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와 용건을 한 번에, 첫 줄에 무엇이 필요한지부터 적습니다
안녕하세요 (꾸벅)
저녁은 맛있게 드셨나요? 오늘 하루도 알림이 참 많이 울렸을 것 같습니다. 저도 퇴근하고 나서야 휴대폰을 좀 내려놓게 되네요.
오늘은 '메신저'에 대해 적어 보려고 합니다.
회사에서 하루 동안 제가 쓰는 글을 세어 보면 메일이나 보고서보다 메신저가 훨씬 많습니다. 짧게는 "네 확인했습니다" 한 줄부터, 길게는 일정을 맞추느라 여러 번 오가는 대화까지 하루에도 수십 번씩 메시지를 보냅니다. 그런데 메일이나 보고서는 몇 번씩 고쳐서 보내면서, 메신저는 생각나는 대로 바로 보낼 때가 많습니다. 짧은 글이니 대충 써도 된다고 여겼던 것 같습니다. 보고서는 고쳐 주시는 분이라도 있는데, 메신저는 다들 알아서 쓰니까요.
그런데 돌이켜 보면 답이 늦게 왔던 메시지들은 상대가 바빠서만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제 메시지만 봐서는 제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기 어려운 경우가 꽤 있었거든요. 질문인지 공유인지 모를 메시지, 세 번에 나눠 보내서 앞뒤를 맞춰 읽어야 하는 메시지, 무엇을 해 달라는 건지가 마지막 줄에 숨어 있는 메시지 같은 것들이요. 그 뒤로 메신저 쓰는 방식을 조금씩 바꿔 왔는데, 오늘은 그중에 오래 남은 것들을 차근차근 적어 보겠습니다.
1. 인사와 용건은 한 메시지에 담습니다
제일 먼저 고친 건 인사만 따로 보내는 습관이었습니다. 예전에는 "안녕하세요, ○○님" 한 줄을 먼저 보내 놓고 답이 오기를 기다렸다가 용건을 꺼냈습니다. 바로 용건부터 말하면 무례해 보일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받는 쪽에서 생각해 보면 인사 한 줄만 와 있는 메시지는 좀 곤란합니다. 무슨 일인지 모르니 답을 하기도 애매하고, 그렇다고 그냥 두기도 신경이 쓰입니다. 그 사이에 저는 저대로 답을 기다리느라 다른 일을 못 하고요.
그래서 지금은 인사와 용건을 한 메시지에 같이 씁니다. "안녕하세요, ○○님. 다음 주 행사 안내문 관련해서 한 가지 여쭤볼 게 있습니다." 이렇게 인사 바로 뒤에 무슨 일인지를 붙이고, 그 아래에 여쭤볼 내용을 이어서 적습니다. 그분은 메시지를 한 번 열어서 바로 답할 수 있고, 저도 기다리는 시간이 줄었습니다. 처음에는 무례해 보일까 걱정했는데, 인사는 그대로 하고 용건을 바로 뒤에 붙였을 뿐이라 그런 말을 들은 적은 없었습니다.
그다음은 첫 줄이었습니다. 메신저는 알림 창에 첫 줄만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대는 그 첫 줄만 보고 지금 열어 볼지, 나중에 볼지를 정합니다. 그래서 저는 첫 줄에 이 메시지가 무엇인지를 적으려고 합니다. 답이 필요한 질문인지, 확인만 해 주시면 되는 공유인지, 무언가를 해 달라는 부탁인지입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입니다.
1) 답이 필요할 때: "회의 시간 정해 주셔야 할 게 하나 있습니다. 오늘 오후 3시까지 답 주시면 됩니다."
2) 확인만 필요할 때: "공유드립니다. 따로 답 안 주셔도 됩니다."
3) 부탁할 때: "자료 하나 부탁드려도 될까요? 금요일 오전까지 필요합니다."
특히 언제까지 답이 필요한지를 같이 적으면 상대가 순서를 정하기가 쉬워집니다. 아무 날짜 없이 보내면 상대는 이게 지금 당장인지 다음 주에 해도 되는지를 알 수가 없어서, 급하지 않은 일을 급하게 처리하시거나 급한 일을 뒤로 미루시게 됩니다. "답 안 주셔도 됩니다"라는 한 줄도 생각보다 쓸모가 있었습니다. 받는 분이 "확인했습니다"를 쓰느라 하던 일을 멈추지 않아도 되니까요.
반대로 꼭 답이 필요한 메시지인데 답이 필요하다는 말이 없으면, 그냥 읽고 넘어가실 때가 많습니다. 공유인 줄 아신 거죠. 저도 예전에는 질문을 메시지 중간쯤에 슬쩍 넣어 두고, 답이 안 오면 혼자 서운해했던 적이 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답을 달라고 한 적이 없으니 답이 안 오는 게 당연했습니다. 그래서 질문이 있는 메시지는 첫 줄에 "여쭤볼 게 하나 있습니다"라고 먼저 밝히고, 질문 문장은 물음표로 끝나게 따로 한 줄로 떼어 둡니다.
용건이 여러 개일 때는 번호를 붙여 한 메시지에 담습니다. 한 줄씩 끊어서 여러 번 보내면 받는 분 화면에 알림이 여러 번 울리고, 답도 어느 메시지에 대한 건지 헷갈리게 됩니다. 번호를 붙여 두면 그분도 "1번은 이렇게, 2번은 확인해 보고 말씀드릴게요"처럼 번호로 답을 주셔서, 대화가 꼬이지 않았습니다.
고를 게 있는 질문은 보기를 같이 드립니다. "언제가 편하세요?"보다 "목요일 2시나 금요일 10시 중에 괜찮으신 시간이 있을까요?"처럼요. 저는 일을 할 때 1안, 2안, 3안을 만들어 가는 버릇이 있는데, 메신저에서도 비슷하게 하게 됐습니다. 보기가 있으면 받는 분은 하나만 고르시면 되니까 답이 훨씬 빨리 오더라구요.
같은 내용을 고쳐 보면 차이가 좀 더 잘 보입니다. 예를 들어 이런 메시지를 받았다고 생각해 보면요.
"안녕하세요"
"혹시 지난번 자료 있으세요?"
"아 그리고 다음 주 회의도요"
이걸 받으면 지난번 자료가 어떤 자료인지, 다음 주 회의의 무엇을 묻는 건지, 언제까지 답해야 하는지를 하나도 알 수 없습니다. 같은 용건을 한 메시지로 고치면 이렇게 됩니다.
"안녕하세요, ○○님. 두 가지 여쭤볼게요. 1) 지난주 회의 때 보여 주신 고객 설문 결과 파일을 받을 수 있을까요? 2) 다음 주 회의를 화요일 오전으로 옮겨도 괜찮으실까요? 목요일까지만 답 주시면 됩니다."
글자는 조금 늘었지만 상대는 이 메시지 하나로 바로 답을 하실 수 있습니다. 고치지 않고 보냈다가 질문이 다시 오가는 데 드는 시간이 생각보다 길다는 걸, 저는 몇 번 겪고 나서야 좀 알게 된 것 같습니다.
파일이나 링크를 보낼 때도 한 줄을 붙입니다. 파일만 덩그러니 보내면 상대는 이게 무슨 파일인지, 다 읽어야 하는지부터 열어 봐야 압니다. 그래서 "지난달 설문 결과입니다. 3쪽 표만 보시면 됩니다"처럼 무엇인지와 어디를 보면 되는지를 같이 적습니다. 바쁜 분일수록 이 한 줄이 있으면 파일을 여는 시간이 짧아지고, 답도 조금 더 빨리 돌아옵니다.
2. 글에는 표정이 없다는 걸 기억합니다
메신저를 쓰면서 가장 조심하는 건 말투입니다. 얼굴을 보고 하는 말은 표정과 목소리가 같이 가니까 짧게 말해도 오해가 적은데, 글은 글자만 갑니다. 아무 뜻 없이 보낸 "네" 한 글자가 받는 분께는 기분이 상한 것처럼 읽힐 때도 있습니다. 같은 "네"라도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진행할게요"라고 보내면 훨씬 부드럽게 읽힙니다.
참고로 저는 업무 메시지 끝에 ^^를 자주 붙이는 편입니다. 처음에는 너무 가벼워 보이지 않을까 싶었는데, 짧은 메시지일수록 이 표시 하나가 차갑게 읽히는 걸 꽤 막아 주더라구요. 물론 윗분께 드리는 공식적인 보고나 사과를 드려야 하는 메시지에는 붙이지 않습니다. 무엇을 붙일지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보내기 전에 '이걸 받는 사람 표정이 어떨까' 하고 한 번만 떠올려 봐도 말투는 꽤 달라집니다.
보내는 시간도 조금 신경을 씁니다. 늦은 밤이나 주말에 업무 메시지를 받으면, 내용이 아무리 부드러워도 누구든 마음이 편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늦게 생각난 일은 바로 보내지 않고 적어 두었다가 다음 날 아침에 보내거나, 예약 전송 기능이 있으면 출근 시간에 맞춰 보냅니다. 정말 급한 일이 아니라면 기다리는 몇 시간 사이에 일이 크게 달라지는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오히려 아침에 다시 읽어 보면 밤에 쓴 메시지에서 고칠 곳이 한두 군데씩 꼭 보였습니다.
단체방은 또 조금 다릅니다. 단체방에서 "이거 확인 부탁드립니다"라고만 쓰면 누가 확인해야 하는지가 흐려져서, 다들 다른 분이 하겠거니 하고 넘어가는 일이 생깁니다. 그래서 단체방에서는 해 주셔야 할 분의 이름을 첫머리에 부릅니다. "○○님, 이 표 숫자만 한 번 확인 부탁드립니다." 이렇게 이름이 들어가면 그분도 자기 일인 줄 바로 아시고, 나머지 분들은 마음 편히 넘기실 수 있습니다.
가끔은 메신저로 같은 이야기를 대여섯 번 넘게 주고받고 있다면, 저는 그게 글로 풀기 어려운 이야기라는 신호로 봅니다. 그럴 때는 "잠깐 이야기 나눠도 될까요?" 하고 얼굴을 보거나 짧게 통화로 정리합니다. 그리고 이야기가 끝나면 정한 것을 메신저에 한 줄로 다시 남깁니다. "방금 이야기한 대로 자료는 금요일까지 제가 정리해서 드리겠습니다." 이 한 줄이 없으면 며칠 뒤에 서로 기억하는 내용이 조금씩 달라져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건 저도 아직 잘 안 되는 부분인데요. 일을 하다 보면 서운하거나 답답한 메시지를 받을 때가 있는데요. 그럴 때 바로 답을 쓰면 저도 모르게 말이 날카로워집니다. 얼굴을 보고 하는 말이었다면 표정으로 누그러뜨렸을 말이, 글로 가면 그대로 남습니다. 그래서 그런 답장은 써 두기만 하고 10분쯤 다른 일을 하다가 다시 읽어 봅니다. 다시 읽으면 대부분 한두 문장은 지우게 되더라구요. 그리고 꼭 해야 하는 말이라면, 메신저보다는 직접 만나서 하는 쪽을 고릅니다.
잘못 보낸 메시지는 이렇게 고칩니다. 날짜나 숫자를 잘못 적어 보냈다면, 조용히 지우고 다시 보내지 않고 "앞에 보낸 날짜를 정정합니다. 목요일이 아니라 금요일입니다"처럼 고쳤다는 걸 분명히 남깁니다. 지우고 다시 보내면 상대가 이미 앞의 메시지를 읽으셨을 때 무엇이 맞는지 헷갈리시게 됩니다. 조금 민망하긴 해도, 고친 흔적을 남겨 두는 편이 서로 덜 헷갈렸습니다.
반대로 제가 받는 쪽일 때는요. 바로 답을 드리기 어려운 메시지를 받으면, 일단 받았다는 것만이라도 먼저 알려 드립니다. "확인했습니다. 자료 보고 오후에 답드리겠습니다." 이 한 줄만 있어도 보낸 분은 기다리는 동안 마음이 편해집니다. 예전에는 제대로 된 답을 드리고 싶어서 다 알아본 뒤에 한 번에 답하려고 했는데, 그 사이에 보낸 분은 제가 메시지를 못 본 줄 알고 다시 묻곤 하셨습니다. 요즘은 메신저마다 메시지에 반응 표시를 남기는 기능이 있어서, 확인만 하면 되는 메시지에는 그걸로 답을 대신하기도 합니다. 다만 무언가를 해 달라는 메시지에는 반응 표시만 남기지 않고 꼭 글로 답합니다. 반응 하나로는 "읽었다"는 건지 "하겠다"는 건지가 분명하지 않아서, 나중에 서로 다르게 기억하는 일이 생기더라구요.
그래서 요즘은 메시지를 보내기 전에, 받는 분이 이 메시지 하나만 보고 바로 답하거나 바로 움직일 수 있는지를 한 번 더 읽어 봅니다. 질문이 하나라도 다시 돌아올 것 같으면 그 답을 미리 넣고, 무엇을 원하는지가 첫 줄에 없으면 순서를 바꿉니다. 이렇게 읽어 보는 데 걸리는 시간은 몇 초 정도인데, 메시지가 오가는 횟수는 확실히 줄었습니다.
적고 보니 바꾼 게 꽤 많아 보이는데, 사실 다 보내기 전에 상대 자리에서 한 번 읽어 보는 데서 나온 것들인 것 같습니다. 메일 한 통에는 몇 분씩 공을 들이면서 하루에 제일 많이 쓰는 메시지에는 몇 초도 안 썼던 게, 지금 생각하면 좀 이상하기도 하네요.
내일 출근하면 첫 메시지를 보내기 전에 한 번만 다시 읽어 보려고 합니다. 이 메시지 하나로 상대가 바로 답할 수 있는지요. 다들 메신저 쓰실 때 꼭 지키는 습관이 있으신가요? 저도 알고 싶습니다 :)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
"진짜 일을 잘한다는 것 2"는 월·수·금 아침 8시에 이어집니다. 구독해 두시면 새 글이 올라올 때 알려 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