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6.10.(수)
아침에 일어나 메일을 확인하니 미국 국무부의 뉴스레터가 와있었다.
미·일 확장억제 대화(EDD) 공동성명과 미·일·필 해양대화 언론발표문이었다.
문득 미·일 간의 확장억제 논의를 마주하는 순간,
과거 한미 70주년 당시 합의한 워싱턴 선언과
한미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의 둔탁한 현주소가 떠올랐다.
이어서 미·일·필의 결속을 보는 순간,
어느샌가 한미 양국 모두의 언론에서 언급조차 사라져 버린 캠프 데이비드 문서들이 겹쳐졌다.
기어이 인도·태평양 안보의 무게중심이 한미일 축에서 다른 곳으로 옮겨가는 것은 아닌가 싶어
기분이 못내 찹찹했다. 차근차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찹찹함의 기저에는 약 2주 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게재되었던
"한국이 미국에 대해 극좌로 선회하고 있다"는 취지의 기고문이 남긴 잔상이 자리 잡고 있다.
https://www.wsj.com/opinion/south-korea-takes-a-hard-left-turn-against-america-84dcd95e?st=v5sudM&reflink=desktopwebshare_permalink
당시 워싱턴의 강경 보수 성향 싱크탱크 인사들이 쏟아낸 이 거친 경고는,
비록 이념적 프레임이 과도하게 씌워진 외부 오피니언이었을지언정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동맹의 결속력에 균열이 가고 있다는 워싱턴 조야의 기류를 보여주는 전조기 때문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태평양 너머에서
이토록 거대한 지정학적 지각변동의 신호들이 연이어 날아오고 있음에도,
작금의 대한민국 언론과 정치권은 기괴하리만치 고요하다는 점이다.
국내 언론의 지면과 포털 화면 그 어디에서도 미·일의 확장억제 고도화나
남중국해를 둘러싼 미·일·필의 전략적 조율을 심층적으로 다룬 분석은 찾아보기 어렵다.
오직 ‘한국’이라는 단어가 직접 박혀야만 마지못해 뉴스로 취급하는 낡은 한반도 중심주의,
그리고 클릭수를 보장하는 여야 간의 자극적인 프레임 공방만이 지면을 도배할 뿐이다.
일본이 미국과 핵 억제 전략을 어떻게 구체화하는가는
한반도 유사시 미군 전력의 전개 방식을 통째로 바꾸는 실존적 문제다.
그럼에도 국가의 신경망이어야 할 언론이 철저한
‘지정학적 근시안(Geopolitical Myopia)’에 빠져 외부의 진짜 위협을 감지하지 못하고 마취되어 있다.
언론이 이토록 눈을 감아버린 근본적인 원인은
정치가 외교 안보라는 국가 사활의 과제를 철저히 국내 정치의 소모품으로 사유화했기 때문이다.
“정치는 물가에서 멈춘다(Politics stops at the water's edge*)”는
민주주의 외교의 오랜 금도는 깨어진 지 오래다.
<참고> 1947년, 미국 공화당 소속의 상원 외교위원장이었던 아서 반덴버그(Arthur Vandenberg)가 남긴 역사적 선언. 당시 민주당의 해리 트루먼 대통령이 소련의 팽창을 막기 위해 트루먼 독트린과 마셜 플랜을 추진하자, 야당의 핵심 인사였던 반덴버그가 "국가 안보와 외교 앞에서는 여야가 없다"며 초당적 협력을 약속하면서 한 말로, 이후 민주주의 국가에서 외교·안보 정바카라이 국내 정치의 정쟁 도구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는 가장 강력한 규범(Norm)으로 자리 잡았다. 오늘날의 미국을 보면 지금 많이 아픈상태임은 분명하다.
타협과 조율의 공간이 소멸한 승자독식의 가혹한 구조 속에서,
정치인들에게 외교는 국익을 창출하는 방패가 아니라
진영 내부를 결속시키고 상대를 악마화하기 위한 가장 값싼 불쏘시개로 전락했다.
국가를 운영하는 리더십에게 가장 결여된 것은,
자신의 결정이 불러올 치명적 고립과 안보 위기라는 냉혹한 결과에 대해
고뇌하고 바카라임지는 베버의 ‘바카라임윤리(Verantwortungsethik)’다.
과거 정권들이 지정학적 완충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기울였던 고뇌나,
전임 정부가 캠프 데이비드 합의를 통해 한·미·일 안보 협력을 전례 없는 수준으로 제도화한 것은
모두 객관적으로 평가받고 계승되어야 할 국가적 자산이다.
잘한 것은 제도의 반석 위에 올리고
부족한 것은 정교하게 교정하는 것이 정상적인 국가의 외교 계승 방식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 정치는 오직 자신들의 이념적 정당성만을 확인하려는
맹목적인 ‘신념윤리(Gesinnungsethik)’에 사로잡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동맹의 근간을 뒤흔드는 ‘제도적 조울증’을 반복하고 있다.
북·중·러는 권위주의 연대를 공고히 하며
시진핑의 방북 등 구체적인 권력 정치(Power politics)의 톱니바퀴를 돌리고 있고,
미국은 ‘거부의 전략(Strategy of Denial)’을 채택하며 동맹국들에게 냉혹한 역할 분담을 요구하고 있다.
주변국들은 이처럼 치밀하게 국익의 지정학적 대전략을 짜나가는데,
우리는 우물 안에서 실종된 국익 타령만 외치며 스스로 그물망 밖으로 걸어 나가고 있다.
국익은 광장에서의 허황된 선언이나 감정적 수사로만 지켜지는 것이 아니다.
이제는 사람의 선의나 정권의 성향에 기대는 외교를 끝내야 한다.
진영 논리보다 국가 안보를 우선시하는 초당적 타협이 정치적 인센티브가 되도록
외교 안보 의사결정 구조의 뼈대를 다시 세워야 할 때다.
앙상해진 대한민국의 안보 인프라를 복원하기 위한 차갑고 지적인 연대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https://www.mofa.go.kr/www/brd/m_25488/view.do?seq=367949&page=2
https://www.mofa.go.kr/www/brd/m_25488/view.do?seq=367954&page=2
https://www.mofa.go.kr/www/brd/m_25488/view.do?seq=367956&page=1
https://www.mofa.go.kr/www/brd/m_25488/view.do?seq=367955&page=1
한미가 캠프 데이비드 원칙(Principles)과 정신(Sprit)으로 외교 문서에서 명칭을 분리한 것은
그 문서가 담당하는 '기능적 역할'이 다르기 때문이다.
쉽게 비유하자면 '원칙'은 헌법(Constitution)이고,
'정신'은 그 헌법을 실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법률이자
행동 계획(Action Plan)이다.
<캠프 데이비드 원칙>
3국 협력의 철학적 토대이자 장기적인 '지정학적 나침반'
특정한 현안이나 위협을 넘어서서,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 규범 기반의 국제 질서 수호,
아세안(ASEAN) 및 태평양 도서국에 대한 존중 등 3국이 공유하는 거시적 가치와 지향점을 선언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Enduring) 대원칙을 천명한 문서
<캠프 데이비드 정신>
합의한 원칙을 현실 정치와 군사 영역에서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 명시한 실체적인 '공동성명(Joint Statement)
한미일 3국 정상회의 및 각료급 회의 연례화,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 실시간 공유 체계 가동, 다영역 3자 연합훈련 실시, 공급망 조기경보시스템 구축 등 제도의 톱니바퀴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맞물려 돌릴 것인지에 대한 지침서
참고로 이 두 문서 외에, 위기 발생 시 즉각적으로 소통하자는 실무적 약속인 <3자 협의에 대한 공약(Commitment to Consult)>이 더해져 캠프 데이비드의 3대 결과물을 구성
이 문서의 가장 중요한 문장은 첫 단락에 명시되어 있습니다.
"우리 3국 정상은...
우리의 공동 이익과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지역적 도전, 도발, 그리고 위협에 대한
우리의 대응을 조율하기 위해 각국 정부가 3자 차원에서
서로 **신속하게 협의(expeditiously consult)**하도록 공약한다."
즉, 이 문서는 강력한 '정치적 의지'의 표명이지만, 강제력을 지닌 NATO 형식의 '법적 계약'은 아니다.
법적 구속력이 없는 정치적 선언은,
행위자들의 정치적 생존 인센티브(Political incentive)가 일치할 때만 원활하게 작동한다.
2026년 현재 한·미·일 3국의 리더십은 캠프 데이비드 합의 당시와 달라졌으며,
각자 자국 우선주의와 국내 정치적 생존에 매몰되어 있다.
'협력할 의무'가 법적으로 강제되지 않기 때문에,
정치적 이득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굳이 3자가 모여 '신속하게 협의'할 동력이 사라져 버렸다.
제도주의적 관점에서 볼 때,
제도는 창설자의 손을 떠난 이후 새로운 정치적 생존 인센티브와 부딪힐 때 진정한 시험대에 오르게된다.
이처럼 행정부의 자발적인 협의 동력이 떨어지자,
이틀 전(2026년 6월 8일) 미국 하원에서 '한미일 3국 협력법'을 통과시킨 것은 매우 상징적인 일이다.
행정부의 '선택'에 맡겨두었던 3자 협의를,
아예 의회의 '법(Law)'으로 강제하여 제도의 수명을 연장하려는 방어기제가 작동한 것이다.
10-1에서 자세히 살펴보자.
<참고문서>
ㅇ 미·일 확장억제 대화 공동성명
Joint Statement on the June 2026 U.S.-Japan Extended Deterrence Dialogue
2026년 6월 미·일 확장억제 대화 공동성명
The text of the following statement was released by the Governments of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and Japan on the occasion of the U.S.-Japan Extended Deterrence Dialogue.
다음 성명은 미·일 확장억제 대화(EDD)를 계기로 미국과 일본 정부가 발표한 전문이다.
Begin text(전문 시작)
Japan hosted the United States for an Extended Deterrence Dialogue (EDD) at the Ministry of Foreign Affairs in Tokyo from June 8-9, 2026.
일본은 2026년 6월 8일부터 9일까지 도쿄 외무성에서 미국을 초청하여 확장억제 대화(EDD)를 개최했다.
The Department of State and Department of War co-chaired for the United States, while the Ministry of Foreign Affairs and Ministry of Defense co-chaired for Japan.
미국 측은 국무부와 국방부(DoW)가 공동 의장을 맡았으며, 일본 측은 외무성과 방위성이 공동 의장을 맡았다.
The delegations included participants from the Japan Joint Staff, U.S. Joint Staff, U.S. Strategic Command, U.S. Indo-Pacific Command, and U.S. Forces Japan.
양국 대표단에는 일본 합동참모본부, 미 합동참모본부, 미 전략사령부, 미 인도·태평양사령부 및 주일미군 관계자들이 포함되었다.
The United States reaffirmed its commitment to the defense of Japan, using the full range of U.S. defense capabilities, including nuclear.
미국은 핵을 포함한 미국의 모든 방위 역량을 동원하여 일본을 방어하겠다는 공약을 재확인했다.
Japan reaffirmed its support to U.S. forces and operations that maintain peace, and this support contributes to deterrence by denial.
일본은 평화를 유지하는 미군 및 작전에 대한 지원을 재확인했으며, 이러한 지원은
'거부에 의한 억제(Deterrence by denial)'에 기여한다.
The delegations discussed U.S. efforts to modernize and adapt U.S. nuclear forces, as well as Japan’s defense policy and capabilities, due to increasing regional nuclear threats.
양국 대표단은 점증하는 역내 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미국 핵 전력의 현대화 및 적응 노력과 일본의 방위 정바카라 및 역량에 대해 논의했다.
The Japanese side provided an update on the ongoing formulation of its National Security Strategy, National Defense Strategy, and Defense Buildup Program.
일본 측은 현재 진행 중인 국가안전보장전략, 국가방위전략, 방위력정비계획의 수립 현황을 갱신하여 제공했다.
The delegations committed to continue discussions on these issues to strengthen coordination and interoperability, as well as strategic messaging.
양국 대표단은 공조와 상호운용성, 그리고 전략적 메시지 발신을 강화하기 위해 이러한 사안들에 대한 논의를 계속 이어나가기로 약속했다.
Japan strongly encouraged the U.S. pursuit of multilateral strategic stability talks to help avert a nuclear arms race, address concerns about nuclear testing, reduce nuclear risks, and bolster transparency, including through arms control dialogues with China and Russia. 일본은 핵 군비 경쟁을 예방하고, 핵실험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며, 핵 위험을 감소시키고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미국이 중국 및 러시아와의 군비 통제 대화를 포함한 다자간 전략적 안정성 대화를 추진할 것을 강력히 권고했다.
Both delegations discussed China’s dramatic and opaque nuclear weapons buildup and rejected Russia’s notion that the DPRK’s pursuit of nuclear weapons was a closed issue.
양국 대표단은 중국의 극적이고 불투명한 핵무기 증강에 대해 논의했으며, 북한의 핵무기 개발 추구가 이미 종결된 사안(Closed issue)이라는 러시아의 주장을 일축했다.
They reaffirmed their commitment to the complete denuclearization of the DPRK.
또한, 양국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했다.
The U.S. and Japanese delegations conducted a routine tabletop exercise.
미·일 대표단은 정례적인 도상훈련(Tabletop exercise)을 실시했다.
The delegations visited Japan Maritime Self-Defense Force’s Yokosuka Base and observed the JS Kirishima.
아울러 대표단은 일본 해상자위대 요코스카 기지를 방문하여 키리시마함(JS Kirishima)을 시찰했다.
End text(전문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