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몰리면, 일 이름 옆에 날짜부터 적습니다
안녕하세요 (꾸벅)
토요일 아침, 푹 주무셨나요? 한 주 동안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아침 공기가 꽤 차가워졌으니 주말 나들이 가실 때 겉옷 꼭 챙기시기 바랍니다.
오늘은 '우선순위'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일이 산더미처럼 쌓이면 뭐부터 손대야 할지 모르겠는 날이 있잖아요. 저도 그런 날이 많았습니다. 일의 순서를 정하지 못해서 효율이 떨어지고, 어려운 일에 겁부터 먹던 때가 있었거든요.
그래서 2024년 겨울에 '일을 잘한다는 것 : 우선순위'라는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어려운 일은 잠깐 내려놓고 쉬운 일부터 쳐내자는 내용이었는데요. 이름도 붙였습니다. '순서 파괴'. 시험 볼 때 쉬운 문제부터 푸는 것처럼, 끝낸 일이 쌓이면 부담이 줄어든다고 적었습니다. 올해 초에는 '본질에 다다르는 법'이라는 글에 "모든 게 중요하다는 말은,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다는 말과 같더라구요"라고 적기도 했습니다. 그 뒤로도 일하는 순서 이야기를 여기저기 몇 번 꺼냈었는데, 흩어져 있던 장면들을 오늘 한 편으로 모아 적어 봅니다.
1. 일 이름 옆에 날짜부터 적습니다
예전에 교육회사에서 일할 때의 이야기입니다. 어른들이 듣는 교육 과정을 운영했는데, 과정 하나가 몇 달씩 이어졌고 저는 그런 과정을 한꺼번에 열 개 넘게 맡고 있었습니다. 저는 원래 힘들다는 말을 잘 안 하는 편인데요. 그런 제가 처음으로 위에 계시던 리더분께 힘들다고 말씀드리러 갔습니다.
"뭐가 힘든데?"라는 질문이 올 것 같아서 세 가지를 적어 갔습니다. 맡은 과정이 많아서 모셔 와야 할 강사님이 너무 많았고(수업 27개 중에 18개를 채운 상태였습니다), 연차를 쓰고 싶어도 쓸 틈이 없었고, 체계가 안 잡힌 부분을 바로잡으면서 다른 일까지 챙기다 보니 힘에 부쳤습니다. 그런데 다 말하고 나서 제가 마무리한 말은 이거였습니다. "그냥 열심히 하고 있구나, 그렇게만 알아주시면 됩니다. 요청은 없습니다." 힘들다고 말하러 가서, 요청은 없다고 하고 나온 셈이죠.
그때 리더분이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마감은 넘겨도 괜찮아요. 안 되겠으면 일정 밀어 달라고 말을 해야 돼요." 그리고 한 문장을 더 붙이셨습니다. "지키는 것도 물론 일을 잘하는 거지만, 그걸 조정하는 것도 일을 잘하는 거예요." 저는 그때까지 모든 걸 제날짜에 다 해내는 것만 일을 잘하는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날짜를 옮기는 것도 일이라는 말은 처음 들었습니다.
그로부터 2주쯤 지난 아침, 같이 일하던 후배랑 할 일 목록을 펼쳐 놓고 하나씩 짚었습니다. 첫 줄은 새로 모신 강사님 계약이었는데, 제가 제일 먼저 한 질문은 이거였습니다. "강사님 첫 수업이 언제예요? 2주 안이면 좀 서둘러야 해서요." 확인해 보니 딱 2주 뒤였습니다. 그 날짜에서 거꾸로 세어서 우리 쪽 마감은 일주일 앞으로 잡았습니다. 거의 다 해 둔 정리 작업 하나는 "이건 5분이면 끝나요" 하고 바로 넘어갔고요. 금요일 수료식이 끝나야 챙길 수 있는 일은 "지금 적어 놓기만 해요. 금요일 끝나고 그때 저랑 같이 해요"라고 했습니다. 목록 맨 끝에 있던, 개강까지 한 달도 넘게 남은 과정 두 개는 "이건 너무 많이 남았어요. 신경 아예 꺼 버려요"라고 했습니다.
그날 정리는 간단했습니다. 날짜가 코앞인 과정 세 개만 붙잡고, 나머지는 맨 뒤로. 일이 줄어든 건 아니었는데, 지금 머리에 올려 둘 일이 세 개로 줄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2주 전에 제가 들은 말을, 이번엔 제가 후배에게 하고 있더라구요.
그래서 요즘은 일이 몰리면 일 이름 옆에 그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날짜부터 적으려고 합니다. 일이 몰리면 전부 중요해 보여서, 중요한 순서로는 줄이 잘 안 세워지더라구요. 옆에 날짜를 적으면 그중 하나쯤은 오늘 안 해도 되는 일이라는 게 보였습니다.
2. 제 답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는 일을 먼저 봅니다
예전의 저는 제일 중요한 일을 먼저 끝내는 게 가장 효율적인 순서라고 생각했었는데요. 월요일 아침에 할 일 목록을 적어 보면 스무 줄이 넘을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 목록에는 제 일만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제가 받아서 넘겨줘야 하는 일, 제가 답을 해 줘야 다른 사람이 움직일 수 있는 일이 섞여 있었습니다.
그날도 습관처럼 제일 무거운 보고서부터 붙잡았습니다. 무거운 일을 끝내면 마음이 편해지니까요. 그런데 뭐부터 써야 할지 고민만 하다가 시간이 다 갔습니다. 그 사이에 메신저는 계속 울렸고요. "자료 언제 받을 수 있을까요?" 하나 답하고 오면 또 하나. 보니까 오전에 쳐낸 일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더 마음에 걸렸던 건, 제가 보고서를 붙잡고 있는 동안 제 답을 기다리던 동료들도 오전 내내 기다리고만 있었다는 점이었습니다. 저는 제 일을 열심히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제 답이 늦어서 동료들 일까지 늦어지고 있었던 것이죠.
그래서 그다음 주부터 순서를 바꿔 봤습니다. 답장, 일정 변경, 자료 보내기처럼 금방 끝나는 일부터 했습니다. 세어 보니 스무 줄 중에 여덟 줄이 이런 일이더라구요. 아침 30분이면 다 끝났습니다. 목록이 확 줄어서 마음이 편해졌고, 메신저도 조용해졌습니다. 답을 받은 동료들이 각자 자기 일을 시작하니까요. 참고로 5분이면 끝날 일은 아예 목록에 안 적습니다. 적는 시간이 더 걸리거든요. 그냥 바로 해 버립니다.
다만 가벼운 일만 하다가 하루가 끝나면 곤란합니다. 그래서 오늘 안에 내야 하는 게 있으면 "10시부터 11시까지는 이것만" 하고 달력에 적어 둡니다. 시간을 정해 두니까 다른 일로 새지 않더라구요. 혼자 하는 일은 거의 없으니까, 일의 무게만큼 제 답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는지도 같이 봐야 하는 것 같습니다.
3. 손이 안 가는 일은 잘게 쪼개고, 안 되는 일은 먼저 말합니다
날짜로 순서를 정한 다음에도 손이 안 가는 날이 있습니다. 보고서처럼 큰일은 '보고서 쓰기'라고 적어 두면 너무 크게 느껴지고 막연하게 보이더라구요. 어떤 일이 너무 막막하게 느껴진다면, 그건 제가 그 일을 충분히 쪼개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거대한 바위는 들 수 없지만, 잘게 부서진 돌멩이는 하나씩 옮길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보고서에 들어갈 내용 적어 보기'처럼 작게 쪼개서 적습니다. 일이 잘 안 풀리는 날엔 30분 안에 끝낼 수 있는 아주 작은 일들로 할 일 목록을 다시 나열하고, 빠르게 하나씩 해치웁니다. 끝낸 일은 목록에서 바로 지웁니다. 지운 줄이 늘어나는 게 눈에 보이면 다시 일할 마음이 들더라구요. 2024년에 적었던 '순서 파괴'가 이 자리에서는 아직 쓸모가 있습니다. 아시겠지만, 일이라는 게 일단 시작하면 생각보다 금방 속도가 붙습니다.
그래도 안 되는 일이 있습니다. 그럴 땐 예전 리더분 말씀처럼 날짜를 옮겨 달라고 먼저 말합니다. 위에서 새 일이 내려왔는데 이미 손이 꽉 차 있으면, 우선순위를 여쭤봅니다. "지금 A를 하고 있는데, 이 일을 먼저 할까요? 그러면 A는 목요일로 밀립니다." 이렇게 말하면 거절이라기보다 선택을 부탁드리는 게 됩니다. 상사도 그제야 제 일이 얼마나 차 있는지 알게 되시고요.
올해 초 글에 저는 우선순위를 정한다는 건 번호를 매기는 것을 넘어, 나머지 아홉 가지를 과감히 내려놓는 용기라고 적었었는데요. 그 용기가 잘 안 날 때는 "오늘 딱 하나만 제대로 해야 한다면 그게 무엇일까?"를 먼저 묻습니다. 그 하나를 고르고 나면, 나머지 일들은 생각보다 자연스럽게 해결되거나 사실은 안 해도 그만인 일들이더라구요.
그래서 다음 주 월요일 아침에는 목록부터 다시 적으면서, 일 이름 옆에 날짜와 기다리는 사람 이름을 하나씩 붙여 보려고 합니다.
다들 일이 몰릴 때 제일 먼저 하시는 게 있으신가요? 저도 알고 싶습니다 :)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편안한 주말 보내세요 :)
"진짜 일을 잘한다는 것 2"는 월, 수, 금 아침 8시에 이어집니다. 구독해 두시면 새 글이 올라올 때 알려 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