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시착한 이방인

제1막: 낯선 봄의 이방인

by조삿갓

"아따, 이 문둥이 같은 놈아! 눈깔을 어데다 두고 자빠지노!"


탁하고 거친, 날것 그대로의 언어가 진우의 귀를 거세게 후려쳤다.


"헉...!"


짧은 비명과 함께 진우가 눈을 번쩍 떴다. 고막을 무자비하게 찢던 이명과 뒤틀리는 끔찍한 감각은 어느새 사라져 있었다.


그러나 그의 코끝을 건드린 것은 더 이상 VIP 사전 열람실의 쾌적한 공기가 아니었다. 비릿한 짐승의 썩은 피 냄새, 눅눅하게 젖은 짚풀, 그리고 사람의 묵은 땀내가 짐승의 배설물과 뒤엉킨 퀴퀴한 악취였다.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폐부가 따갑게 저려왔다.


진우가 반사적으로 바닥을 짚고 일어서려다 중심을 잃고 미끄러졌다. 그의 손바닥에 닿은 것은 광택이 흐르던 매끄러운 대리석이 아니었다. 간밤에 내린 진눈깨비가 녹아 질척해진, 얼음장처럼 차가운 진흙탕이었다. 그가 입고 있던 고가의 푸른색 데님 바지와 나일론 재킷 위로 시커먼 흙탕물이 스며들어 살갗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여기가... 대체..."


시야를 덮고 있던 현기증이 서서히 걷히고 초점이 돌아오자, 진우의 눈앞에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하늘을 찌를 듯 솟아 있던 높은 빌딩과 정갈한 아스팔트 도로는 온데간데없었다. 납빛처럼 무겁게 가라앉은 잿빛 하늘 아래,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듯 낡은 초가집들의 썩은 처마가 어지럽게 맞닿아 있었다.


질척이는 흙바닥 위로는 남루한 무명옷과 바지적삼을 헐겁게 걸친 사람들이, 제 몸집만 한 무거운 등짐을 진 채 개미 떼처럼 분주하게 오가고 있었다. 낡은 갓을 쓰고 잰걸음을 걷는 노인, 때에 전 치마를 입고 머리에 거대한 광주리를 위태롭게 인 아낙네들의 굽은 등허리. 그것은 민속촌이나 사극 세트장이라고 치부하기엔 묘하게 거칠고 적나라했다. 뼛속까지 시린 빈곤을 보여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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