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사는 떠들고 다녀야 한다
얼마 전 내 절친한 친구가 결혼했다. 그 친구의 결혼을 앞두고, 나는 현실적인 고민을 했다. 축의금을 얼마 하지…?! 이 정도로 친한 친구의 결혼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내 표준 축의금 테이블에는 ‘베프’라는 항목은 없었다. 마음 같아서는 통 크게 백만 원 턱 주고 싶지만, 축의금 금액을 정할 때는 (내가 결혼을 할 거라는 확신이 없으니까) 돌려받을 생각 없이 줘야 하고, 함께 친한 친구들과도 얼추 비슷한 금액이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대충 30~50만 원 정도로 생각하고 또 다른 베프, 징징이한테 물어봤다.
(얼마 전 인스타 릴스로 <스펀지밥의 법칙>이라는 걸 봤다. 세 명으로 이루어진 무리는 이것저것 제안하고 분위기를 주도하는 스펀지밥과, 스펀지밥의 제안을 덥석 무는 뚱이, 그리고 그 둘이 꺄~ 할 때 감정기복 없이 지켜봐 주는 보호자 역할의 징징이로 구성된다는 법칙이었다. 생각해 보니 내가 스펀지밥, 이번에 결혼하는 친구가 뚱이, 나머지 한 친구가 바로 징징이었다.)
징징이 역시 갈피를 못 잡았고, 나는 선물을 함께 해주는 건 어떠냐고 제안했다. 그냥 돈만 주는 것보다는 더 기억에 남고 의미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음식물처리기 혹은 전기오븐 등, 요리를 좋아하는 뚱이에게 유용할 것 같은 소형가전들이 떠올랐다. 그런데 미국에서 유학 중인 징징이가 말했다. “아, 그런데 뚱이도 내년에 미국으로 유학 오잖아. 미국에서는 음식물 분리수거 안 하고 한꺼번에 버리는데...!” 아… 미국 놈들. 미국으로 갈 걸 생각하면 소형가전 자체가 괜히 짐이 될 것 같았다.
징징이는 며칠 뒤 뚱이와 약속이 있는데 그때 갖고 싶은 걸 물어보겠다고 했다. 그렇게 뚱이를 만나러 간 징징이로부터 실시간으로 연락이 왔다. ‘뚱이가 닌텐도 스위치 2 갖고 싶대!’
스위치 2…? 의외의 항목에 놀랐다. 이 귀여운 녀석… 나도 게임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닌텐도 스위치는 왠지 장난감 같은 느낌이다. 한편으로는 그래서 자기 돈으로 사기에는 뭔가 양심에 찔리고 아까울 수도 있는, 선물로 받기에 너무나 적절한…! 징징이 말로는 스위치가 남자의 로망(?)이라고 했다. 예비신부 분도 그냥 웃으면서 무언의 동의를 했다길래(정말 동의가 맞는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스위치 2를 사주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검색해 보니 헤엑, 장난감 게임기가 70만 원이 넘는다고!? 내 기억에 스위치 1은 30~40만 원 정도 했던 것 같은데, 깜짝 놀랐다. 둘이 같이 내면 축의금 예산 안이었기 때문에 부담은 없었지만, 내 마음속 한 구석에서 “게임기가 70만 원이나 한다고!”하는 고지식한 꼰대의 목소리 한 가닥이 들리는 듯했다. 아아, 내가 이렇게 꽉 막힌 사람이었다니.
아무튼, 스위치를 제가격 주고 사기는 괜히 아깝단 말이야. 분명 더 싸게 살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거야. 나는 출근해서 동기 메신저방에 물어봤다. 거기에는 유부남들과 유부남(진)들이 있었기 때문에 뭔가 꿀팁을 들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왠지 스위치는 유부남들이 좋아할 것 같다는(?) 이미지가 있다. 그리고 유부남들은 싸게 사야 할 것 같다는 이미지도…). 그런데 동기들이 말해준 것에 따르면, 이번 스위치 2는 싸게 사기는커녕 정가로도 구하기 어려울 정도로 인기였다고 했다. 쩝, 그럼 어쩔 수 없지.
우리는 뚱이가 신혼여행에서 돌아올 즈음에 맞춰서 신혼집으로 배송을 시키기로 했다. 보니까 또 세트로 팔기도 하던데, 우리 뚱이가 하고 싶어 하는 ‘리듬천국’이라는 게임은 통 인기가 없는 건지, 팩까지 세트로 파는 상품이 없었다. 그래서 그냥 단품에 팩은 따로 사서 주기로 했다. 그렇게, 뚱이네 부부의 귀국예정일에 맞춰 엊그제 일요일에 주문을 했는데… 아침에, 갑자기 동기 톡방에서 한 오빠가 나를 불렀다.
'소연아, 오늘 오후 2시에 삼성카드에서 닌텐도 스위치 2 핫딜한대! 동물의 숲 포함된 풀세트가 70만 원이래!'
헐 대박! 나도 여기저기 좀 찾아봤기 때문에, 그 가격이 얼마나 매력적인 가격인지 알고 있었다. 70만 원이면 우리가 산 단품보다 쌌다. 거기에 컨트롤러를 비롯한 각종 액세서리와 동물의 숲 팩까지 주는데, 그게 70만 원이라고!?
나는 살짝 고민했다. 우리의 로켓배송은 이미 도착했다는 문자가 왔고, 마찬가지로 해외에서 도착 문자를 받은 뚱이에게서도 고맙다는 연락이 온 상태였다. 그걸 반품하고, 다시 주문을 한다? 한국 도착하자마자 바로 뜯어볼 수 있게 하려던 계획에 차질이 생기는데… 무엇보다 단 25대 한정이라, 내 똥손으로는 어차피 핫딜 성공할 가능성도 별로 없고. 그래도 도전해봐야지 싶었는데, 오후 1시 회의 때문에 핫딜은 까맣게 잊어버리고야 말았다. 아 맞다 스위치! 회의 끝난 뒤에 뒤늦게 들어가 봤지만 25대는 당연히 이미 매진된 뒤였다. 하, 어쩔 수 없지. 그런데 그때 단톡방에 또 다른 오빠가 메시지를 보냈다. '나 스위치 핫딜 성공함'
헐 대박!!! 부럽다고, 나는 까먹었다고 답장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오빠는 그 스위치를 나를 위해 대신 주문해 준 거라는 거다! 폭풍감동이었다. 오빠는 정가에 넘기겠다고 했지만 나는 수고비로 약간 얹어서 보내줬다. 그리고 이 핫딜을 알려준 오빠한테도 감사 인사를 전했다. 내가 몇 주 전에 가볍게 물어본 스위치 2를 지금껏 기억하고, 거기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다니 정말 감동받지 않을 수 없다. 작은 마음의 표시로 이번 주에 모닝커피라도 한 잔 사주기로 했다.
이 일련의 이야기를 전했더니, 징징이도 크게 기뻐했다. “와 그러면 우리 뚱이한테 컨트롤러에 동물의 숲까지 함께 주게 된 거야? 너무 잘됐다!!”
나와 징징이는 같은 돈으로 더 좋은 구성의 상품을 뚱이에게 주게 되었고, 뚱이는 (이미 배송 온 것은 반품할 예정이라는 내 말에 어리둥절했겠지만) 받게 된 선물이 업그레이드되었고, 오빠들은 나와 징징이에게 감사를 받고 뿌듯함을 느끼게 되었다. 아, 이렇게 (삼성카드 빼고) 모두가 Win-win 하는 훈훈한 전개라니! 따봉카드야 고마워!
나를 생각해 주는 친구들의 마음도 고마웠지만, 또 한 가지 느낀 것은 널리 말을 했을 때 예상치 못한 기회가 온다는 거였다. 나는 양은냄비 같은 사람이라 관심 가는 게 생기면 동네방네 요란하게 떠들고 다니는 편이다. 너무 호들갑 떠는 게 민망할 때도 많아서 자중하려고 하는데, 이번의 스위치 2 구매를 통해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관심 있는 것을 주변에 말하고 다니는 게 내게 더 좋은 기회를 줄 수도 있다는 걸 또 느꼈다. 물론, 내 주변 사람들이 하나같이 좋은 사람인 덕분, 그리고 내가 평소에 주변 사람들한테 잘한 덕분이기도 하겠지만. 우하하! 친구들아 앞으로도 내가 잘할게!
+) 글을 쓰는 중에 먼저 출근한 동기언니로부터, 오늘 아침에 내가 좋아하는 고구마떡이 나온다는 연락이 와서 5분 만에 샤워하고 호다닥 출근했다 (9시 전에 출근해야 아침을 받을 수 있음). 고구마떡 처음 먹고 맛있다고 n번 얘기한 보람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기억하고 알려주는 스윗한 친구들 덕분에, 아침부터 넘 행복하게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