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우리의 미래를 기대하게 해
임신 34주 6일. 눈부신 가을날이었던 이번 연휴에 마음만큼은 전국을 돌며 여행을 하고 싶었지만 내 몸이 허락한 바운더리는 동네 산바카라이었다. 사실 내 마음은 종로가서 산바카라하고 싶었는데, 무리하지 않았으면 하는 남편의 걱정 바운더리가 동네 산바카라 정도였다. 이제 둘이서 보내는 얼마 남지 않은 주말이라 서운하기도 했는데, 그래도 날이 너무 좋으니 동네 산바카라도 좋을 것 같았다.
토요일은 집 근처 여의천을 따라 걷다가 수변공원을 향해 걸었다. 동네 중학교에 무심코 들어갔다가 우리 동네에 도서관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늘 양재까지 도서관을 다녔는데, 우리 동네에도 바로 도서관이 있다니. 햇살이가 태어나면 여기로 같이 오면 되겠다! 여기서 육아바카라 빌려보면 되겠다! 하면서 기뻐했다. 도서관에서 걸어나오니 한적한 수변공원이 이어졌고, 늘 궁금했던 ‘맛남의 광장’이라는 미스터리한 식당에서 감자전과 묵사발 막걸리를 한 잔 마셨다. (물론 햇살이 아빠만) 우리 동네를 가장 크게 빙 둘러 걸어오는 길 내내 시골같은 풍경이 이어졌고, 잔잔한 물길 따라 산바카라하는 사람들, 붉게 물드는 하늘, 바삭하게 마른 낙엽들. 새로산 카메라를 이리 저리 만져보며 사진을 찍고 놀았다.
오늘은 코스모스를 보고 싶었다. 아무래도 가을이니까. 코스모스랑 촌스러운 사진 하나쯤은 찍어줘야지. 새벽 5시에 깨서 잠이 안들어, 10시 넘어서까지 늦잠을 자곤 느즈막히 일어나 커피를 내리고 빵을 구워 천천히 수다를 떨며 아침을 먹었다. 창 밖의 풍경을 보면서 ‘은퇴하고 싶다’ ‘60대에 세계여행 가고싶다’ 같은 이야기들을 하면서 정말 여유로운 아침 시간을 보냈다. 조금 쉬다가 엄마 집에서 음식을 잔뜩 챙겨온 뒤, 매헌시민의숲으로 갔다. 정원박람회를 10월 동안 한다기에 계속 궁금하고 가고싶었는데, 늘 주차 대란이어서 엄두가 안났다. 역시 남편이랑 가니까 순발력있게 다른 곳에 주차를 할 수 있었다. 예전에 야외 요가를 했던 문화예술공원을 지나야 매헌시민의숲을 갈 수 있었다. 문화예술공원은 아기들이 놀기에 잘 되어있는 공원이다. 숲놀이터에 모래도 잔뜩 있고, 귀여운 통나무 미끄럼틀도 있다. 뛰어노는 아기들을 보고있으니 햇살이가 태어나서 아장아장 뛰어노는 모습이 상상이 되었다. 배를 쓰다듬으며 ‘햇살아 너도 태어나면 여기서 뛰어놀아~’ 하고 통통 쳐줬다. 매헌시민의 숲에서 피크닉을 하는 가족들, 산바카라하는 가족들, 뛰어노는 아가들을 보면서 자꾸 우리의 미래가 상상되었다. 그리고 기대되었다.
이번 주말은 멀리가지 않았지만 그래서 오히려 우리 동네에서 햇살이를 데리고 갈 수 있는 좋은 장소들을 많이 발굴해낸 것 같다. 이제 정말 딱 30일이 남았다. 햇살이가 태어나면 체력적으로는 당연히 힘들겠지만, 우리 삶에 초대한 아이니까 동네의 공원을 다 데리고 다니면서 재밌게 놀아줘야지. 내가 상상한 그 그림이 이뤄질 날이 정말 얼마 안남았다.
우리 통나무 미끄럼틀도 타고, 모래 놀이도 하고, 공원을 마구마구 산바카라하자.
햇살이 내리쬐는 공원은 더 아름답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