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는 저녁만 되면 왜 저렇게 예민해지는지 모르겠어요. 낮에는 완전멀쩡하시거든요."
상담하다 보면 정말 자주 듣는 말입니다.
그런데 이 말씀을 하시는 보호자분들 대부분이 붙이는 사족이 있습니다.
"혹시 저희가 뭘 잘못한 걸까요?"
미리 답 드리면, 아닙니다. 잘못한 게 아니라 그냥 그 시간이 되면 나타나는 증상일 뿐입니다.
'일몰증후군'이라는 증상을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해가 지는 시간대에 유독 불안, 초조, 배회, 심하면 언성이 높아지는 행동까지 나타나는 걸 말합니다.
낮에는 저를 보고 "아이고 왔어?" 하며 반갑게 맞아주시던 어르신이, 해 질 무렵이 되면 눈빛부터 달라집니다.
서랍을 뒤지시고, 짐을 챙기시고, "우리 애들 데리러 가야 한다"며 현관문을 붙잡고 실랑이를 벌이시기도 하고요.
그럼 대체 이 시간만 되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걸까요?
정확한 원인은 아직도 의학적으로 완전히 밝혀지진 않았습니다.
다만 유력하게 꼽히는 이유들이 있는데, 하나는 생체리듬의 붕괴입니다.
치매가 진행되면 뇌의 시계 역할을 하는 부위 기능이 흐트러지면서, 낮과 밤을 구분하는 감각 자체가 뒤죽박죽 되는 거죠.
또 하나는 피로입니다.
하루 종일 이런저런 자극을 받아들이고 처리하느라 뇌가 지쳐버리면, 오후 늦게 그 피로가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 겁니다.
우리도 야근하고 파김치 되면 별거 아닌 일에 괜히 예민해지듯이, 어르신들은 그 예민함이 훨씬 격하게, 그리고 방향을 못 잡고 터져 나오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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