니다.

by무로

니체는 인간이 끊임없이 자신을 넘어서는 존재라고 보았다. 자기극복은 지금의 자신을 넘어서는 과정이지만, 그 과정에서 반드시 같은 실수를 반복하거나 직접 모든 실패를 경험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경험과 지식을 통해서도 자신을 넘어설 수 있다. 이미 누군가가 먼저 겪고 정리해 놓은 것이 있다면 그것을 배우는 것 역시 자신을 성장시키는 방법이다. 오히려 모든 것을 직접 경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타인의 경험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요즘 일을 하면서 이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처음 일을 배울 때는 주로 선배들에게 구두로 배우고, 모르는 일이 생기면 그때그때 규정이나 지침을 찾아보면서 일을 했다. 그러다 보니 실제 상황에서 부딪히면서 하나씩 알아가는 일이 많았다. 직접 경험하면서 배운 것들은 기억에도 잘 남았고, 실제 업무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됐다. 그래서 나도 자연스럽게 일은 경험하면서 배우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데 어느 순간 업무 매뉴얼을 제대로 읽어보게 됐다. 생각보다 내용이 잘 정리되어 있었고, 내가 직접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알게 된 것들도 이미 상당 부분 적혀 있었다. 누군가는 내가 처음부터 다시 고민했던 문제를 먼저 고민했고, 여러 사람이 반복해서 겪었던 문제를 정리해서 하나의 기준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그렇다면 굳이 내가 그 과정을 전부 다시 겪어야 할 이유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매뉴얼에 적힌 대로 모든 일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 현장에서는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생기고, 규정만 읽어서는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그런 상황에서는 결국 경험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경험만이 배움의 방법이라고 생각할 필요도 없다. 이미 다른 사람들이 경험하면서 잘 닦아놓은 길이 있다면 먼저 그 길을 살펴보고 가는 것이 훨씬 효율적일 수 있다. 직접 길을 만들어가는 경험도 필요하지만, 잘 닦인 길을 굳이 외면할 이유는 없다.

생각해 보면 바카라이나 매뉴얼이라는 것도 결국 누군가의 경험이 쌓여 만들어진 것이다. 그것을 읽는다는 것은 단순히 지식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겪은 시행착오를 내 경험으로 가져오는 일에 가깝다. 나는 이제 일을 배울 때도 무조건 몸으로 부딪혀봐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먼저 배울 수 있는 것을 충분히 배우려고 한다. 그리고 실제로 해보면서 바카라이나 매뉴얼과 다른 부분이 있다면 그때 내 경험을 더해나가면 된다. 그렇게 하면 경험을 버리는 것도 아니고, 불필요한 시행착오를 줄이는 것도 가능하다.

결국 실수는 성장의 재료가 될 수 있지만,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이미 다른 사람이 실패하면서 얻은 지식이 있고 그것이 잘 정리되어 있다면, 우리는 그 경험을 통해 같은 실수를 하지 않을 수 있다. 모든 것을 직접 겪어봐야 한다는 생각보다 이미 존재하는 지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오히려 현명한 태도일 수 있다. 나는 앞으로도 경험을 통해 배우겠지만, 경험만을 기다리지는 않을 것이다. 먼저 배울 수 있는 것을 배우고, 직접 겪어야 하는 것은 겪으면서 나아가고 싶다. 남이 어렵게 닦아놓은 길이 있다면, 그 길을 이용하는 것도 내가 성장하는 방법이니까.

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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