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주변에서 눈에 익은 풀 몇 포기가 자라고 있었다. 가만히 들여다보니 언제인가 먹어본 기억이 났다. 하지만 그 풀은 내가 자란 고향의 방언으로는 아무리 검색해도 나오지 않았다. 결국 네이버 렌즈를 이용해 사진을 찍어 검색해 보았다. 이름은 ‘왕고들빼기’였다. 먹어본 기억은 또렷한데, 정작 이름이 무엇인지는 모르고 살았던 것이다.
이 풀을 보니 자연스레 2003년 8월의 어느 날로 기억이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나는 가톨릭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에서 운영하는 명동례방스카우트 대장 교육을 받기 위해 강원도 횡성야영장으로 향했다. 오랜만에 입어본 스카우트 단복은 마치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마음이 설레었다.
산속 깊은 곳에 자리 잡은 횡성야영장 주변에는 울창한 잣나무 숲이 있었고, 그 옆으로는 넓은 개울이 흐르고 있었다. 야영장 주변은 예전에 마을이 있었던 터라, 훈련 과정에서 둘러본 그곳에는 허물어진 집터와 사람들의 발길이 닿았을 법한 숲 속의 넓은 오솔길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주인은 떠나고 구조만 남은 집터에는 옛 주인들이 키우던 앵두나무와 복숭아나무, 그리고 이름 모를 여름 꽃들이 여전히 피어 주인을 대신해 마당을 지키고 있었다.
스카우트 훈련을 마치고 나면 늘 배가 고팠다. 대장 교육을 받던 선생님들은 여덟 모둠으로 나뉘어 식사 준비를 하고, 모닥불을 피워 고기와 감자를 구워 먹기도 했다. 각 모둠에는 대장 교수님들이 한 분씩 계셔 지도를 해주셨고, 하루는 ‘먹거리가 부족할 때 주변 자연에서 식재료를 찾아내는 것’이 과제로 주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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