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한국이 언젠가부터 예체능이 붐일 뿐만 아니라 실제로 성과도 정말 좋다. 특히 요즘 한국은 "발레"가 대세 아닐까. 그래서 그런지 유튜브를 보다 보면 기존에 스포츠를 다루던 채널에서 발레 콩쿠르 우승자들을 소개하거나 콩쿠르 우승으로 라이징 스타가 된 무용수들 덕분에 발레에 이제 막 입덕한 사람들이 쓴 댓글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발레에 입문하고 관심을 가지게 된 현상은 발레 애호가로써 무척 기쁜 일이다.
그런데 가끔씩 오류가 담긴 내용이나 댓글들을 접할 때가 있다. 예를 들어 유튜브 스포츠 채널에서 발레 콩쿠르 우승자들을 소개하면서 무용수들이 춘 베리에이션을 피겨나 리듬 체조의 안무와 비슷하겠거니 생각을 하고 소개를 한다든지, 발레를 하기에 적합한 신체 기준이 너무 엄격하다며 시대에 맞춰 변화되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댓글들을 종종 발견했다.
그래서 오늘은 발레에서 말하는 신체기준이 어째서 그리도 엄격한지, 일반인들은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말도 안되는 신체기준을 발레에서는 왜 그렇게도 유난을 떠는지에 관해 취미발레 N년차, 발레 애호가로써 발레 선생님들의 가르침과 발레 해부학에 나온 내용을 토대로 발레 매커니즘을 나름대로 요약 정리했다.
1. 발레에서 말하는 "올바르게 서 있기"
인간의 척추는 약간 곡선의 형태이다. (척추만곡. 아래 그림에서 좌측) 그렇다고 척추가 너무 심하게 굽어져 있으면 거북목이 되고 어깨가 올리간다. 즉 승모근이 발달했다는 뜻인데, 발레에서 승모근 발달은 모든 상체 동작이 안 예쁘게 나오는 쥐약이다. 어깨가 결리고 등 근육이 굳고 거북목인 상태로 발레의 폴드브라를 하게 되면 나도 모르게 어깨가 올라가면서 아름다운 팔동작을 하는 것이 아닌 쓸데없이 손끝까지 힘이 들어간 팔동작을 하게 된다.
"머리를 뽑는다는 느낌으로 키 커지세요." , "어깨는 내리고 가슴은 피고 갈비뼈는 닫고 허리는 길게." 등등 발레 수업시간마다 언제나 듣는 선생님들의 가르침. 선생님들의 가르침대로 발레의 기본 자세로 서 있게 되면 자연스럽게 몸의 중심축이 바로 세워지면서 배는 들어가고 골반 정렬이 되고 힙업과 전신의 라인이 정리되는 것은 덤이다. 횡경막 호흡을 하면서 발레 선생님들의 가르침대로 상체는 끌어올리고 어깨는 떨어뜨리는 등 올바르게 서 있는 연습을 엄격하게 하는 이유는 무게 중심을 위로 위로 끌어올리면서 모든 움직임을 빠르고 경쾌하게 할 수 있는 토대가 되기 때문이다.
* 굳은 등근육을 해결하는 방법 : 폼롤러를 등 뒤에 대고 굴리면서 등 근육을 부드럽게 풀어준다.
2. 발레의 아름다운 팔동작 "폴드브라"
발레에서 팔의 움직임은 그냥 나풀나풀거리는 것이 아니다. 발레에서 올바르게 서 있는 방법이 있듯이 팔동작에도 올바른 신체 사용법이 있다. 예상외로 발레의 팔동작의 핵심은 팔운동이 아니라 등의 날개뼈와 그 주변의 근육을 잘 사용하는 것이다. 팔 그 자체만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닌 등의 날개뼈부터 폴드브라가 시작되면서 춤이 되는 원리이다. 팔동작만으로 폴드브라를 하게 되면 자칫 팔과 손끝에 힘이 들어가거나 어깨가 올라가는 등 불필요한 근육을 사용하게 된다. 등의 날개뼈부터 팔의 움직임이 시작된다고 생각하고 폴드브라를 하면 움직임이 훨씬 부드러워진다.
* 부드러운 "폴드브라"를 하기 위한 스트레칭 : 가슴을 옆으로 피는 스트레칭, 스트레칭 밴드를 이용한 등근육 운동하기
* 발레리나의 등근육과 폴드브라의 움직임을 잘 감상할 수 있는 대표적인 작품 : 미하일 포킨의 <빈사의 백조>
https://youtu.be/PKwsG7gS2r0?si=DUNPG7zjXTZXF7MV
3. 발레에서 일반적인 해부학에 역행하는 "턴아웃을 하는 이유"
직립보행을 하는 인간은 "턴인"으로 걷는다. "턴인"으로 걷는다는 것은 평상시 우리가 걷는 모습이다. 그런데 발레에서 "턴인"은 6번 다리 포지션으로 스트레칭이나 워밍업을 하는 것 외에는 "턴인"으로 수행하는 동작은 거의 없다. 발레에서는 고관절부터, 좀 더 정확히는 엉덩관절부터 시작해서 허벅지 안쪽을 바깥쪽으로 돌리는 "턴아웃"을 정상이라고 말한다. 즉 일반적으로 정상이라고 말하는 인간의 해부학을 역행하는 것이다. 이처럼 정상적인 인간의 신체구조로 걷는 것을 비정상이라고 생각하는 발레의 세계에서는 완벽한 턴아웃으로 하체 동작을 잘 수행했을 때에 정상이라고 말하면서 발레를 하기에 좋은 신체구조를 가졌다고 칭송한다.
세계 최초의 스타 발레리노인 태양왕 루이 14세의 초상화를 보면 약 45도로 턴아웃한 다리로 위풍당당하게 4번 포지션으로 서 있는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자신이 직접 발레를 추면서 발레를 통해 절대군주로서의 입지를 다졌던 루이 14세는 발레의 문법을 체계화하기 위해 왕립 무용 아카데미를 설립했다. 왕의 든든한 지원 아래 발레의 발전에 기여한 댄싱 마스터들은 발레의 기본이 되는 포지션과 동작을 수행하는 원리, 규칙들을 쳬계화하면서 제도화시켰다.(당스데꼴)
이후 발레 교수법은 계속 발전했다. 18세기 중반 이후부터 발전하기 시작한 발레 해부학을 토대로 발달하기 시작한 발레 클래스는 19세기 초에 이르자 드디어 오늘날의 발레 클래스와 비슷하게 정립되었는데, 과학적으로 설계된 발레 클래스는 춤을 변화시켰고, 발전된 춤은 또다시 발레 클래스를 발전시키면서 발레 해부학도 더욱 함께 발전했다. 무릎부터 바깥쪽으로 돌렸던 45도 각도의 턴아웃이 오히려 무용수들의 무릎 부상으로 이어지고 차라리 아예 엉덩관절(6개의 근육)에서부터 외회전하는 턴아웃이 오히려 부상을 줄인다는 것을 발견하는 등 움직임의 원리에 대한 과학적인 근거가 제시되었다. 완벽한 턴아웃에 기반하여 설계된 발레 클래스는 중심축이 흔들리지 않으면서도 동작을 수행하는 다리가 어느 방향으로 가든 가볍게 움직이고 가동범위가 넓어지는 획기적인 테크닉을 고안하고 발전시켰다.
발레의 형식과 규칙을 철저히 지키면서 해부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혹독한 발레 훈련을 받은 끝에 최초로 최고의 수혜를 받은 발레리나가 있었으니 바로 낭만주의 발레의 상징이 된 발레리나 마리 탈리오니이다. 철저하게 당스데꼴을 지키면서 고된 훈련을 받았던 마리 탈리오니는 낭만주의 시대에 최고의 발레 스타가 되면서 발레의 역사를 바꿔놓았다.
* 무릎에 무리가 가지 않게 턴아웃 하기 : 제대로 서 있기 위한 척추와 턴아웃을 위한 6개의 근육을 의식하면서 발끝과 무릎, 턴아웃한 고관절의 각도가 일직선을 이루며 일치하는지를 잘 체크한다. 각도가 맞지 않으면 무릎 손상이 오기 때문에 턴아웃은 할 수 있는 만큼만 한다.
* 턴아웃을 위한 6개의 근육 : 외회전근이라고도 불리운다. 엉덩이 안쪽에 숨어있는 작은 근육으로 이상근, 내폐쇠근, 상쌍자근, 하쌍자근, 외폐쇄근, 대퇴방형근을 말한다. 이때 엉덩이의 큰 근육을 중요시 하지 않는 이유는 이 근육들을 주로 사용하면 탄아웃의 범위가 좁아지고 요통이나 하체비만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턴아웃을 할 때에는 미세하게 6개로 나뉘는 엉덩이 안쪽 근육을 사용한다.
"정확한 턴아웃은 춤의 움직임을 좌우한다. 가짜 턴아웃은 부상의 원인이다." - <발레 자세 교정 핸드북> p. 11
4. 일반인들은 도무지 이해못하는 발레의 집착 "발등고(발등의 아치)" - "그 놈의 발등고가 뭐길래?"
지금이야 살아있는 레전드로 불리우지만 정작 발레 학교 재학시절에는 그다지 눈에 띄는 학생은 아니었다는 발레리나 다이애나 비쉬네바. 그 이유가 그녀의 발등이 아치가 아니어서 발레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반면에 스베틀라나 자하로바의 리즈 시절 영상은 지금까지도 레전드로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다. 역시 이유는 자하로바의 독보적인 신체조건과 유난히도 아름다운 발등고 때문이다. 이처럼 발레 무용수들의 신체조건은 그 자체만으로도 타고난 재능이라 여기며 찬탄과 평가의 대상이 된다.
"그 놈의 발등고가 뭐길래? 그게 뭐 중요해? 그렇다고 발레를 할 수 없는 것도 아니고 너무 잔인하잖아."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원래 발레는 잔인한 예술이다. 타고난 것도 재능이 되는 것이 발레이다.
그래서 하다하다 못해 얼굴 성형수술도 아니고 발등 성형수술을 받은 발레리나가 있었으니 바로 미국의 발레리나 젤시 커클랜드이다. 무용수들의 등용문으로 불리우는 국제 콩쿠르에서도 출전 무용수들의 발레 피지컬과 잘 훈련된 발은 평가의 대상이 된다. 이처럼 훈련이 잘 된 발도 좋지만 기왕이면 타고난 것이 더 좋다. 어쨌든 오늘도 수많은 발레 전공생들이 무용실에서 잘 훈련된 발등고를 만들기 위해 고스틱 포인기 등으로 힘들게 발등을 늘리고 노력하는 과정은 정말 눈물겹다.
확실히 '발등고'도 타고나는 영역이다. 발레를 전혀 모르는 시어머니의 발등이 유난히 아치를 이루며 고가 아름답다는 어느 취미발레인의 증언을 보면 말이다. 그런데 정작 시어머니는 유독 톡 튀어나온 발등 때문에 신발 신기가 매우 불편하다고 하셨단다. 이처럼 일반인들한테는 불편감만 안겨주는 발등고를 발레에서는 어째서 유난스레 집착을 할까?
이유는 낭만주의 시대에 토슈즈가 처음 등장하면서부터 발등에 대한 집착이 시작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여기서 조금 더 근본적인 이유로 들어가면 사실은 발레 해부학과 연관된 동작 수행과 관련이 있다. 아름다운 발등고를 만들어주는 진짜 근육은 발바닥의 근육 즉 발바닥의 고유근이다. 이 고유근이 아치형으로 잘 발달이 되어있는 무용수들은 발등을 늘리면서 발끝 포인을 했을 때 발등고가 아름답게 나온다. 다시 말하면 평발을 가진 사람은 발레를 할 때에 불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는 뜻이다.
발레에서 발바닥 고유근은 매우 중요하다. 발바닥의 근육이 발등의 아치를 만들어주면서 중심축을 잘 잡아주기 때문이다. 균형을 잘 잡은 중심축은 신체를 지탱하면서 여러가지 동작수행을 원활하게 만들어주는 등 발레 테크닉의 향상으로 이어진다. 발바닥의 고유근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면 쑤쑤(를르베)로 제대로 서 있기가 힘들다.
* 발바닥의 고유근을 향상시키기 : 스트레칭 할 때에 포인 - 데미 포인 - 플렉스를 거쳐서 연습하기, 바워크 시 탕뒤를 할 때에 발바닥으로 바닥을 정확히 쓸어서 발등을 늘리며 발끝 포인하기, 발레바를 잡고 6번 포지션으로 선 후 데미 포인을 거쳐서 포인으로 서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발목을 늘려주는 종아리 스트레칭 하기
발레는 신체조건부터 하나하나 정답이 정해져 있는 춤이다. 즉 철저하게 당스데꼴을 지키면서 춰야하는 춤이다. 그럼에도 최고의 발레 무용수들부터 취미 발레인들까지 발레는 정답이 있음에도 정답에 도달할 수 없는 춤이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닿으려고 다가가지만 닿을 수 없는 존재. 끝내 전하지 못하는 혼자만의 짝사랑처럼. 그걸 알면서도 놓지 못하고 빠져든다. 닿을 수 없기에 미련이 남고 애틋하다. 턴아웃을 하고서 발끝 포인으로 날아오르는 춤은 지구상에 "발레"밖에 없다. 그래서 "발레"이다.
참고 및 인용한 문헌
https://fishingproductfr.com/@1645b8e591c6476/435
https://fishingproductfr.com/@1645b8e591c6476/454
https://fishingproductfr.com/@1645b8e591c6476/4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