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 두꺼운 바카라을 두 장으로 줄이는 법

그동안 적어 온 공부 이야기를 한데 모았습니다

by김도경 dkkim

안녕하세요, 김도경입니다. 어느덧 한 주의 끝 금요일입니다.

한 주 동안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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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을 준비하던 때, 교재 한 권을 다섯 번 손으로 베껴 쓴 적이 있습니다. 300쪽짜리 바카라이었습니다.


같은 바카라을 반복해서 쓰다 보니, 쓸 때마다 남기는 양이 조금씩 줄어들더라구요. 이미 아는 건 손이 먼저 건너뛰고, 헷갈리는 것만 남았습니다.


그리고 다섯 번째 필사를 할 때는 300쪽짜리 교재가 A4 두 장으로 요약되어 있었습니다. 그때도 신기했고, 지금 생각해도 좀 신기합니다.


그때 좀 알게 된 것 같습니다. 공부는 넣은 걸 반복하면서 계속 줄여 가는 일이구나,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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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진짜 일을 잘한다는 것' 2권 이야기를 이어 갑니다. 이번에는 제가 2024년 겨울에 일곱 편이나 연달아 썼던 주제, '공부'를 다뤄보려 합니다. "공부는 왜 해야 할까요" 세 편과 "시험의 기술" 네 편, 그리고 투자자산운용사 시험을 준비하며 남긴 기록들까지, 흩어져 있던 이야기를 한 편으로 묶어 보았습니다.


1. 공부는 왜 하는가


예전 글에 적었던 이유를 모아 보니 이랬습니다. 막연한 생각을 구체적으로 만들기 위해서, 머릿속에 재료를 쌓아 두기 위해서, 그리고 혼란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 사이토 다카시의 말을 빌려 "공부의 목표는 성과가 아니라 흔들리지 않을 내공을 갖는 것"이라고 적어 두기도 했습니다.


그중 제일 와닿았던 건 암기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많은 분들이 암기를 창의성의 반대라고 생각하는데, 저는 오히려 창의성의 바탕이라고 느꼈습니다. 머릿속에 재료가 없으면 새로운 생각도 나오지 않더라구요. 공식을 외워야 문제를 다르게 풀 수 있고, 어휘를 알아야 생각을 다르게 표현할 수 있었습니다.


2. 어떻게 하는가


방법은 결국 세 가지로 모였습니다.


1) 한 권으로 모으기 : 주 교재 하나를 정하고, 다른 바카라에서 다르게 말하는 부분만 그 옆에 적어 넣습니다. 이른바 단권화입니다. 한 권이 점점 두꺼워지다가, 반복할수록 다시 얇아집니다.

2) 기출에서 출발하기 : 기출문제를 풀다가 그 문제가 교재 어디에서 나왔는지 찾아 표시합니다. 아는 문제는 O, 모르는 문제는 X, 애매하게 맞힌 문제는 / 로 표시해 두는데요. 시험장에서 실수하는 건 대부분 그 / 였습니다.

3) 적고, 말해 보기 : 눈으로만 보면 남는 게 없더라구요. 손으로 쓰고, 바카라을 덮은 채 입으로 꺼내 봅니다. 복싱의 원투 동작도 남에게 설명하려고 하면 그제야 제가 어디를 모르는지 보였습니다.


3. 공부할 때 붙잡는 마음


공부를 하다 보면 외로운 순간이 꼭 옵니다. 예전 글에 외로움이 공부의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적었는데요. 조용히 혼자 있는 시간에야 제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가 보였습니다.


그리고 확신이 서지 않을 때는 속으로 이렇게 되뇌었습니다. "망해도 괜찮아, 다른 게 나를 기다리고 있어." 이 말이 생각보다 꽤 큰 위로가 되더라구요. 우울하거나 현타가 올 때는 헷갈리는 개념을 A4 용지에 냅다 적어 내려갔습니다. 손을 움직이다 보면 마음이 먼저 차분해졌습니다.


시험 날에는 옆 사람을 보지 않았습니다. 다른 분들이 일찍 끝내고 나가도 끝까지 앉아서 문제를 풀었습니다. 끝까지 남아 있는 것도 실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4. 일에서 다시 만난 공부


시험이 끝나고 일을 시작하니, 그때 했던 공부법이 그대로 쓰이더라구요. 새로운 업무를 배울 때도 자료를 한 문서로 모으고(단권화), 지난 사례에서 출발하고(기출), 배운 걸 동료에게 설명해 봅니다.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나누는 메타인지는 공부보다 오히려 일할 때 더 필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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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그 다섯 번째 필사를 떠올려 보면, 300쪽이 두 장이 됐다고 해서 나머지 298쪽이 사라진 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이미 제 머릿속에 들어가 있어서 더 적을 필요가 없었던 거겠죠. 공부도, 일도 결국 그렇게 쌓아서 줄여 가는 일이었습니다.


혹시 요즘 새로 배우는 게 있으시다면, 이번 주말에 배운 걸 A4 한 장으로 줄여 보시면 어떨까요. 다음 화에서도 그동안 적어 온 주제 하나를 골라 같은 방식으로 모아 보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주말 보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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