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 갔다가 오랜만에 큼지막한 애호박을 하나 사 왔다. 요즘 마트에는 매끈하고 날씬한 애호박들이 예쁘게 포장되어 나오지만, 나는 큼지막한 호박에 더 손이 간다.
호박을 고르는 기준은 아이들의 성장과 함께 변해왔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오직 예쁘고 미끈한 애호박만 골라 장바구니에 담았다. 이유식을 시작할 무렵, 애호박을 둥글게 썬 후 얇게 채 썰어 뚜껑이 있는 프라이팬에 담았다. 거기에 참기름 한 큰 술과 짭조름한 새우젓 국물로 간을 맞춰 뭉근하게 익혀내던 날들. 아이들은 그 부드러운 달콤함으로 고형식을 배웠다.
아이들이 자라 매운맛을 알게 되면서부터는 호박을 고르는 기준이 바뀌었다. 씨가 살짝 생기기 시작하는 큼지막한 애호박을 사 오기 시작한 것이다. 어릴 적 먹던 새우젓 볶음에 고춧가루만 조금 얹어 볶아내도 훌륭한 반찬이 되었다. 아이들의 자라나는 시기가 호박의 크기에 고스란히 담겨있었던 셈이다.
애호박이 아기들의 첫 이유식으로 사랑받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그만큼 영양이 풍부하고 자극이 없기 때문이다.
애호박은 알고 보면 참 기특한 채소다. 수분이 90%가 넘어 물기만 가득할 것 같지만, 그 안에 비타민 A와 C, 베타카로틴, 칼륨, 식이섬유까지 알차게 들어차 있다. 그러고 보니 가족들이 요즘 부쩍 피곤하다는 말을 자주 하는데, 애호박 요리를 자주 올려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레시틴이라는 성분이 뇌세포를 깨우고 치매를 막아주는 데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는, 나이 들어가는 우리 부부의 밥상에 이 소박한 채소를 빼놓을 수가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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