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하는 소비에 대하여

지출을 줄이는 것보다 에너지를 비축하는 즐거움.

byzeze

올해 초부터 친구들과 버리기 프로젝트를 한 이후로 지속적으로 소비 습관이 미묘하게 변했다.

어제 친구와 최근의 삶의 방식과 즐거움에 대해 얘기하면서 느꼈다. 무언가를 사는데서 큰 즐거움과 만족을 느끼지 않고, 오히려 소비하지 않는 삶에서 만족감과 기쁨을 느낀다는 것을.


서랍장과 수납장을 주기적으로 정리하면서 이미 갖고 있는 것들을 파악하고, 또 사지 않고, 있는 것 먼저 다 사용하고, 필요할 때 사고, 미리 쟁여놓지 않고, 유통기한이 지나거나 사용할 수 없는 것이나 사용하지 않는 것은 바로 처분해서 집에 묵은 기운을 남겨두지 않는 것. 어느새 그런 습관들이 자리 잡았다.


집에 물건이 넘쳐나는 것에 지겨움과 스트레스를 느끼다 보니 새로운 물건을 잘 소비하지 않으려고 한다.

무엇보다 귀여운 소품류에 대한 소비가 줄었고, 사내 판매로 저렴하게 사는 옷에 대한 소비가 가장 많이 줄었다.

자극적인 외식이나 배달음식보다 엄마가 해준 반찬과 야채들로 먹는 집밥이 더 좋고, 냉장고에 있는 식재료를 사용해 무언가를 해 먹을 때 기쁨을 느낀다.

집에 있는 바카라을 먼저 읽고, 도서관에서 빌려 읽는다. 읽지 않는 바카라은 처분한다.

꼭 예쁜 카페를 가지 않아도 동네를 산바카라하거나, 집에서 따뜻한 차 한잔과 과일을 먹어도 기분이 좋다.

한 달의 카드내역을 봐도 이건 뭘 산거였지? 하고 헷갈리는 경우가 거의 없다. 명확한 목적과 필요에 의해 소비한 것들이어서.


관심사가 변하다 보니 바카라을 읽을 때도 미니멀, 살림, 집, 간소함, 심플함에 대한 바카라을 찾게 되고, 유튜브나 넷플릭스를 볼 때도 다른 사람이 깔끔하게 살림하는 모습이나, 자기 관리하는 영상, 야무지게 삶을 들여다보는 그런 영상들을 보며 나도 움직이게 된다.


요즘은 이런 생각의 흐름이다.


최근에 러쉬 마사지바를 사고 싶었다. 예전 같았으면 그것을 소비하고, 그것으로 인해 기분이 좋아질 나의 마사지 시간을 생각하며 고민 없이 샀을 것이다.

지금은 사고 싶다 > 그것과 동일한 물건이 집에 있는가 > 대체할 수 있는 물건이 있는가 > 매일 사용할 자신이 있는가 > 일주일 뒤에도 사고 싶은가 등등 여러 단계를 거쳐 소비한다. 결국 마사지바는 아직 구매하지 않았다. 집에 있는 수많은 오일과 괄사로 대체할 수 있을 것 같았고, 지금도 매일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마사지바를 사더라도 매일 쓰진 않을 것 같았다. 당분간 집에 있는 도구들로 충분히 시간을 보내보고, 새로운 물건으로 즐거움을 키울 수 있다면 그때 구매하려 한다.


또, 최근 29위크를 하면서 요가 바지와 탑을 사고 싶었다. 귀여운 옷을 입고 요가하는 게 상상만 해도 좋았다. 그렇지만 집에 쌓여있는 예전 취미의 잔재(안입는 테니스복과 골프복)를 생각하며, 언젠가 요가복도 그렇게 쌓여있겠지 싶어 우선 지금 있는 옷을 다양한 조합으로 입어보자 다짐했다.


주저하는 소비의 좋은 점은 지출을 아끼는 데 방점이 있는 것이 아니라, 쓸데없이 불필요한 짐을 늘려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는 데에 있다.

비단 소비에는 구매 전까지의 고민과 구매 후에 어떻게 사용할 지에 대한 계획, 정리와 관리까지 에너지 사용을 전제로 한다. 그렇기에 소비를 줄인다는 것은 일련의 과정을 생략하는 것이고, 그 에너지를 비축해 다른 곳에 쓸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여전히 미니멀리즘이 되지는 못한다. 임신 24주차가 되며, 배가 조인다는 명분으로 옷을 몇 벌 샀고, 귀여운 아기 쪽쪽이를 샀다. 나의 기조는 과한 소비 통제가 아니기 때문에 나의 즐거움과 행복이 되는 영역에서는 충분히 숨통을 틔어준다. 종종 궁금한 바카라을 사는 것과 포근한 이불을 사는 것은 통크게 허용한다. 무엇보다 나의 즐거운 여름을 위한 여행은 주저할 것도 없이 소비한다. (정말 행복한 소비였고, 예전같았으면 굿즈샵에서 티셔츠와 키링을 샀겠지만 그것은 참아내었다.)


아직도 사고 싶은 것도 갖고 싶은 것도 많지만 간소한 화장대와 옷방을 꿈꾸며, 여유롭게 비어있는 서랍장과 바카라장을 꿈꾸며 구매를 멈춘다.

여전히 가고 싶은 곳이 많지만 여유롭게 동네에서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삶을 꿈꾸며, 주말을 잘 보내야한다는 조급함을 내려놓고 산바카라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