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볼 때 선명해지고, 가까이서 따뜻해진다
만약 우주선 창가에 앉아 칠흑 같은 어둠 속에 푸른빛으로 홀로 떠 있는 지구를 바라본다면, 과연 어떤 기분이 들까요?
손에 잡힐 듯 당연하게 여겼던 삶의 터전이, 아득히 멀어진 뒤에야 비로소 신비롭고 경이로운 제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우리는 가장 가까운 것을 제대로 보기 위해, 때로는 가장 멀리 떠나야만 하는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늘 가까이 있는 것들을 잘 알고 있다고 착각하며 살아갑니다.
매일 마주하는 사람의 얼굴, 익숙한 집 앞 골목길, 그리고 언제나 그 자리에 묵묵히 있어 줄 것만 같은 다정한 마음들.
하지만 눈앞에 바짝 들이댄 손바닥에서는 손금조차 보이지 않듯이, 너무 가까이 붙어 있으면 오히려 초점이 흐려진다는 사실을 우리는 자주 잊곤 합니다.
상대방의 마음이 무거워 보일 때, 일상이 끝없이 답답하고 조급해질 때, 혹시 당신은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그 앞에 너무 바짝 붙어서 자신을 달달 볶고 계시지는 않나요?
그럴 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강한 집착이 아니라, '한 걸음 물러설 수 있는 용기'입니다.
창가에 가만히 앉아한 걸음 뒤로 물러나 바라보는 시간.
소란스러울 때는 결코 보이지 않던 진실의 결들이, 고요함 속에서 천천히 떠오르기 시작합니다. 멀리서 바라볼 때 비로소 지구가 아름답게 빛나듯이 말입니다.
문득 스스로에게 이런 물음이 생겨납니다.
'멀리 보는 시선이 우리에게 삶의 방향을 선명하게 다잡아준다면, 가까이 나누는 온기는 우리에게 무엇을 가져다줄까.'
밤하늘의 별을 오래 바라본 사람은 압니다. 아무리 찬란한 별이라도 멀리 있어 가슴을 데워주지는 못하며, 정작 나를 얼지 않게 감싸 안아 주는 건 곁에 있는 작은 촛불 하나라는 것을요.
멀리서 바라볼 때 비로소 선명해지는 관계가 있고, 가까이서 마음을 쪼일 때 온전히 따뜻해지는 삶이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이 두 시선 사이의 균형을 찾아 매일 조금씩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오늘도 나는 조용히 창가에 앉아 마음을 다잡습니다.
굳이 멀리 우주로 떠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그저 바쁘게 달리던 마음을 살짝 뒤로 무를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그 작은 거리 속에서 조급했던 욕심들은 차분히 가라앉고, 서운해서 미워했던 마음들은 흐릿해지며, 마침내 내 삶에서 가장 소중했던 가치들만 조용히 빛을 발하며 남게 됩니다.
창문이 멀어질수록, 내가 머무는 방은 오히려 선명해지는 법입니다.
만약 오늘 하루가 너무 가까워 모든 것이 엉키고 흐릿하게 느껴진다면,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한 걸음만 슬며시 물러서 보셔요. 그 단 한 걸음의 거리가 당신의 오늘을 다시 투명하고 선명하게 비춰줄 테니까요.
멀리 바라보며 길을 찾되, 곁에 있는 다정한 온기만은 결코 놓치지 않으시기를.
오늘 밤, 당신의 지구는 과연 어떤 따스한 빛으로 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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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쉼표 JEONGS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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