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막: 3.18 운명의 정오
1919년 3월 18일, 오후 1시.
볕은 영해 장터 한가운데로 따갑게 내리꽂혔다. 바람마저 멎은 흙바닥 위로, 거친 무명 바지적삼을 입은 삼천 명의 인파가 뿜어내는 뜨거운 열기가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다.
빽빽하게 들어찬 백성들은 약속이나 한 듯 무거운 침묵을 지켰다. 낡은 갓을 쓴 노인, 갓난아기를 업은 아낙네, 까까머리 소년들까지. 굳은살 박인 거친 손들은 저마다 품속 깊은 곳을 꽉 움킨 채 미세하게 떨렸다. 그 남루한 품 안에는 지난밤 도축장 지하실에서 피와 먹물로 엉겨 붙듯 그려낸 투박한 태극기들이 숨겨져 있었다.
단순한 구경꾼들이 아니었다. 흙을 파먹으며 순종만 하던 백성들이 짓눌린 숨통을 틔우려 모여든, 금방이라도 터질 듯한 화약고였다.
주재소 정문 앞을 지키던 순사들과 헌병보조원들의 얼굴에 서서히 당혹감이 번졌다. 평소 장날의 소음이 아니었다. 삼천 명의 탁한 눈동자가 일제히 주재소를 향해 꽂혔다. 무기 하나 없는 촌부들의 빈손에서 뿜어져 나오는 날것의 기세에, 38식 보병총을 쥔 순사들의 등줄기로 식은땀이 흘렀다.
스즈키 소장이 군도를 쥐고 주재소의 나무 계단을 내려왔다. 매서운 눈동자가 군중을 훑었다. 기마대를 창수면으로 빼버려 텅 빈 등 뒤, 그리고 조금 전부터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던 불길한 먹통 소리. 노련한 스즈키는 이 장터가 고립되었음을 감지하고 신경질적으로 군도의 손잡이를 틀어쥐었다.
"해산해라! 당장 흩어지지 않으면 발포하겠다!"
스즈키의 고함이 울렸지만, 삼천 군중은 한 발자국도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빽빽하던 인파 한가운데가 서서히 좌우로 갈라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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