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큰 것이 언제나 더 좋은 것은 아니다

by진경수

숫자는 계속 커지고 있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경영회의였다. 매출은 전년보다 늘었다. 수주도 늘었고 직원 수도 늘었다. 공장도 바쁘게 돌아갔다. 숫자만 보면 좋은 한 해였다. 그런데 회의를 마치고 돌아가는 직원들의 얼굴이 마음에 걸렸다. 피곤해 보였다. 회의 중에도 “사람이 부족합니다”, “일정이 너무 빡빡합니다”, “현장이 따라가기 어렵습니다”라는 말이 여러 번 나왔다.


리더는 다음 해 목표를 적어놓은 자료를 바라본다. 매출 ○○% 성장. 평소 같으면 당연하게 받아들였을 문장이 그날은 조금 다르게 보인다. 문득 질문이 생긴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계속 커지려고 하는가?’


성장하면 더 행복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회사는 커졌는데 왜 사람들의 숨은 더 가빠졌을까.



20  성장 곡선 뒤의 사람들.png



노자는 이렇게 말했다


『도덕경』 제46장에는 욕망과 만족에 대한 날카로운 문장이 나온다.


禍莫大於不知足, 咎莫大於欲得. (화막대어부지족, 구막대어욕득)

만족할 줄 모르는 것보다 큰 화가 없고,

계속 얻으려는 욕망보다 큰 허물이 없다는 뜻으로 읽을 수 있다.


그리고 이어지는 문장이 중요하다.


故知足之足, 常足矣. (고지족지족, 상족의)

족함을 아는 만족이야말로 오래 지속되는 만족이라는 뜻이다.


노자는 가난하게 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아무것도 이루지 말라는 것도 아니다. 그보다 더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얼마나 가져야 충분한가를 알고 있는가?”


끝을 정하지 않은 욕망은 아무리 채워도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이 말을 이렇게 읽는다


기업에서 성장은 중요하다. 성장하지 않으면 경쟁력을 잃을 수도 있고, 새로운 기술에 투자하기 어려우며, 직원에게 더 좋은 기회를 제공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노자의 知足(지족)을 성장 포기의 철학으로 읽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나는 이렇게 읽고 싶다. 성장에도 ‘왜’가 있어야 한다. 매출 100억 원인 회사가 200억 원을 목표로 한다면 물어야 한다. 왜 200억 원이어야 하는가. 시장기회를 잡기 위해서인가. 기술투자를 위해서인가. 고용을 늘리기 위해서인가. 아니면 단지 지난해보다 숫자가 커야 하기 때문인가. 이 질문에 답할 수 없다면 어느 순간 성장은 방향이 아니라 습관이 된다.


숫자는 목적을 묻지 않는다 매출은 숫자다. 숫자는 편리하다. 작년보다 늘었는지 줄었는지 금방 알 수 있다. 하지만 숫자는 질문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얼마나 지쳤는지, 고객의 신뢰가 얼마나 깊어졌는지, 조직이 스스로 판단할 힘을 얼마나 키웠는지, 회사가 슬롯에 어떤 쓸모를 만들고 있는지는 매출 한 줄만으로 알기 어렵다.


그래서 리더가 숫자만 바라보기 시작하면 측정하기 쉬운 것을 중요한 것으로 착각할 위험이 있다. 100에서 120이 되면 성장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 20을 얻기 위해 직원들의 삶이 무너지고 품질이 흔들렸다면 정말 성장한 것일까. 숫자가 커진 것과 조직이 좋아진 것은 반드시 같은 일이 아니다.



성장에는 그림자가 따라온다


조직이 커지면 얻는 것이 많다. 하지만 함께 늘어나는 것도 있다. 관리해야 할 사람이 늘고, 의사결정 단계가 많아지고, 회의와 보고가 늘어나며, 부서 사이의 거리가 멀어진다. 작을 때는 한마디면 되던 일이 문서와 결재를 거쳐야 한다. 그래서 성장에는 늘 비용이 따른다. 재무적인 비용만이 아니다. 복잡성의 비용이다. 좋은 리더는 성장의 밝은 면만 보지 않는다. ‘이 사업을 하면 매출이 얼마나 늘어나는가’와 함께 묻는다.


‘이 성장을 감당하기 위해 우리가 치러야 할 것은 무엇인가.’



무엇을 얻었는가 보다 무엇을 잃었는가


사업을 하다 보면 좋은 기회가 온다. 큰 프로젝트, 새로운 시장, 매력적인 투자 제안. 놓치기 아깝다. 그러나 모든 좋은 기회를 잡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나를 선택한다는 것은 다른 곳에 사용할 시간과 사람과 자원을 포기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리더는 기회를 볼 때 얻을 것만 계산해서는 안 된다.


“이것을 얻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잃게 되는가?”


때로는 하지 않는 사업이 회사를 지킨다. 때로는 포기한 매출이 사람을 지킨다. 그리고 때로는 한 걸음 덜 가는 것이 더 멀리 가는 방법이 된다. 知足은 멈춰 서는 것이 아니다 족함을 안다는 말을 현실에 안주하는 태도로 오해하기 쉽다.


“이 정도면 됐어.”


아무런 도전도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노자가 말한 지족의 깊이와는 다를 것이다. 知足은 내가 가진 것의 가치를 알고 욕망에 끌려가지 않을 기준을 세우는 것으로 읽을 수 있다. 더 갈 수도 있지만 가지 않는 선택. 더 가질 수도 있지만 필요 이상으로 가지지 않는 선택. 더 커질 수도 있지만 조직이 감당할 수 있는 크기를 생각하는 선택.


멈출 수 있다는 것은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기준이 있기 때문이다.



정상에서는 오래 머물지 않는다


산을 오르다 보면 정상에 도착했을 때 조금 더 머물고 싶어진다. 힘들게 올라왔으니 경치도 더 보고 싶다. 그러나 산을 오래 다닌 사람은 안다. 정상은 산행의 끝이 아니다. 내려갈 힘과 시간을 남겨두어야 한다. 욕심을 내어 더 먼 봉우리까지 가다 보면 돌아오는 길이 위험해질 수 있다.


사업도 닮았다. 올라갈 힘만 계산해서는 안 된다. 내려올 힘까지 남겨두어야 한다. 좋을 때 멈출 수 있는가. 사업이 잘될 때도 위험을 볼 수 있는가. 성장의 정상에서 다음 하산을 준비할 수 있는가. 그것도 리더의 능력이다.



리더가 빠지기 쉬운 함정


‘더 큰 것이 항상 좋은 것은 아니다’라는 말이 작은 조직으로 남아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시장에 따라 규모가 필요하고, 기술개발을 위해 투자가 필요하며, 국제 경쟁에서는 일정한 규모가 생존조건이 되기도 한다. 핵심은 크고 작음 자체가 아니다. 목적에 맞는 크기인가. 그리고 그 크기를 조직이 건강하게 감당할 수 있는가.


리더는 ‘얼마나 크게 만들 것인가’뿐 아니라 ‘어디까지가 우리에게 좋은 크기인가’도 생각해야 한다.



내가 리더라면


다음 경영회의에서는 성장목표 옆에 질문 하나를 적어보자.


“왜 이만큼 성장해야 하는가?”


그리고 한 줄을 더 적는다.


“이 성장을 위해 포기하지 않을 것은 무엇인가?”


품질일 수도 있다. 직원의 안전일 수도 있다. 회사의 신뢰일 수도 있다. 그 답이 성장의 속도보다 먼저 있어야 한다.



리더에게 묻는다


나는 성장을 목표로 삼고 있는가, 성장으로 이루고 싶은 목적을 가지고 있는가?

조직이 커지면서 얻은 것과 함께 잃은 것은 무엇인가?



한 문장으로 남기는 노자 리더십


성숙한 리더는 얼마나 크게 만들 수 있는지만 묻지 않는다. 어디까지가 충분한지도 함께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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