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 17살, 나는 방향키를 잡았다

아무도 모르는 그곳에서

by쉼표JEONGSEON


흔들릴 때마다 내가 붙잡았던 선택의 기록.


낯선 거리, 낯선 장소, 낯선 얼굴들.
무엇이 나를 여기까지 데려왔는지도 모른 채, 열일곱 살의 나는 그 속에 섞여 있었다.
300명이 생활하는 기숙사. 한 방에 열 명이 넘는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나를 향했다.
"어서 와."
살짝 겁이 났다. 두려움과 초조함이 온몸을 감쌌다.
그날 밤, 나는 이불을 덮고 소리 없이 오래도록 엄마를 생각하며 울었다.
슬롯생활 첫날이 그렇게 지나갔다.


새벽 6시 기상. 7시 아침 식사. 8시 현장 작업. 저녁 6시 퇴근. 외출은 일주일에 두 번 — 화요일과 금요일, 밤 10시 귀가. 10분이라도 늦으면 일주일 내내 방·화장실·목욕탕 청소가 벌칙이었다.
나는 7년 가까이 그 짜인 패턴 속에 갇혀 살았다.
짜인 규칙, 반복되는 하루, 좁은 방. 사실 그 시간들은,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이 더 많았다.


그러나 — 모든 것이 힘들었던 건 아니었다.
항상 내 곁에 있어준 언니들이 있었다. 관심과 사랑으로 늘 함께해 준 그 언니들. 어린 나를 그냥 두지 않았던 사람들.
그리고 나보다 한 살 많았던 미숙이가 있었다. 진짜 예뻤던 내 친구. 그 시절 내게 가장 소중했던 사람.
지금은 연락이 끊겨 만날 수 없다.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알 수 없다. 그래도 가끔, 아주 가끔 — 그 시절이 떠오를 때면 미숙이 얼굴이 먼저 생각난다.
많이 보고 싶다. 많이 그립다.


7년은 길었다. 그러나 그 7년이 나를 만들었다.
규칙이 나를 단단하게 했고, 언니들이 나를 따뜻하게 했고, 미숙이가 나를 웃게 했다.
그때는 몰랐다.
버티는 시간이 아니라, 방향을 배우는 시간이었다는 것을.


그리고 어느 날 — 누군가 물었다.
"캄보디아 관리자로 갈 생각 있어요?"
나는 두 말 없이 사직서를 던지고 나왔다.
더 넓은 곳을 향해. 억압받지 않는 그런 곳을 향해. 스스로 방향키를 잡기 위해.


그때는 몰랐다. 내가 던진 것이 대기업이라는 이름의 안정이었다는 것을.
솔직히 가끔은, 그 자리가 그립기도 했다. 그러나 그 선택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그러니 그것은, 잘한 선택이었다.


그런데 정작 캄보디아행은 무산되었다. 5년 계약은 그렇게 없던 일이 되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내가 붙잡은 방향키는 내가 가려던 그곳이 아니라, 전혀 다른 길로 나를 데려갔다.
그날의 선택은 캄보디아가 아니라, 앞으로 20년을 낯선 땅에서 걷게 될 긴 여정의 시작이었다.


그때 처음 알았다.
방향은 주어지는 게 아니었다.
결정하는 사람이 쥐는 것이었다.
그리고 방향키를 쥔다는 건, 도착지를 아는 일이 아니라 흔들려도 놓지 않는 일이었다.


그날 이후, 나는 흔들릴 때마다
다시 선택했다.



— 쉼표 JEONGS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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