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과 기다림이 빚어낸 무상의 경지
사랑은 인간이 견디기 어려운 지독한 그리움
그 원천은 덧없는 기다림
조급함과 궁금증을 견디지 못해
<고도를 기다리며>의 마지막 장을 덮어버리는
소인배인 나는 오늘도 허전한 가슴을 안고 살아간다.
천재 시인 백석의 연인, 자야 김영한
평생을 그리움으로 채우고
천억 원의 재산이 그의 시 한 줄만 못하다 하며
기꺼이 내려놓은 마음
법정 스님의 《무소유》를 품고 찾아가
화려했던 요정 대원각을
눈 내리는 길상사로 거듭나게 한 은은한 자비
길상화라는 법명으로 불문에 귀의해
첫눈 내리는 날 뒤뜰에 뿌려진 유골
몸으로도 마음으로도 그 사랑 그릴 수 없어
시인으로 다시 태어나고 싶다던 그녀
그리움과 기다림이 빚어낸 무상의 경지
사랑은 사랑하는 이를 위해 죽는 것이 아니라
뼈저리게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기다리며
그 마음으로 세상을 아름답게 그려내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