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왜 돈을 벌고도 시끄러울까
며칠 전에 지인이 이런 걸 묻더라고요.
"회사가 돈을 그렇게 많이 벌었다는데, 왜 안에서 싸움이 나?"
삼성전자 성과급 논란 얘기였습니다.
역대급으로 벌었다는 뉴스 옆에,
그 돈을 어떻게 나눌지로 시끄럽다는 뉴스가 같이 떠 있었거든요.
보통은 이걸 직원 욕심, 아니면 회사 인색함으로 봅니다.
그런데 저는 좀 다른 게 보였어요.
이 논란, 사실 돈 싸움이 아니거든요.
어느 가족이 산 로또가 당첨돼 식탁 위에 20억이 놓였습니다.
이 가족은 십중팔구 싸워요.
로또를 누가 샀고, 번호는 누가 골랐고, 나눌 권리는 누구한테 있느냐고요.
이번엔 다른 장면이에요.
가족 중 한 명이 사업을 키워 똑같이 20억을 벌어 왔습니다.
이 집은 싸우지 않아요.
같은 20억인데 차이가 뭘까요.
사업으로 번 돈은 누가 만들었는지 모두가 알아요.
로또는 아무도 모르고요.
번호는 우연이 골랐으니까요.
여기서 무서운 사실 하나가 따라옵니다.
싸움이 났다는 것 자체가 진단이에요.
그 돈을 누군가의 노력이 아니라
굴러들어온 행운으로 보고 있다는 신호인 거죠.
삼성 직원들이 이 돈을 두고 싸운다는 건,
알게 모르게 이 돈을 '로또'로 느끼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번에 삼성이 돈을 번 데는 이유가 있어요.
AI 투자가 폭발했고, 서버용 D램 수요가 뛰었고, 반도체 시장이 살아났습니다.
밖에서 큰 파도가 밀려왔고, 삼성은 그 위에 올라타 있었죠.
삼성이 파도를 만들지 않았다는 건 모두가 인정해요.
그럼 진짜 질문은 이거죠.
그 파도를 누가 돈으로 바꿨을까.
회사 전체일까요, 직원 전체일까요.
특정 사업부일까요, 아니면 핵심 인재 몇 명일까요.
회사가 이 질문에 답을 못 합니다.
그러니 로또 당첨된 가족처럼 안에서 시끄러워져요.
분배 싸움은 '누가 만들었는지 모른다'는 사실의 증상일 뿐입니다.
저는 처음에 회사가 기여자를 '못' 알아본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아니더라고요.
한국 회사는 누가 결정적이었는지 못 알아보는 게 아니에요.
보지 않기로 합의한 거예요.
같은 해 입사한 동기는 비슷한 속도로 올라가야 마음이 편하죠.
동기 한 명만 갑자기 세 배를 받아 가면 나머지가 불편해져요.
회사가 무능해서가 아니라, 일종의 합의예요.
평소엔 이 합의가 꽤 잘 굴러갑니다.
그런데 평소를 아득히 뛰어넘는 큰돈이 들어오는 순간,
합의는 무너집니다.
회사가 100을 벌면,
그 100을 동기 100명이 나눠 갖습니다.
다른 방식도 있어요.
내가 만든 특허로 회사가 100을 벌면,
그중 일정 비율을 가져가는 방식.
순위가 아니라 기여도로요.
이건 남과 비교되지 않아요.
앞엣것은 같은 줄 안에서 작은 차이를 매기고,
뒤엣것은 줄 자체를 깹니다.
한국 회사가 앞엣것에 머무는 이유는 분명해요.
한 명이 동기보다 열 배를 받으면 다들 불편하니까요.
우리는 어떤 가족일까
삼성 성과급 논란의 결론은 "직원에게 더 줘라"도,
"직원이 욕심부린다"도 아니에요.
큰돈이 회사를 흔든 게 아니거든요.
큰돈이, 그 회사가 원래 어떤 회사였는지를 비춰버린 거예요.
이 논란은 분배의 문제가 아니라,
스스로 파도를 만들지 못하는 회사의 부작용입니다.
그러니 진짜 해야 할 일은 분배 공식을 손보는 것도,
기여자를 더 정밀하게 찾는 것도 아니에요.
파도를 만드는 회사가 되는 거죠.
식탁 위에 놓인 큰돈은 매번 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는 파도를 기다리는 가족일까요,
아니면 파도를 만드는 가족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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