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복더위엔 도토리묵밥

by해윤이

도토리묵밥은 모름지기 푹푹 찌는 삼복더위에 먹어야 제맛이다.

예전의 나는 도토리묵이라 하면 그저 짭조름하게 무쳐 먹는 반찬으로만 알았다. 어느 더운 여름날, 친구 집에 들렀을 때였다. 점심을 먹고 가라며 친구가 내어준 상 위에는 반찬 하나 없이 오롯이 도토리묵밥 한 그릇만 올려져 있었다.


묵을 유난히 좋아하는 나로서는 대단한 진수성찬을 대접받은 기분이었다. 탱글탱글한 도토리묵 위에 잘 익은 배추김치와 조미김고명에 볶은 통깨 그리고 그 주변으로 살얼음이 동동 뜬 육수가 둘러진 묵밥을 게눈 감추듯 비워버렸다. 친구에게 눈을 반짝이며 요리 법을 물었고, 새로운 요리를 알게 된 기쁨에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당장 도토리묵 한 모를 사 들고 왔다. 가스불 앞에 서기조차 곤욕인 무더운 여름날, 이렇게 간단하면서도 든든하고 쉬운 요리가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반가웠던지 발걸음이 가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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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경이로운 삶을 기록하는 사람. 23년째 교실 밖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배움의 현장을 지켜왔고, 그 시간 속에서 발견한 삶의 이야기들을 글로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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