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익숙한 풍경의 이면

byBlackBearLeo


지하철 2호선은 매일 밤 거대한 어항이 된다.

초록색 띠를 두른 철마가 구불구불한 궤도를 따라 어둠을 뚫고 들어설 때, 승강장에 줄을 서 있던 무수한 섬들이 일제히 문 앞으로 밀려든다.


문이 열리고, 탁한 공기가 훅 끼쳐온다. 어깨와 어깨가 부딪치고, 타인의 패딩 자락이 내 코트 깃에 쓸린다. 누군가의 가방 모서리가 옆구리를 짓누르는 감각. 이토록 지독하게 밀착되어 있으면서도, 우리는 단 한 뼘도 서로에게 가까워지지 못한다.


손잡이를 잡은 손등 위로 이름 모를 이의 따스한 체온이 미세하게 전해질 때마다, 알 수 없는 이물감이 목구멍을 타고 올라온다.


'이렇게나 가까운데.'


우리는 서로의 들숨과 날숨을 나누어 마시며 그저 묵묵히 정면의 허공만을 응시할 뿐이다. 유리창에 비친 내 얼굴은 수많은 타인의 얼굴과 겹쳐져 흐릿하게 일그러져 있다. 그 낯선 잔상 속에서 진짜 내 표정이 무엇이었는지 기억해 내려 애써보지만, 이내 안내 방송의 기계적인 목음이 생각을 뚝 끊어놓는다.


이번 역은 역삼, 역삼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오른쪽입니다.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다시 밀물처럼 밀려든다. 그 무동력의 흐름 속에서 나는 그저 서 있는 것만으로도 온몸의 에너지가 서서히 방전되어 가는 것을 느낀다. 이것은 일종의 침묵의 전쟁이다. 나의 영역을 침범당하지 않기 위해 몸을 잔뜩 움츠리는 전쟁. 타인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액정 화면 속으로 눈길을 처박는 전쟁.


눈을 감아보아도 덜컹거리는 쇠붙이 소리가 머릿속을 온통 하얗게 채워갈 뿐이다. 이 좁고 밀폐된 공간을 지배하는 색깔이 있다면, 그것은 단연코 액정 화면이 뿜어내는 서늘한 푸른빛일 것이다.


사람들은 모두 고개를 숙인 채 손바닥만 한 화면 속에 영혼을 저당 잡혀 있다. 엄지손가락을 바쁘게 움직이며 누군가는 타인의 일상을 훔쳐보고, 누군가는 자극적인 짧은 영상들을 끊임없이 소비한다. 그 빛이 뺨을 타고 흘러내려 사람들의 표정을 일률적인 무채색으로 물들인다.


나 역시 다르지 않다.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어 의미 없이 피드를 쓸어 올린다. 그곳에는 온통 빛나는 순간들뿐이다. 새로 오픈한 멋진 카페에서 웃고 있는 친구, 근사한 휴양지의 에메랄드빛 바다, 오늘도 무언가를 성취해 냈다는 활기찬 다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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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머릿속에 있는 이야기 상상의 이야기 일상 이야기를 써내려가는 온라인 게임인이자 프리랜서 작가 지망생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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