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던 고향의 바래지 않은 추억

by해윤이

내가 살던 고향


사진첩 속에서 오래된 사진 한 장을 발견했다.


개발되기 전,
내가 살던 고향의 모습이다.


사진 속 풍경은 희미해졌지만,
그 안에 담긴 냇물 소리와 계절의 냄새,
그리고 어린 시절의 웃음소리는 아직도 선명하다.


내 고향은 의령남 씨와 맹 씨가 모여 살던 깊은 산골 마을이었다.
마을 뒤로는 맹산이 병풍처럼 둘러서 있었고,
세종 때 영의정을 지낸 맹사성 묘가 자리하고 있었다.
골짜기에서 흘러내린 물은 경안천의 발원지가 되어 냇가를 이루었다.


맹사성 묘 맞은편 산은 사기막골이라 불렸다.
옛날 그릇을 굽던 곳이라 했다.
어린 시절 친구들과 풀숲을 헤치고 그곳에 올라가
호미로 흙을 파면,
세 손가락으로 떼어 구운 듯한 공깃돌이 나오곤 했다.


우리는 그 공깃돌을 가지고
한여름 나무 그늘 아래 모여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공기놀이를 하며 놀았다.


봄이면 냇가옆 논둑에 앵초꽃이 피고,
버들강아지가 냇가를 따라 고개를 내밀었다.
산에는 연둣빛 잎들이 돋아나고,
들꽃들은 온 산을 울긋불긋 물들였다.


꽃을 한 아름 꺾어 들고 오기도 하고,
찔레와 시엉을 꺾어 먹기도 했다.
논두렁에 나는 껌풀을 씹으며
세상 부러울 것 없는 행복 속을 뛰어다니던 시절이었다.


학교까지 가는 길은 멀었다.
광남초등학교까지 4km.


학교 가는 길에는
1km쯤 간격으로 작은 마을들이 있었고,
마을을 지나면 양옆으로 산이 이어졌다.
냇가 쪽으로는 논이 펼쳐지고,
반대편에는 밭들이 가지런히 자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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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경이로운 삶을 기록하는 사람. 23년째 교실 밖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배움의 현장을 지켜왔고, 그 시간 속에서 발견한 삶의 이야기들을 글로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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