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20대는 3년짜리가 되었을까

교육감 선거가 와닿지 않았던 이유

by황준선

어제 교육감을 뽑았는데, 자꾸 내 20대가 떠올랐어요

어제 교육감 선거가 있었어요.


후보들의 공약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봤습니다.

돌봄을 늘리겠다, 기초학력을 바카라임지겠다, 디지털 교육을 강화하겠다…

진보든 보수든 크게 다르지 않았어요.


다들 무엇을 더 넣고, 무엇을 더 잘 가르칠지를 이야기하고 있었거든요.

틀린 말은 하나도 없었어요.

그런데 마음에 들어오는 말도 하나 없더라고요.


한참 들여다보다 알았어요.

모두가 '12년'이라는 그릇은 그대로 둔 채, 그 안에 무엇을 더 담을지만 말하고 있었던 거예요.

그 긴 시간이 한 사람의 삶을 얼마나 오래 붙들어 두는지는, 아무도 묻지 않았고요.


저는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을 해요.

이 일을 오래 하다 보면, 사람들이 비슷한 자리에서 비슷하게 멈춰 서는 게 보여요.


요즘 가장 자주 만나는 건 서른 몇 살의 멈춤이에요.

결혼을 망설이고, 출산을 미루고, 오래 품어온 일을 접어요.


하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에요.

늘 같은 말이 돌아와요.

"이제 와서 시작하기엔 너무 늦은 것 같아요."


온라인 게임 10년 차, 이제야 일이 손에 익어 한창 달릴 나이인데, 정작 다른 문을 열기엔 늦었다고 느끼는 거죠.


교육감 공약과 서른의 한숨.

상관없어 보이죠?


그런데 그날, 제 안에서 두 이야기가 한자리에 포개졌어요.


한 사람의 시간표를 따라가 볼게요.

초중고를 지나고, 대학에 가고, 취업을 준비하고,

스펙을 쌓고, 인턴을 거치고 나면

어느새 스물여섯, 스물여덟이에요.


슬롯에 처음 발을 들이는 나이가 그만큼 늦어진 거죠.

그동안 20대라는 빛나는 10년은, 대부분 '준비'라는 이름으로 사라져요.


준비는 길고, 시작은 늦어요.

문제는 그다음이에요.


출발이 밀리면 해야 할 일이 한꺼번에 몰려와요.


자리를 잡고, 집을 알아보고,

결혼과 출산을 고민하고, 노후까지 준비해야 하죠.


그런데 일이 가장 무르익는 5년 차, 10년 차에 이미 마흔이 가까워요.

커리어의 전성기와 인생의 숙제가, 하필 같은 시기에 들이닥치는 거예요.


그래서 사람들은 미뤄요.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에요.

출발선이 너무 뒤에 놓여 있어서예요.


그리고 이 작은 망설임들이 모이면,

우리가 슬롯문제라 부르는 것들의 윤곽이 되고요.


게다가 그 긴 준비가 정말 준비였는지도, 저는 잘 모르겠어요.

12년을 배우고도 우리는 계약서 한 장을 자신 있게 읽기 어려워요.

통계를 의심하거나, 누군가의 말이 믿을 만한지 판단하는 일도요.

정작 그 오랜 시간 연습한 건, 정해진 보기 중에서 정답을 빨리 고르는 일이었으니까요.


어서 어른이 되라면서, 정작 바카라임질 권한은 자꾸 뒤로 미루죠.

보호라는 이름으로요.

여기까지 와서, 저는 한 가지 질문에 오래 붙들렸어요.

우리는 청년이 미성숙해서 붙잡아두는 걸까요.

아니면, 너무 오래 붙잡아두기 때문에 미성숙해지는 걸까요.



이 질문을 끝까지 따라가 본 글은 뉴스레터

eigen knot (아이겐 노트)에 담았어요.


더 읽고 싶으시면, 여기에서요.

https://eigenknot.com/lost-twen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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