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이 하고 싶은 이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by쪼이



이번 주말에는 나의 각별한 남사친들의 결혼식이 있었다. 그들과 몇 년 동안 친하게 지내왔지만, 그들의 연인이 어떤 사람인지는 자세히 알지 못했다. 남자인 친구들은 여자인 친구들에 비해 자신의 연인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지 않는 듯하다. 정말 가끔씩 관계에서의 고민이나 싸운 이야기를 들은 적은 있었는데,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내 친구들이 아깝다고 생각한 나는 헤어지라고 조언하기도 했었다. 물론 그들은 아랑곳 않고 잘 만나다가 결혼이라는 결실을 맺었다.

이번에 결혼식장에 가서 그분들을 실제로 보고 나는 언젠가 내가 내뱉었던 말이 부끄러워졌다. 그분들이 실제로 웃는 얼굴을 보고, 신랑 신부가 서로를 소개하는 영상, 서로 마주 보고 웃는 모습을 보면서, 참 잘 어울리는 한쌍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분들은 역시 내 친구들처럼 멋지고 아름다운 분들이었다. 생각해 보면 사람은 끼리끼리 만나는 거고, 관계를 오랫동안 지켜오는 것은 한쪽의 바카라임으로만 되는 게 아닌데 말이다. 내 친구들과 오래도록 사랑을 지켜온 분들은, 분명 그 이상으로 훌륭한 사람일 터였다.

결혼식이 허례허식이라 생각해서 안 하고자 하는 사람들도 종종 보지만, 나는 결혼식이 하고 싶은 쪽이다. 하지만 식장이나 웨딩드레스에 대한 로망은 하나도 없다. 한다면 최대한 돈 안 들이고 하고 싶다 (물론 다들 이렇게 말하면서 시작하다가 실제로 이런저런 것들을 보면서 눈 돌아간다고도 하더라…). 그런 것보다, 나는 단지 내가 평생에 걸쳐서 쌓아온 나를 아껴주는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순간을 가져보고 싶다.

혹자는 이런 말을 들으면 결혼식이 아니라 생일파티를 크게 해도 되지 않냐고 하던데… 생일파티에 초대한다고 하면 굳이 주말에, 혹은 타지에서 시간 내서 와주진 않지 않을까? 내가 초대를 할 수 있는 범위도 훨씬 좁아질 거다(상무님께 청첩장은 드릴 수 있어도 생일파티 초대장은 드릴 수 없다…). 아무래도 생일은 매년 돌아오는 거고, 결혼식은 살면서 단 한 번(물론 결혼도 한 번이 아닐 수도 있지만 이왕이면…) 있는 자리니까 다들 더 열심히 참석해주려 할 거다(평생 한 번이라면 혹은 장례식… 하지만 내가 함께할 수 없지). 아무튼, 내 결혼식 로망은 굉장히 자기중심적이라고 할 수 있다. (어쩌면 신랑이 없어도 성립하는 것 같기도 하고… 정말 나는 자의식 과잉 인간인 것 같다. 정 안되면 비혼식이라도 해야 하나...)

그런 의미에서, 내게 이번의 결혼식들이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영상편지를 통해, 혹은 축사를 통해, 상대가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알려주려는 세심함이 돋보였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게 결혼식의 취지에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껏 나를 사랑으로 키워준 사람들한테, 내가 어떤 사람과 함께 살아가기로 결심했는지를 소개하는 자리. 그래서 앞으로도 잘 살아갈 수 있을 거라는 걸 보여주서 축복받는 자리.

이번에 결혼한 한 친구는 내 인생 가장 소중한 친구 중 한 명이다. 그 친구 부부는 결혼반지 안쪽에 ‘100+ times’라는 문구를 적어 넣었다. 서로를 위해서 힘든 일을 '백 번이라도 더' 감수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내 친구가 지방으로 대학원을 가면서 시작된 지난 6년 간의 장거리 연애가 힘들지 않았냐는 말에, 신부분께서는 씨익 웃으시며 "백 번이라도 더" 할 수 있다고 영상편지에서 말씀하셨다. 그 정도의 사랑을 해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지만, 나는 그럴 수 없을 것 같았다. 참 단단하고 멋진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친구가 이런 분과 미래를 그리기로 했다는 게 다행스러웠다. 이번의 결혼식에 참석하면서야 알게 된 것이다.

(그리고 내 친구새키는 나한테는 쌉T 소시오패스인데, 신부분 앞에서는 한없이 말랑한 연하 에겐남 그 자체였다...! 그 갭이 킹받으면서도, 그래서 더욱 흐뭇하기도 했다. 신부분이 내 친구의 든든한 버팀목인 것 같고, 내 친구가 사랑하는 사람한테 진정 의지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내 친구의 행복을 진심으로 바라주는 마음을 깨닫고, 내가 내 친구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또 깨달았다.)

식이 끝나고, 나는 친구한테 카톡을 남겼다. 멋진 분을 만난 것 같다고. 서로 의지하면서 잘 살 것 같아서 기쁘다고. 그리고 나도 친구로서, 앞으로 너희 부부에게 도움이 필요한 일이 생긴다면 항상 이 자리에서 돕고 싶다고. 내 친구를 아끼듯, 친구의 배우자도 아끼고 싶은 마음을 담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신부 분이 내게 인스타 친구를 걸어오셨다. 나는 다음에는 같이 보자고 인사를 건넸다. 그래 맞아, 결혼식은 반대로 내 배우자에게 내 소중한 인연들을 소개해주는 자리가 될 수도 있겠구나.

결혼에 대한 생각이 크게 없다가도, 결혼식을 다녀오면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이번에도 그랬다. 다정한 모습, 서로를 위해주는 관계도 부럽지만,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한 번에 보면서 서로 소개해 줄 수 있는 시간이 내내 행복할 것 같았다. 아, 정말 생일파티라도 한 번 열어야 하나? 쓰다 보니까 나는 어쩌면 결혼’식’ 자체에는 큰 의미가 없는 사람일 수도 있겠다. 그 자리에 함께하는 사람들이 중요한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