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의 생활신조, 즐겁게 편안하게 쾌적하게

태교의 늪에 빠지지 않기

byzeze

불과 일주일 전, 메모장에 임산부의 생활신조라는 다짐을 남겼다.

정말 별 것 아니면서도 또 정말 별 것인 세가지 다짐이었다.

그렇게 잘 지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제 밤 잡히지 않는 자궁수축으로 응급실행에 수액을 맞고 새벽 4시가 넘어 돌아왔다.

지난주는 유난히 피곤하고 힘들었다. 중기에 접어들면서 컨디션이 좋아져 일주일에 4번씩 운동을 하고, 건강한 음식 많이 먹고, 잘 지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잠을 적게 자는 편도 아닌데 하루종일 졸리고, 피곤하고, 무력하고, 멍한 느낌이었다. 무엇보다 너무너무 졸리고, 피곤했다. 그런 몸을 이끌고 요가를 가도, 필라테스를 가도 빨리 집에 가서 쉬고 싶다는 생각 때문에 집중도 잘 안됐다. 막상 운동을 하고 나면 조금 개운해진 느낌이 들면서도 집에 오자마자 쓰러져 잠들었다. 안색이 한창 맑고 밝았었는데, 요즘은 다시 푸석하고 다크서클이 짙어지고 있다. 알게모르게 스트레스와 피로가 쌓였었는지 몸이 계속 좋지 않았는데 토요일 저녁 스트레스 하나가 터져 배가 아프기 시작했다.


저녁 산바카라을 할 때부터 배가 묵직하니 오늘은 많이 걸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밤 12시가 넘어가려는 찰나 3분에서 5분 사이로 배가 12번 넘게 반복적으로 뭉치기 시작했다. 경부길이가 짧아지는 것이, 자궁수축이 얼마나 위험한지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모든 상태를 기록하다가 6번이 넘어가면서부터 불안함이 커졌다. 분만실에 전화하니 오라고 하셨고, 새벽 1시 응급실로 달려갔다.


병원에 도착하니 소아응급실 앞에는 아픈 아가들이 많이 있었다. 분만실에 도착해 병원복으로 갈아입고 바로 심장소리부터 들었다. 다행히 잘 뛰고 있었다.

수축검사 결과 너무 주기적으로 수축이 잡혀 수액을 맞아보고도 안되면 입원을 하자고 하셨다. 초음파를 보는 와중에 활발하게 움직이며 발로 뻥뻥 차는 널 보며 미안한 마음이 너무 컸다. 내가 뭐 때문에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아서, 푹 쉬지 못해서 너를 고생시키고 위험한 상황을 만들었을까 하는 자바카라.

수액을 한시간정도 맞고 다시 수축검사를 하니 조금 나아져서 일단은 귀가해도 좋다고 하셨다. 새벽 4시 30분 추운 병실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와 다음날 점심 넘어서까지 잤다. 입원하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었다. 이번 임신은 아무런 이슈 없이 모든 단계를 무탈하고, 건강하게 지나간다고 안심하고 좋아했는데 이렇게 또 입원길을 걷는 줄 알았다.

푹 자고 일어나 남편이 차려준 밥을 먹고, 다시 하루 종일 누워있었다. 조금만 단단해져도 예민해지는 마음에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저녁 7시가 넘어 동네 한바퀴를 잠시 걷고 돌아왔다. 다시 한 번 다짐했다. 임산부의 생활신조를 지키자.

즐겁게, 편안하게, 쾌적하게. 이 세가지만 마음 속에 들이고, 불편한 상황은 들이 받지 말고 피하자. 스트레스로 자궁수축을 겪고나니 정말 스트레스가 얼마나 위험한지 느꼈다.

힘들면 눕고, 피곤하면 자고, 불편하면 피하자. 마음 속에는 즐겁고, 편안한 감정만, 편안한 상황만 만들자.


유튜브를 하염없이 내리다가 ‘태아 프로그래밍’이라는 영상이 떴다. 임신기의 태교가 아이의 건강과 기질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한 다큐였다.


https://youtu.be/eQ7FnUP9A_I?si=9mVDUbqEr5lvDbAw​


댓글을 주욱 읽다 보니 임신기에 편안했던 사람들은 아이도 순둥하며, 임신기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사람들은 아이가 예민하고, 불안한 기질을 가졌다고 했다. 아이의 삶은 단 하나도 내가 예측할 수 없지만, 적어도 나의 스트레스로 아이가 조금이라도 안 좋은 영향을 받는 것은 피하고 싶다. 태교를 정말 신경 써서 해야할까 하는 고민이 들어 gpt와 상담을 시작했다.

태교는 물론 중요하지만, 특별한 것을 많이 하는 것보다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을 줄이고, 좋은 생활 습관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답해주었다.

태교는 ‘불안을 억지로 없애는 것’이 아니라 엄마와 아기가 매일 잠깐이라도 편안하게 연결되는 시간을 만드는 것이라고. 매일 10~20분이라도 따뜻하게 말을 걸고, 몸을 무리하지 않게 돌보고, 충분히 쉬는 것이 가장 의미있는 태교라고. 그런 꾸준한 안정감이 아기에게도 좋은 환경이 되어줄 것이라고.


매일 태교동화를 읽어주고, 클래식을 듣지는 않겠지만.

내가 좋아하는 밴드 음악을 듣고, 바카라을 읽고, 초록숲을 걷는 시간을 늘리고, 아기의 태동에 반응하며 말을 걸어주고, 몸을 무리하지 않고 돌봐주는 것.

이미 나는 꾸준히 몸을 움직이려 요가와 필라테스를 하고 있고, 아침마다 야채 스무디를 갈아먹고, 주변 사람들의 사랑과 관심과 배려에 감사하며 지내고 있다.


태교라는 것에 부담을 갖지는 않되, 좋은 것만 보고, 좋은 것만 먹고, 좋은 환경만 누리는 나머지 5개월을 보내야지.

다시는 스트레스로 자궁수축을 겪지 않겠다 다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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