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화 - 누구나 바로 알아듣게 말하는 법

그동안 적어 온 구체화 이야기를 한데 모았습니다

by김도경 dkkim

안녕하세요, 김도경입니다. 어느덧 한 주의 중간인 수요일입니다.

날씨가 많이 쌀쌀해졌습니다. 감기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오늘은 '진짜 일을 잘한다는 것' 2권 5화입니다. 지난 화에서는 구조화의 짝꿍인 '문해력'에 관한 글을 모아보았는데요. 이번에는 그 두 단어를 밑바닥에서 단단히 받치고 있는 '구체화'를 다뤄보려 합니다.


'구체화'는 그동안 제목으로 써 본 적이 없는 단어입니다. 그런데 옛 글들을 다시 읽어 보니, 업무 요청이나 태도를 쓸 때도, 공부와 글쓰기를 말할 때도 이 단어가 빠지지 않고 들어가 있더라고요.


구조화로 생각을 정리하고 문해력으로 상대의 뜻을 읽어내도, 정작 제 말과 글이 막연하면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표현이 추상적이고 모호할수록 상대방에게 제 뜻을 명확히 전달하기 어렵고, 저 또한 정보를 전달받을 때 확실하게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구체화'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한데 묶어보았습니다. 제가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한 2024년의 글을 시작으로 일하는 태도, '공부는 왜 해야 할까요', 글쓰기, 그리고 여러 생각들까지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구체화'와 관련된 글들을 한 편으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구체화가 무엇인지, 왜 필요한지, 어떻게 하고 어디에 쓰는지 차근차근 풀어보겠습니다. 긴 글이지만 재밌게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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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구체화란 무엇인가


구체적으로 말하라는 말은 참 많이 듣는데요. 정작 어떻게 하면 구체적인 건지는 누구도 잘 알려 주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동안 적은 글들을 다시 모아 보니, 제가 내린 정의는 이랬습니다.


- 요청을 실행 가능한 액션으로 바꾸어 전달하는 일 (2024)

- 막연한 생각을 명확한 계획으로 바꾸는 일 (2024)

- 머릿속에 액체처럼 떠다니는 고민을 글로 고체화하는 일 (2024)


한 줄로 줄이면 이렇습니다. 형용사가 있던 자리에 동사와 숫자를, 추상적인 개념과 무엇을 해야 할지만 있던 자리에 '어떻게'와 '동작'을 넣는 것. 다시 말해 듣는 사람이 바로 움직일 수 있게 말하는 것입니다.


2. 왜 구체화가 필요한가


먼저 실행이 되기 때문입니다. 2024년 "태도"라는 글에 추상적인 말은 실행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적었는데요. "생각해 볼게요"라는 말에는 언제, 무엇을이 없으니 아무도 움직이지 않습니다. 반대로 "노트에 적고 목록을 만들어 볼게요"라고 하면 그 자리에서 할 일이 생깁니다.


그리고 서로 다른 그림을 보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빨리'라는 말을 들으면 저는 오늘 안에, 상대는 이번 주 안에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많이', '충분히', '대략'도 마찬가지입니다. 각자 머릿속에 다른 숫자가 들어 있는데 같은 그림을 보고 있다고 믿는 거죠. 숫자가 없으면 상대는 제 머릿속을 맞혀야 하고, 숫자가 있으면 자기 일정만 꺼내 보면 되더라구요.


마지막은 신뢰입니다. 아무리 똑똑해 보이려 노력해도 실행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이 없으면 신뢰를 잃게 됩니다. 추상적이고 과장된 표현은 경험 많은 분들 앞에서 특히 금방 드러나고요. 그래서 예전 글에 영리한 척을 버리고 구체적으로 말하자고 적어 두었습니다.


3. 어떻게 하는가


방법도 글마다 조금씩 다르게 적었는데, 모아서 순서대로 놓아 보면 이렇습니다.


1) 형용사를 숫자로 : "대략적인 데이터를 정리해 주세요" 대신 "지난 3개월 판매 데이터를 그래프로 정리해 주세요"라고 말합니다. "빨리 주세요"는 "수요일 오후 2시까지 주세요"로 바꿉니다.

2) 동사를 동작으로 : 예전 글에서 동작형 문장이라고 이름을 붙였던 건데요. "목적을 의식하자"보다 "목적을 컴퓨터 배경화면에 적어 두자"가 사람을 움직입니다. "계획을 세운다"는 "한 달치 달력을 만들어 목표를 적는다"로 바꿉니다.

3) 처음 듣는 사람에게 설명하듯 풀기 : 어려운 단어가 나오면 초등학생도 알아듣게 한 줄로 풀어 봅니다. 안 풀리면 아직 제가 그 말을 모르는 거였습니다.

4) 정보는 세 가지까지 : 사람은 한 번에 많은 걸 기억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포인트는 세 가지입니다"라고 먼저 말하고, 나머지는 과감히 버립니다.

5) 질문도 구체적으로 : "이게 왜 이렇게 됐죠?"보다 "이 부분의 진행 상황과 해결 방안을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라고 묻습니다. 구체적인 질문은 때로 상대의 진심을 끌어내기도 하더라구요.

6) 다시 한 줄로 올려 보기 : 구체적으로 풀어 놓은 걸 다시 한 줄로 줄여 봅니다. "업무 진행이 느려요"라는 현상에 '정보 전달의 지연'이라고 이름을 붙여 보는 식입니다. 숫자와 동작만 늘어놓으면 나무만 보고 숲은 못 보게 되니까요.


업무를 요청할 때는 이 세 가지를 꼭 넣으려고 합니다.


'무엇을 원하는지 (결론)'

'왜 필요한지 (배경과 의도)'

'어떻게, 언제까지 하면 되는지 (예시와 기한)'


4. 어디에 쓰는가


업무를 요청할 때는 "기획서를 보완해 주세요"보다 "기획서의 예산 부분을 숫자로 추가하고 표를 넣어 주세요"라고 적습니다. 그러면 상대가 되묻지 않고 바로 일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계획을 세울 때는 한 달치 달력에서 오늘 할 동작까지 내려 적습니다. 바카라이나 강의에서 배운 것도 바로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문장으로 바꿔서 정리해 두는 편입니다.


숫자를 다룰 때도 그렇습니다. 공부하면서 알게 된 건데, 금융회사는 막연한 공포를 숫자로 바꾸어 관리하더라구요. "얼마나 잃을지 모른다"를 숫자로 확정해 두고 나면 그 안에서 움직일 수 있습니다. 일도 비슷해서, "한 70%는 되지 않을까요?" 같은 느낌 말고 실제 숫자를 뽑아 보면 생각과 다른 경우가 많았습니다.


글을 쓸 때는 흐릿한 생각을 붙잡아 둡니다. 워런 버핏은 생각이 명확하지 않을 때 글을 써 보라고 했다는데요. 머릿속으로 생각한 것과 글로 적은 건 정말 다르더라구요. <거인의 노트>의 표현을 빌리면, 액체 상태의 고민이 글로 적히는 순간 고체가 됩니다.


그리고 요즘은 AI에게 일을 시킬 때도 씁니다. "보고서 잘 써 줘"라고 하면 뭉뚱그린 답이 돌아오고, "읽는 사람은 팀장님, 분량은 한 쪽, 첫 줄에 결정할 것 하나"라고 적으면 쓸 만한 답이 돌아옵니다. 도구가 좋아질수록 무엇을 원하는지 구체적으로 말할 수 있어야 그 덕을 보는 것 같습니다.


5. 구조화, 문해력, 그리고 구체화


3화부터 이번 화까지 세 단어를 모아 놓고 보니, 결국 하나로 이어져 있었습니다. 문해력으로 상대의 말과 글을 읽고, 구조화로 제 생각을 정리하고, 구체화로 상대가 바로 움직일 수 있게 전하는 것. 어느 하나만 잘해서는 반쪽짜리더라구요. 처음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자기계발서마다 이 단어들이 빠지지 않고 나왔던 이유를 이제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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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한데 모아 놓고 보니, 제가 구체화에 대해 하고 싶었던 말도 결국 하나였던 것 같습니다. 형용사를 숫자로, 개념을 동작으로 바꿔 보는 것. 거창하고 멋있는 어휘보다 이 작은 습관 하나가 일을 되게 하고 팀원들이 디렉션을 듣고 바로 실행할 수 있게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혹시 오늘 누군가에게 "빨리", "잘" 같은 말을 쓰셨다면, 그 자리에 숫자 하나를 넣어 보시면 어떨까요. 다음 화에서도 그동안 적어 온 주제 하나를 골라 같은 방식으로 모아 보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 한 주도 고생 많으시구요. 남은 한주도 화이팅입니다.

월, 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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