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막: 3.18 운명의 정오
주재소 안마당 가장 깊숙한 곳, 무기고의 두꺼운 철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문고리에는 어른 주먹만 한 무쇠 자물쇠가 매달려, 제국주의의 압도적인 무력을 과시하듯 버티고 있었다. 마당은 무너진 담장을 넘어온 결사대원들과 쓰러진 순사들이 뒤엉켜 참상을 이뤘으나, 무기고만큼은 견고한 침묵을 지켰다.
"비키소! 내가 끊어버릴 테니!"
숨을 헐떡이며 달려온 칠성이 핏빛 발골도를 치켜들었다. 자물쇠를 내리치려던 찰나였다.
"안 됩니다! 칼날만 부러집니다!"
진우가 다급히 칠성의 팔뚝을 낚아챘다. 날붙이로 쪼갤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다. 도탄(跳彈)의 위험 때문에 총으로 부술 수도 없었다. 진우의 두 눈이 바닥을 빠르게 훑었다. 부서진 담장 파편 사이로, 담장 보수에 쓰였을 굵직한 쇠지렛대(빠루)가 눈에 들어왔다. 진우는 망설임 없이 쇳덩어리를 집어 들었다.
"자물쇠 몸통이 아니라, 문틀에 박힌 경첩의 이음새를 노려야 합니다."
진우는 무기고 문의 틈새, 용접 부위가 미세하게 벌어진 약점을 짚어냈다. 구조물의 파괴 역학을 아는 자만이 찾을 수 있는 타격점이었다.
"여기, 이 틈새에 지렛대를 꽂고 온 체중을 실어 뜯어내십시오!"
칠성은 발골도를 허리춤에 찔러 넣고, 진우가 건넨 지렛대 끝을 좁은 문틈 사이로 밀어 넣었다.
"으아아아아!"
칠성의 기합이 터져 나왔다. 평생 짐승의 뼈를 가르며 다져진 백정의 근력이 지렛대를 타고 무기고 문틀로 쏟아졌다. 칠성의 팔뚝과 목덜미에 굵은 핏대가 불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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