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정보회사에 가면 이상한 사람들이 많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특히, 마흔이 넘도록 결혼하지 않은 남자들 중에는 뭔가 문제가 있는 사람이 많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처음에는 그 말을 별로 믿지 않았다. 사람마다 결혼하지 않은 이유가 있는 거고, 나이가 많다고 해서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으니까. 또한 나도 마흔이 넘도록 결혼을 안 한 사람이니 말이다. 그런데 결혼정보회사를 통해 여러 남자를 직접 만나보니 아주 없는 말은 아닌 것 같았다. 물론, 멀쩡하고 괜찮은 사람도 있었다. 그저 나와의 인연이 아니었을 뿐. 오늘은 그 이상했던 남자들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회사원이라고 소개받은 남자가 있었다. 알고 보니 부업도 하고 있었다. 오, 투잡이라니. 열심히 사는 사람인가 보다 싶었다. 그런데 그 부업이 마사지샵이었다. 음... 직업에 귀천이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솔직히 내가 선호하는 직업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내가 처음 소개받았던 내용과 실제가 달랐다. 그런데 좀 더 자세히 이야기를 들으니 최근에는 그 마사지샵에서 먹고 자는 일이 많다고 했다. 잠깐만... 이 정도면 부업이 아니라 거의 본업인데??
사진으로 봤을 때는 정말 고시생 스타일의 순해 보이는 사람이 있었다. 세상 순둥이처럼 생겼길래 ‘참 편안한 인상이네’ 싶었다. 그런데 막상 만나보니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 말투며 분위기며 태도며 완전 뺀질이 부장님 스타일이었다. 사진과 실제 분위기가 이렇게 다른 사람은 처음 만나봤다. 요즘은 워낙 보정을 하니 사진과 다른 경우가 많지만 분위기까지 이렇게 다를 수 있나 싶은 정도였다. 거기다 무슨 면접 보듯이 다리를 꼬고 앉아 거만하게 이야기했다. 분위기부터 태도까지 꽝이었다.
아침에 등산을 하고 오느라 약속 시간에 20분 정도 늦은 남자도 있었다. 사과라도 정중히 했으면 화가 나지는 않았을 텐데 제대로 된 사과가 없었다. 거기다 대화를 하는 중간중간 자꾸 테이블 밑으로 스마트폰을 만졌다. 아니, 메시지를 확인하거나 꼭 답장을 해야 할 일이 있으면 나에게 양해를 구하고 스마트폰을 보면 되는 거 아닌가? 늦어도 당당하던 사람이 눈치 보는 척 테이블 밑에서 몰래 스마트폰을 만지는 모습에 더 짜증이 났다.
첫 만남이 끝난 후, 매니저에게 나의 피드백을 듣고 나서 애프터를 신청한 남자가 있었다. 그런데 약속 날짜가 다가오는데도 연락이 없었다. 예감이 좋지 않았다. 확인은 필요했기에 결국 내가 먼저 연락했다. 그랬더니 돌아온 대답. “아무래도 아닌 것 같아요.” 당신 태도가 영 아니올시다!
첫 만남부터 엄청 호감을 표한 남자가 있었다. 그런데 두 번째 만나기로 한 전날, 내가 30분 정도 답장을 하지 못했다. 그랬더니 바로 약속을 취소하겠다고 통보했다. 이유는 그전에도 내가 답장이 늦었고, 자신에게 관심이 없는 것 같았다는 것. 내가 폰만 보고 사는 사람도 아니고 일하는 중이면 한두 시간 답장을 못 할 수도 있는 거 아닌가. 30분 답장이 늦은 게 약속을 취소할 일인가? 상대의 입장은 생각하지 않는 독불장군스타일이라 빨리 끝낸 게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는 조금 심각한 이야기다. 만난 지 30분도 안 됐을 때였다. 전화를 받더니 갑자기 아버지가 쓰러지셨다고 병원에 가봐야 한다고 했다. 응급 상황이니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미안해하며 다음에 식사를 하자며 메뉴까지 정해놓고 갔다. 그래서 나도 급한 상황 정리되면 연락이 오겠거니 했다. 그런데... 그 후로 아직까지 연락이 없다. 아버님은 잘 회복되셨겠지?
이 이야기는 앞의 사람들과는 결이 좀 다른 이야기이다. 이상하다기보다는 그냥 특이하고 위의 사람들에 비해 귀여운 편이다. 함께 밥을 먹으러 갔는데 물수건이 세팅되어 있는 식당이었다. 그런데 물수건을 보자마자 주머니에 넣는 거다. 너무 웃겨서 나도 모르게 살짝 웃었는데, 나를 보더니 다시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사실 나도 안 쓴 물수건이 남으면 가끔 챙겨 오곤 한다. 그런데 이건 경우가 좀 다르다. 그래서 속으로 ‘여자도 아니고 남자분이 참 특이하시네.’ 싶었다. 그런데 밥을 먹고 카페에 갔는데 웃긴 상황이 또 펼쳐졌다. 그 카페에서 맛 테스트를 해보라고 케이크를 줬는데, 내가 먹다가 치마에 살짝 흘렸다. 그걸 보더니 갑자기 주머니에서 물티슈를 꺼내 나에게 내밀었다. 그런데 물티슈가 하나가 아니었다. 서로 다른 상호의 물티슈 3개. 그리고 나한테 말했다. “골라 쓰세요.” 그날 나는 이 남자에게 이름을 붙였다. 물티슈 콜렉터.
결혼정보회사를 통해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알게 된 건, 조건표에 적힌 정보만으로는 사람을 알 수 없다는 것이었다. 직업, 연봉, 학력, 키 같은 건 미리 알 수 있다. 하지만 약속 시간에 늦었을 때 어떻게 사과하는지 연락이 좀 늦었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그리고 사진과 실제 분위기가 얼마나 다른지는 만나보기 전까지 알 수 없다.
그리고 어쩌면 나 역시 누군가에게는 ‘이상한 여자 많음 주의보’에 들어갈지도 모른다. 사람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도 다르고, 내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행동을 누군가는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일 수도 있으니까.
그래서 결혼이 어려운 것 같다. 누군가에게는 아주 이상한 사람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괜찮은 사람일 수도 있고, 반대로 내가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는 영 아닐 수도 있다.
그러니 이제는 꼭 나와 잘 맞는 사람을 찾겠다는 생각은 없다. 잘 맞을 필요까지야 있나. 비슷만 하면 된다. 서로 너무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을 정도로. 내가 조금 이상하면 상대방이 조금 봐주고, 상대방이 조금 이상하면 나도 넘어갈 수 있는 정도말이다.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결혼이 뭐 별 건가. 서로의 이상함을 적당히 견딜 수 있는 사이면 되는 거지.
그런데 나는 왜 그 별거를 못하고 아직도 결혼정보회사 글을 쓰고 있는 걸까? 아시는 분들 댓글 좀 주세요!!! 사실 알 것 같기도?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