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나는솔로>를 나가보고 싶다…라고 막연히 생각하고 있다. 이 마음이 얼마나 진심인지 스스로를 계속 관찰하는 중이다.
상당히 진심일 것 같은 이유는 전남자친구와 연애 중에 이 사람이랑 결혼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문득 ‘아, 나 그럼 이번 생에 <나는솔로>는 못 나가겠네?’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돌싱 특집에 나가는 경우도 있겠지만 되도록 미래는 최대한 낙관적으로 그리고 싶다…). 그리고는 심지어 헤어지고 나서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 아, 그럼 이제 진짜 <나는솔로> 나갈 수 있겠다, 하면서.
미쳤나? 나는 진정 도파민에 돌아버린 걸까? 그런 나 스스로가 어이없어서 내 마음의 진의를 분석해 봤다. 나는 왜 마음 한 구석에 <나는솔로>의 꿈을 가지고 있을까? 내가 그 정도로 관종인가?
<나는솔로>를 나가보고 싶은 마음에는 진정한 짝을 만날 수 있을 거란 기대는 별로 없다. 애초에 나는 예능이나 드라마를 챙겨보지 않는 편이라, <나는솔로> 애청자라 말하면서도 지금껏 내가 본 기수는 총 10 기수 정도 된다. 그중에서 괜찮다고 생각한 사람은 손에 꼽는다. 정말 내 취향이다 싶었던 사람은 17기 상철, 19기 상철 정도? (웃상에 유쾌한 분들! 소나무 취향… 그리고 둘 다 최커, 현커에 결혼까지 직행했다. 보편적 취향인가 보다)
내가 <나는솔로>를 나가보고 싶은 가장 큰 이유는 저런 환경에서 내가 어떻게 행동할지 나 자신도 궁금하기 때문이다. 나솔 PD가 <나는솔로>를 대하는 태도를 ‘슬롯실험’이라고들 표현한다. 나 또한 개성 강한 사람들을 모아놓고 이런저런 요소를 추가해서 지켜보는 게 실험 같아서 불쾌하고 재수 없다고 생각할 때가 많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라면 저 상황에서 어떻게 할지가 궁금해진다. 현실에서는 마음에 드는 사람한테 플러팅을 잘 못하는 나, 이세계에서는 어떨까 뭐 이런 심리인 셈이다.
<나는솔로>에서는 거의 매 기수 인성에 문제 있는 빌런이 등장하고, 최근 기수에서는 왕따 논란까지 터져서 난리가 났다. 만약에 나라면, 저런 상황에서 피해자의 편에 설 수 있었을까? 지금 생각하기에는 당연히 그러고 싶고 카메라도 있는데 어떻게 저럴 수 있지 싶은데, 막상 내가 그 속에 들어가서 몰입하게 되면 현실에서 이성적으로 생각한 대로 행동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게 너무 궁금한 게 <나는솔로>에 대한 내 호기심의 대부분이다.
두 번째로, 방송을 타면 나라는 사람을 수많은 사람들이 분석해 줄 것 같다. LLM이 대중화되면서 가장 좋은 점은 나를 함께 관찰해 주는 존재가 생긴 거다. 이 상황에서 내가 이렇게 느끼고 행동한 것의 이유를 함께 분석하고 생각해 보는 그 과정이 아주 재밌고 흥미롭다. 대화나 글을 공유하는 행위에서도 비슷한 만족을 얻는다. “너는 이런 면이 있어"라고 각자의 방식으로 나를 이해하고 해석해 주는 게 재밌다. 그런데 <나는솔로>를 나간다면? 그 관찰자가 훨씬 많아지는 거다. 그것이 나에게 즐거움보다 스트레스로 다가오겠지만, 그 또한 아직 미지의 영역이다.
세 번째로, 그냥 여러 사람이 모여서 함께 며칠 동안 합숙해 보는 그 시간이 너무 재밌을 거 같다. 사실 항상 연애 프로그램을 볼 때마다 가장 부러운 게 그 부분이었다. 나의 삶에서 비슷한 경험이라 하면, 입사 초 연수원 시절일 거다. 함께 생활하며 각종 교육과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밤늦게까지 게임하는 그 3주가 끝나는 수료식 날, 막내였던 나는 언니 오빠들과 헤어지는 게 아쉬워서 펑펑 울었다. 8년이 지난 지금은 많이 소원해졌지만 그래도 그 당시의 소속감과 유대감이 이따금씩 그리울 때가 있다. 요즘도 가끔 그때의 추억팔이를 하면, 이렇게 추억을 쌓고 추억팔이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난 게 참 감사하다는 생각을 한다. <나는솔로>는 필연적으로 연적이 생길 수밖에 없으니까 그러지 못하려나? (혹시 내가 <나는솔로> 가서도 밤에 술 안 먹고 “마피아 하실 분?”하진 않겠지…? 그 또한 진심으로 궁금하다.)
마지막으로, 나는 삶의 다양한 부분을 경험해보고 싶다. 결혼이나 육아에 대해서 뚜렷한 가치관이 없는 내가 ‘그래도 이왕이면 해보고 싶다’ 쪽에 가까운 것은 그런 경험이 분명 내 삶을 확장시켜 줄 것이기 때문이다. 지인의 비유를 빌리자면, 게임의 확장팩인 셈이다. 이미 독신 모드로는 꽤 살았으니, 이후의 삶은 ‘유부 모드’, ‘부모 모드’ 등을 살아보면 어떨까 하는 마음이다. 그런 관점에서, 대중에게 얼굴이 팔린 사람이 되어서 ‘유명인 모드’를 살아보는 것도 좋은 경험일 것 같다. 시도해보지 않는다면 알 수 없는 세상을 접하게 될 테니까. 내가 경험을 중요시하는 것은 한편으로는 언젠가는 작가가 될 거라는 막연한 확신이 있기 때문인데, 그래서 보편적인 삶 - 온라인 게임인, 연애, 결혼 - 을 살고자 하면서도 최대한 경험의 폭을 넓히는 것 또한 필요할 것 같다. 세상을 경험하고 이해하고 통찰하는 것이 내 삶의 핵심 원리인 이유다.
그렇지만 사실 이 모든 것은 공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마 <나는솔로> 신청서를 내지 못할 것이다. 두렵기 때문이다. 새로운 세상이 궁금하고 도전을 하고 싶다고 말했으면서도, 여전히 이 회사를 오래 다니고 있는 것처럼. 다행스럽게도 내게는 위험을 회피하고자 하는 마음 또한 상당히 큰 덕분이다. 지금의 나는 비가역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모든 변화를 오랫동안 망설이는 편이다. 만약 언젠가 계기가 생긴다면 나는 <나는솔로> 같은 곳을 나갈 수 있을까? 내가 그럴 수 있는 사람일까? 그 또한 다만 궁금할 뿐.
나간다면 아마 내 이름은 ‘순자’가 아닐까? ㅎㅎ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