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지나면 나타나는 것
성준은 집에 들어올 때마다 예전에 나지 않았던 퀴퀴한 냄새가 느껴졌다. 눅눅한 느낌이 들면서 엄청 고약하진 않지만 그래도 기분 좋지는 않은 냄새. 어떤 곳이 문제인지를 보니 거실의 벽에서 나는 냄새였다.
지금 집으로 이사오기 전 성준은 집의 벽지를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했다. 최대한 단순하고, 비용이 적게 드는 방향으로 집을 수선하려 했던 성준은 거실의 벽지만 고치고 나머지는 그대로 사용하겠다고 업체에 요청했다. 한 면만 제외하고. 그 한 면은 지금의 스타일과는 어울리지 않지만, 포인트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어머니로부터 설득을 당해 그대로 두게 되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성준에게 벽지를 바르지 않은 이 벽은 다소 골칫거리가 되었다. 소파를 놔도, 선반을 둬도 이 벽지와 어울리지 않아 결국 흰색 페인트로 벽을 모두 칠해버렸다. 이웃한 벽의 벽지 색이 옅은 회색을 띠어 다소 차이가 많이 나지 않을까 걱정했으나, 칠하고 보니 그런 차이가 심하게 두드러지지 않았다. 성준은 스스로 칠한 이 흰색 벽을 마치 포옹이라도 할 것처럼 팔을 벌려 붙어보기도 하는 등 매우 자랑스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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