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 전에, 오늘 정할 것을 한 문장으로 적어 봅니다
안녕하세요 (꾸벅)
토요일 저녁, 편안하게 보내고 계신가요? 한 주 동안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해가 지면 공기가 제법 차가우니 저녁 산바카라 나가실 때 겉옷 꼭 챙기시기 바랍니다.
오늘은 '회의'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회사는 곧 회의의 연속이라고 할 만큼, 일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죠. 그런데 회의만 하면 시간이 모자라고, 끝나고 나서도 정해진 게 없어서 고민인 날이 참 많았습니다. 저도 그런 날이 많았거든요. 슬라이드를 넘기며 설명하다 보면 이야기가 옆으로 새고, 질문이 질문을 낳고, 끝날 때쯤엔 "다음에 다시 이야기하시죠"로 마무리되는 회의요.
그래서 그동안 회의 이야기를 여기저기 꽤 여러 번 적었더라구요. 회의 준비하는 법도 한 번, 반대 의견에 울컥하지 않는 법도 한 번, 회의록 이야기는 두 번이나 적었습니다. 흩어져 있던 장면들을 오늘 한 편으로 모아 회의 전, 회의 중, 회의 끝 순서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1. 회의 전에, 오늘 정할 것을 한 문장으로 적습니다
예전의 저는 회의 자료만 꼼꼼하게 만들어 가면 회의 준비가 끝났다고 착각했었는데요. 회의가 30분쯤 지났을 때 누군가 "그래서 오늘 뭘 정하려고 모인 거죠?" 하고 묻는 걸 들은 적도 있습니다. 돌아보면 그때 저는 회의 자료만 준비했고, 정작 회의에서 무엇을 정할지는 준비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제일 기억에 남는 건 예전에 교육회사에서 일할 때의 화상 회의입니다. 과정에 수강생들 방향을 잡아 주시는 코치 두 분이 계셨는데, 다음 기수부터 역할을 조금 더 맡아 주십사 부탁드리려고 잡은 자리였습니다. 회의가 시작되자마자 저는 준비한 계획표를 화면에 띄웠습니다. 첫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수강생들이 할 일을 칸별로 빼곡하게 나눠 둔 표였습니다. 날마다 한 줄씩만 적어 주시면 나머지는 제가 다 채우겠다고 말씀드렸고요. 바쁘신 분들이니 일을 덜어 드리는 게 제 딴에는 배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두 분은 제 설명보다 화면 속 빼곡한 칸들을 먼저 보셨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물으셨습니다. "그럼 저희가 이 수업을 통째로 다 하라는 건가요?" 저는 크게 당황했고, 그 자리에서 제 대답이 네 번이나 바뀌었습니다. 왜 두 분께 연락드렸는지, 예전에 저도 그 과정에 있으면서 두 분이 수강생들을 얼마나 진심으로 대하시는지 봤고 담당자가 되면 꼭 두 분과 하고 싶었다는 제 진짜 마음은 회의가 거의 끝날 무렵에야 꺼냈습니다. 나중에 회의록을 열어 보니 정말 끝날 무렵이더라구요. 그 한마디를 맨 앞에서 했다면 두 분은 그 표를 그냥 예시 정도로 보셨을 것 같습니다.
그 뒤로 회의 전에 하는 게 하나 생겼습니다. 이 회의로 제가 뭘 얻고 싶은지, 오늘 무엇을 정할지를 한 문장으로 먼저 적어 보는 겁니다. 예전에 아마존 이야기를 다룬 바카라 "순서 파괴"를 읽다가 아마존은 중요한 회의에 슬라이드 대신 문장으로 쓴 글을 들고 들어간다는 대목을 보고 따라 해 봤는데요. 해 보니 문장으로 쓰는 게 슬라이드보다 훨씬 오래 걸렸습니다. 그런데 문장이 안 써지는 곳이 바로 제가 아직 생각을 덜 한 곳이더라구요.
그래서 요즘은 회의 초대 첫 줄에 오늘 정할 것을 그대로 옮겨 적으려고 합니다. "내일 2시에 프로젝트 관련 회의 있습니다"를 받으면, 받는 사람은 자기가 왜 불려 가는지 모른 채 들어옵니다. "내일 2시, 다음 달 행사 장소를 A와 B 중에서 정하려고 합니다. 30분이면 됩니다"로 바꾸면 들어오는 분들이 미리 생각을 해 오시더라구요. 그리고 그 한 문장이 끝까지 안 써지는 날이면 회의를 하루 미루는 편입니다. 아직 정할 준비가 안 됐다는 뜻이니까요.
2. 회의 중에는, 받아치기 전에 한 번 더 묻습니다
제 성향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참 의견을 많이 내는 사람인 것 같습니다. 지난 회의들을 돌이켜보면 회의실에서 제일 많이 제안하는 사람이 항상 저였습니다. 그러니 반대도 제일 많이 들었죠. 누가 "그건 좀 어렵지 않을까요?" 하면 예전의 저는 얼굴부터 뜨거워졌습니다. 목소리가 커지고 설명이 길어졌는데, 그렇게 길게 설명한 날은 대부분 잘 안 풀렸습니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상대는 제 설명보다 제 표정을 보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 안은 좀 어렵겠다는 말을, 제가 틀렸다는 말로 알아듣고 있었던 것이죠.
그래서 좀 우스운 연습을 하나 시작했습니다. 반대가 나오면 속으로 "지금 당황했구나" 하고 저를 한 번 불러 보는 거예요. (저 진짜 진지합니다) 그렇게 잠깐 멈추면 바로 받아치는 대신 한 번 더 들을 수 있었습니다. 한 번 더 들으니 반대마다 이유가 하나씩 보이더라구요. 시기가 이르다, 비용이 걱정된다, 예전에 해 봤는데 잘 안 됐다. 반대하시는 분들도 대부분 걱정 하나를 말하고 있었습니다. 걱정한다는 건 결국 이 일이 잘되길 원해서 하는 말이고요.
그 뒤로 반대를 들으면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 하고 한 번 더 여쭙습니다. 이 질문을 받으면 상대도 자기 이유를 한 번 더 정리하시는데, 그러다 보면 "사실 반대라기보다 시기가 걱정이에요"처럼 반대가 작아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제가 미리 상의를 못 한 부분이 나오면 "그건 제가 먼저 여쭤봤어야 했네요" 하고 그 자리에서 인정합니다. 한번은 반대하시던 분이 한참 설명하시다가 "근데 말하다 보니 해 볼 만하긴 하네요" 하신 적도 있습니다.
말을 알아듣지 못할 때도 비슷했습니다. 저는 누가 말을 할 때 속으로 "그래서 결론이 뭐지?", "이 회의가 끝나고 내가 어떤 행동을 해야 할까?" 이 두 가지를 붙들고 듣는 편입니다. 이전 온라인 게임에서 한 담당자분의 설명을 끝까지 들어도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지지 않던 날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회의의 결론이 뭐예요?" 하고 여쭸고, 그분은 답을 하지 못하셨습니다. 지금 떠올리면 좀 오만했고 예의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제가 이해한 건 이런 뜻인데, 맞을까요?" 하고 제 말로 한 번 풀어서 여쭤보려고 합니다. 이렇게 내밀면 상대도 몰리는 느낌 없이 틀렸으면 틀렸다고, 맞으면 거기서부터 이어서 말씀해 주시더라구요.
3. 끝나기 전에, 할 일을 소리 내어 말합니다
교육 과정을 운영할 때는 강사님, 코치님을 모시는 미팅이 하루에 여섯 개씩 잡히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몰리면 머릿속이 섞입니다. 누구한테 일정표를 보내기로 했는지, 누구한테 계약서를 보내기로 했는지 헷갈리고요. 그래서 미팅을 받아 적어 주는 기록 도구를 켜 두었는데, 믿고 손을 놓으면 안 되겠더라구요. 제가 "메일로 정리해서 드릴게요"라고 했는데 기록에는 "매일 드리겠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두 달 동안 두 번이나요. 웃고 넘길 일이지만, 이게 날짜였으면 큰일 났을 겁니다.
그래서 미팅이 끝나기 전에, 다들 아직 자리에 있을 때 제 할 일과 상대 할 일을 소리 내서 한 번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일정이랑 수업 내용, 계약서에 필요한 정보를 정리해서 보내 드릴게요. 코치님은 등록 코드만 받아 주세요." 이렇게요. 이렇게 말해 두면 틀린 게 있을 때 그 자리에서 바로 고쳐지고, 자리로 돌아와서는 방금 한 말을 옮겨 적기만 하면 됩니다.
여기서 제일 자주 빠지는 게 날짜였습니다. 예전의 저는 회의 끝에 "이번 주 안에 다 해 올게요"를 남발하던 사람이었는데요. 그렇게 말하면 분위기는 좋아지는데, 금요일 저녁이 되면 반쯤 된 파일을 앞에 두고 사과 메시지를 쓰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수요일에 초안, 금요일에 완성본 드릴게요"처럼 나눠서 말하고, 날짜는 달력을 보고 나서 말합니다. 날짜가 애매하면 그 자리에서 언제까지냐고 여쭙고, 지금 정할 게 아닌 얘기는 "일단 기록만 해 두자"고 따로 뺍니다.
정리는 회의가 끝나고 5분 안에 보냅니다. 처음에는 누가 무슨 말을 했는지까지 빠짐없이 적느라 보내는 건 늘 다음 날이었는데, 긴 회의록은 아무도 끝까지 읽지 않더라구요. 다들 찾는 건 자기 이름과 날짜였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복도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면서 "방금 회의 내용 짧게 남깁니다. 틀린 게 있으면 편하게 고쳐 주세요"로 시작하는 짧은 정리를 보냅니다. 안 정해진 건 "아직 안 정함"이라고 그대로 적는데, 이상하게 이 줄에 답이 가장 빨리 왔습니다. 회의실에서는 안 나왔던 "저는 B안인 줄 알았는데요"가 그제야 나오거든요.
돌아보면 회의가 끝나고 다들 자기 할 일을 알고 나간 날이, 잘 끝난 회의였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다음 주 월요일에는 회의 초대를 보내기 전에, 오늘 정할 것 한 문장부터 먼저 적어 보려고 합니다.
다들 회의 끝나기 전에 꼭 하시는 말이 있으신가요? 저도 알고 싶습니다 :)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편안한 주말 저녁 보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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