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이 힘들 때, 내가 할 수 있는 것

힘든 사람을 위로하려다 알게 된 사랑의 방법

by키다리아저씨

사랑하는 사람이 힘들어하면 나는 자꾸 무언가를 해주고 싶어진다.

어떻게 하면 괜찮아질까. 어떤 말을 해야 조금이라도 힘이 날까. 어디로 데려가면 잠시라도 웃을 수 있을까. 맛있는 것을 먹으면 나아질까, 바람이라도 쐬면 괜찮아질까.

나는 원래 사랑하는 사람의 문제라면 함께 풀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힘든 일이 생기면 옆에서 방법을 찾아주고, 넘어질 것 같으면 붙잡아주고, 필요하다면 대신 짐을 들어주는 것. 그게 내가 생각하는 사랑의 모습 중 하나였다.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급해진다.

뭔가 해야 할 것 같다.

그런데 요즘은 조금 다른 사랑을 배우고 있다.

사람에게는 누군가의 위로조차 버거운 날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밖으로 나가는 것도, 평소라면 아무렇지 않았을 약속 하나를 지키는 것조차 힘에 부치는 날이 있다.

그럴 때 상대가 혼자 있고 싶다고 하면 처음에는 서운한 마음보다 걱정이 먼저 든다.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닐까. 내가 뭔가 잘못한 건 아닐까. 혼자 있는 것보다 나와 함께 있는 게 조금이라도 낫지 않을까.

사랑하는 사이인데 힘들수록 만나야 하는 것 아닌가. 힘들 때 곁에 있어주는 것이 연인의 역할 아닌가.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것 역시 내가 생각하는 위로의 방식이었다.

누군가에게는 함께 있는 것이 위로가 되지만, 누군가에게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혼자만의 시간이 위로가 될 수 있다.

힘든 사람을 위로하는 방법을 찾아보면 잘 들어주고, 공감해주고, 좋은 말을 건네고, 맛있는 것을 먹고, 함께 산바카라하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물론 모두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가까운 사람을 위로하다 보면 알게 된다.

어떤 날에는 그 모든 것이 통하지 않는다.

“괜찮아질 거야”라는 말조차 부담스러울 수 있고, “힘내”라는 말도 힘이 있어야 받아들일 수 있다. 좋은 곳에 가자는 제안도, 맛있는 것을 먹자는 말도, 밖으로 나와 바람을 쐬자는 말도 누군가에게는 또 하나의 해야 할 일이 되어버릴 수 있다.

그래서 요즘은 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도 조금 기다려보려고 한다.

보고 싶은 마음이 사라져서가 아니다.

오히려 보고 싶기 때문에 기다리는 것이다.

가끔은 그런 생각도 한다.

저 사람이 가지고 있는 힘듦의 절반이라도 내가 가져올 수 있다면 좋겠다고.

하루 정도 대신 힘들어할 수 있다면, 며칠 정도 대신 지쳐줄 수 있다면 나는 기꺼이 그렇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은 그렇게 나눌 수가 없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한 사람이 겪고 있는 시간을 다른 사람이 대신 살아줄 수는 없다.

이 사실이 참 답답하다.

사랑하면 뭐든 해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정작 가장 힘든 순간에는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의 힘든 모습을 바라보는 일에는 생각보다 큰 무력감이 따라온다.

나는 해결해주고 싶은데 해결할 수 없다.

손을 잡아주고 싶은데 지금은 그 손길조차 부담이 될까 걱정된다.

다가가고 싶은데 어쩌면 지금 필요한 것은 내가 한 걸음 물러나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예전에는 연애에서 거리두기라는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사랑한다면 가까이 있어야 하고, 힘들수록 더 자주 연락하고, 더 많이 만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건강한 연애에는 가까워지는 방법만큼 적당히 물러나는 방법도 필요한 것 같다.

혼자 있고 싶다는 말을 거절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

답장이 늦다고 마음이 변했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약속이 취소됐다고 나를 만나기 싫어진 것은 아닐까 혼자 결론 내리지 않는 것.

만나지 못하는 하루를 관계가 멀어지는 하루라고 단정하지 않는 것.

그리고 상대가 다시 움직일 힘이 생길 때까지 내 자리에서 기다리는 것.

어쩌면 이것도 사랑하는 방법일 것이다.

물론 이렇게 생각하면서도 마음 한편에서는 계속 방법을 찾는다.

그래도 내가 뭔가 해줄 수 있지 않을까.

더 좋은 말을 찾으면 되지 않을까.

조금 더 노력하면 웃게 해줄 수 있지 않을까.

아마 이 마음은 쉽게 없어지지 않을 것 같다.

사랑하는 사람이 힘든데 아무렇지 않을 수는 없으니까.

다만 이제는 조금 구분해보려고 한다.

도와주는 것과 해결해주는 것은 다르다는 것을.

나는 옆에서 도울 수는 있지만 그 사람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그리고 어쩌면 해결하려고 애쓰는 것보다 그 사람이 자기 힘으로 다시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이 더 필요한 순간도 있을 것이다.

요즘 내가 배우고 있는 사랑은 무언가를 하는 사랑보다 하지 않는 사랑에 가깝다.

보고 싶어도 기다리는 것.

걱정돼도 계속 묻지 않는 것.

좋은 방법이 떠올라도 당장 권하지 않는 것.

혼자 있고 싶다는 말을 존중하는 것.

그리고 다시 만나고 싶은 날이 왔을 때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반갑게 맞아주는 것.

생각해보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무엇인가를 해주는 것은 생각보다 쉽다.

맛있는 것을 사주는 것도, 좋은 곳에 데려가는 것도, 힘내라고 말하는 것도 할 수 있다.

오히려 어려운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기다리는 일이다.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 동안에도 저 사람이 힘들어하고 있을 것 같아서, 자꾸만 손을 뻗고 싶어진다.

그래서 기다림에도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요즘에서야 조금 알 것 같다.

사랑하는 사람을 힘들게 하는 모든 것을 없애주고 싶은 마음은 여전히 있다.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사랑한다고 해서 그 사람의 인생에 내리는 모든 비를 대신 맞아줄 수는 없다.

비를 멈추게 할 수도 없고, 억지로 우산을 씌워줄 수도 없는 날이 있다.

그럴 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어쩌면 하나뿐일지도 모른다.

비가 그치기를 재촉하지 않는 것.

그리고 그 사람이 언젠가 다시 걸어 나오고 싶어졌을 때, 돌아보면 여전히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이 되는 것.

요즘 나는 그것이면 충분한 사랑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사랑은 항상 손을 잡아주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다시 손을 내밀 수 있을 때까지그 자리에 있어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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