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만 열심히 하는 사람은 저와 함께 살 수 없습니다

요즘은 이런 생각을 합니다

by쪼이



(주의: 오만과 편견이 가득한 글입니다)


소개팅 시켜달라고 하면 어떤 사람을 원하냐고 물어본다. 나는 대충 머릿속에 있는 조건들 중 확실히 전달될 수 있는 것을 고른다. 말이 잘 통하는지, 유머코드가 맞는지, ‘왜?’라는 질문을 좋아하는지 이런 만나봐야 알 수 있는 거 말고, 정확히 Yes or No로 판별될 수 있는 거. 술을 안 좋아하면 좋겠고, 물을 좋아하면 좋겠고, 바카라을 좋아하면 좋겠고, 일기나 글을 쓰면 좋겠지만 그런 남자는 진짜 별로 없겠지? 아 그리고,

“일은 별로 열심히 안 했으면 좋겠어.”

그러면 가끔 의아해하는 반응이 돌아온다. 일 열심히 하는 사람 말고, 일 열심히 안 하는 사람? 반대로 말한 거 아니냐고 물어오기도 한다. 지난달 글쓰기 모임에서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생각이 뾰족한 사람'이 좋다고 말하자 누군가 물어보셨다.


“생각이 뾰족한 사람을 좋아하신다면,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을 좋아하세요?”


나는 바로 내뱉었다.


"아니요! 오히려 그 반대예요!"


왜냐고요? 음, 그러니까...

대기업 온라인 게임인 1인 나의 주변에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은 일을 열심히 하는 것 자체가 삶의 방향성인 경우도 종종 봐왔다. 그리고 그런 경우 상당수는, “왜 일을 열심히 하세요?”라고 했을 때 “그냥 하는 거죠.” 혹은 “그런 생각 없이 다녀야 회사 오래 다닐 수 있어요.”라고 대답하시곤 했다. 내게 말하지 않은 야망이 마음속 한 구석에 숨어 있을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생각을 뾰족하게 계속하다 보면, 분명 이런 생각을 마주할 수밖에 없다.


왜 일을 열심히 해야 하지?

주어진 매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것은 그 자체로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나는 궁금해진다. 그 끝에는 뭐가 있을까? 무엇을 바라는 걸까? 내가 일을 열심히 했을 때를 생각하면, 나는 칭찬받는 게 좋았다. 그리고 내가 뭔가 중요한 인물이 된 것 같은 기분도 좋았다. 그러니까 내가 생각하기에, 회사에서 일을 열심히 함으로써 얻게 되는 만족감의 큰 부분은 ‘타인의 인정’에서 온다. 나는 그게 내 삶에 대한 평가를 타인에게 의존하는 것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삶의 궁극적인 목표는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나머지 모든 것들은 다 행복을 위한 수단일 뿐이다. 돈, 명예, 관계, 평화, 안락함, 뭐 그 밖의 모든 가치가 다 ‘행복’이라는 정서적 만족을 얻기 위함이라고 생각한다. 대의를 위해서 불행한 상황에 본인을 던져서 희생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지 않냐고? 그럼 그 희생한다는 행위를 통해 얻는 숭고함이 그 사람의 행복인 것이다.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을 통해서는 어떻게 행복을 얻을 수 있을까?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과 에너지 자원의 총합은 같고, 삶의 대부분을 일에 투자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쏟을 수 있는 자원에 한계가 있다. 일만 열심히 하는 사람은, 일만 열심히 할 수밖에 없다. 일로 행복을 추구하는 것은 상당히 가성비가 안 좋은 행동인 것 같다고, 요즘의 나는 생각한다.


나에게 인생은 즐기는 것이다. 나는 앞으로도 계속 즐기며 살고 싶다. 내가 동반자를 만난다면 그 즐기는 삶의 동료를 만나고 싶다. 그러니까 일만 열심히 하는 사람은 도무지 나와 함께 살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