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막: 3.18 운명의 정오
장터 중앙에서 터져 나온 삼천 군중의 만세 소리는 함성을 넘어선 거대한 장막이었다.
그 소음이 주재소의 창문과 기와를 뒤흔들며 순사들의 혼을 쏙 빼놓은 찰나, 주재소 서쪽 좁은 골목 어귀에서는 묵직한 파괴가 준비되고 있었다.
"밀어라! 창자가 끊어지도록 밀어붙이라!"
백정 칠성의 쇳소리가 골목을 울렸다. 평생 짐승의 멱을 따며 굵어진 그의 팔뚝 위로 핏줄이 불거졌다. 날 선 낫과 쇠스랑, 몽둥이를 쥔 열다섯 명의 사내들이 일제히 거친 숨을 토하며 참나무 수레에 온몸을 기댔다.
평범한 수레가 아니었다. 지난밤 도축장 지하실에서 퍼 올린 짐승의 내장과 굳은 피, 무거운 냇돌이 가득 실린 수백 근짜리 파성퇴(破城槌)였다.
끼기기긱-! 콰르륵!
흙바닥을 짓이기며 구르기 시작한 수레는 사내들의 억센 힘에 떠밀려 이내 골목을 내달렸다. 짐승의 피와 오물이 출렁이며 바닥에 비릿한 궤적을 남겼다. 수레 옆을 뛰는 진우의 두 눈은 주재소 서쪽 흙담에 고정되어 있었다. 조선인 노역자들을 쥐어짜 만든 엉성한 축조물. 십 대 소년 덕구가 목숨 걸고 찾아낸 담벼락 아래쪽 균열, 그 중심에 숯검정으로 그려진 X자 표식이 선명했다.
"저깁니다! 꺾지 말고 그대로 들이받으십시오!"
진우가 소리쳤다. 1919년 백성들의 분노와 2026년 청년이 설계한 타격점이 만나는 순간이었다. 칠성은 이빨을 악물며 수레 손잡이를 더욱 강하게 밀어붙였다. 열다섯 사내가 뿜어내는 체중과 속도가 표식을 향해 쇄도했다.
광장의 군중이 다시 한번 "대한 독립 만세!"를 부르짖은 직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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