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단보도 앞에서 초록불을 기다리는 동안, 주변 사람들의 발끝을 가만히 내려다본다.
신호등 불빛이 바뀌기도 전에 아스팔트 도로를 향해 튀어 나갈 듯 기울어진 몸들. 버스를 놓치지 않으려 가방끈을 바짝 죄어 쥐는 손가락과 스마트폰 화면에 시선을 고정한 채 위태롭게 발걸음을 내딛는 무수한 사람들의 움직임.
불이 초록색으로 바뀜과 동시에 군중은 마치 누군가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것처럼 일제히 빠른 보폭으로 도로를 건너기 시작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 역시 저 보폭의 가장자리에 서 있었다. 남들보다 한 걸음이라도 늦어지면 세상의 거대한 흐름에서 한순간에 튕겨 나갈 것만 같은 조바심. 누군가 나를 밀쳐내지 않았음에도 어깨에 잔뜩 힘을 준 채 앞서가는 이들의 뒷모습을 허겁지겁 쫓아가던 날들.
그 보폭은 단 한 번도 나 자신의 호흡과 일치한 적이 없었다. 내 다리 길이보다 넓은 걸음으로 세상을 뛰어가느라 가슴팍은 늘 가쁜 숨으로 차올랐고, 발바닥에는 서늘한 가시 같은 통증이 얹혀 있었다.
중간에 발을 멈추고 옆으로 비켜서는 것은 낙오이자 패배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왜 그렇게 서둘러 달려야 했을까.'
횡단보도 한가운데서 천천히 내 걸음의 속도를 줄여본다. 빠른 속도로 나를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의 어깨 파동. 바람이 옷깃을 스치고 지나가고, 내 보폭과 그들의 보폭 사이에 조그만 빈틈이 생겨난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