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도 가끔은 도파민이 필요하다.
처음부터 그렇게 진심일 생각은 아니었다.
그저 지나가다 보이는 인형뽑기 기계 앞에서 하나만 뽑아보자는 가벼운 마음이었다.
그런데 그 하나가 문제였다.
분명 잡힐 것 같았던 인형은 출구 앞에서 떨어졌고, 아쉬움은 어느새 오기가 되었다.
이번에는 될 것 같다는 말만 몇 번을 반복했는지 모르겠다.
집게 하나에 기대했다가, 실망했다가, 괜히 화를 냈다가, 결국 인형을 뽑아 들고 아이처럼 좋아했다.
고작 인형 하나에 희로애락을 이렇게 선명하게 느낄 줄이야.
그렇게 우리는 생각보다 많은 인형을 뽑았고, 그만큼 많이 웃었다.
문득 사랑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작은 행동 하나에도 설레고, 별것 아닌 말 한마디에도 마음이 들뜨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모든 것이 익숙한 일상이 된다.
그렇다고 사랑이 식은 것은 아니라 생각한다.
다만 익숙함 속에서도 가끔은 새로운 자극과 설렘이 필요한 것 같다.
도파민이라는 게 꼭 거창한 경험에서만 오는 것은 아니니까.
인형 하나를 뽑겠다고 함께 진지해지고, 실패하면 같이 아쉬워하고, 성공하면 서로를 보며 웃는 것.
어쩌면 그런 사소한 순간들이 사랑을 조금 더 재미있게 만드는 게 아닐까.
돌이켜보면 그날 어떤 인형을 몇 번째에 뽑았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대신 인형이 떨어질 때의 표정과 성공했을 때의 웃음은 또렷하게 남아 있다.
결국 내가 좋아했던 건 인형을 뽑는 행위보다 그 모든 감정을 함께 나눌 사람이 옆에 있다는 사실이었는지도 모른다.
사랑이 매일 설렐 수는 없겠지만, 같은 사람과 새로운 즐거움을 발견하는 일은 계속할 수 있다고 믿는다.
앞으로도 가끔은 이렇게 별것 아닌 일에 진심이 되고 싶다. 물론 다음번에는 조금 덜 오기를 부려야겠지만.
생각해 보면 우리는 인형을 뽑으러 갔지만, 그날 가장 많이 얻은 건 인형이 아니었다.
서로의 새로운 표정과, 함께 웃을 수 있는 또 하나의 이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