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지나간 당신의 말을 마음에 남겨두는 것
예전에는 사랑을 꽤 거창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좋은 곳에 데려가고, 좋은 것을 선물하고, 특별한 날에는 특별한 무언가를 준비하는 것.
그런 것들이 사랑을 보여주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한 사람을 오래 좋아하다 보니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사랑은 생각보다 사소한 곳에 있었다.
함께 걷다가 무심코 했던 말이 있다.
“나 이거 좋아해.”
그때는 그냥 지나간다.
꼭 기억해달라는 말도 아니었다.
그런데 며칠 뒤 혼자 무언가를 고르다가 그 말이 문득 생각난다.
‘이거 좋아한다고 했는데.’
싫어한다고 했던 것도 이상하게 기억에 남는다.
음식을 고를 때 한 번 더 생각하고,
어딘가를 갈 때 그 사람이 좋아할지를 떠올리고,
평소보다 말수가 적은 날에는 괜히 얼굴을 한 번 더 살펴본다.
어느 순간부터 내 선택에는 자연스럽게 한 사람의 취향이 들어와 있었다.
생각해보면 예전의 내 머릿속에는 나에 대한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내가 뭘 먹고 싶은지, 어디에 가고 싶은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그런데 이제는 질문 하나가 더 생겼다.
‘너는 어떨까.’
어쩌면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내 삶의 일부를 내어주는 것보다 먼저
내 생각의 한쪽을 내어주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물론 모든 걸 기억하지는 못한다.
잊어버리기도 하고, 중요한 걸 놓쳐 서운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래도 예전과 달라진 것이 있다면
누군가를 계속 알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는 것이다.
사람은 계속 변하니까.
오래 사랑한다는 건 어쩌면
오래 알고 있다는 뜻이 아니라
계속 알아가겠다는 뜻에 가까운지도 모른다.
나는 아직도 사랑이 정확히 무엇인지 설명하지 못한다.
그래도 하나쯤은 알 것 같다.
좋아하는 것을 기억하고,
싫어하는 것을 기억하고,
별것 아닌 말까지 마음 한쪽에 남겨두는 것.
그리고 그 기억이 필요한 순간
조용히 꺼내놓는 것.
그래서 나는 항상
네가 무심코 지나가며 남긴 말들을 주워둔다.
앞으로도 오래,
너를 기억하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