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있다는 느낌과 진짜 아는 것과 다르다
요즘 제가 제일 자주 속고 있는 상대가 다른 사람이 아니라 저 자신이더라고요.
"아 그거 알아." 이 말을 하루에도 몇 번씩 하는데,
진짜로 안 경우보다 안다고 느끼기만 한 경우가 훨씬 많았거든요.
기사 제목 한 줄 보고 고개를 끄덕이고,
누가 바카라 이야기를 꺼내면 "그 바카라 알아"로 대화를 끊고,
유튜브 10분짜리 요약본 보고 한 시간짜리 강연을 다 들은 셈 치고.
그러다 문득 제 자신한테 질문 하나가 돌아온 거예요.
그래서, 너 진짜 뭘 알아?
심리학에 이런 실험이 있어요.
사람들한테 변기, 자전거, 지퍼 같은 평범한 물건을 보여주고
작동 원리를 얼마나 잘 아는지 점수를 매기게 합니다.
다들 자신 있게 답해요.
변기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그런데 실험자가 "그럼 단계별로 설명해 보세요"라고 부탁합니다.
여기서 거의 다 멈춥니다.
물이 어디서 나오는지, 내려간 물이 어떻게 다시 차오르는지.
풀어서 설명하라니까 아는 게 거의 없더라는 거예요.
실험 뒤에 다시 매긴 자신감 점수는 절반으로 떨어졌대요.
매일 쓰는 물건이 이 정도인데,
삶이니 관계니 감정이니 하는 건 말해 뭐하겠어요.
생각해 보면 우리가 "이해했다"라고 느끼는 장면은 대부분 이런 식이에요.
밑줄을 긋는다.
"완전 공감" 댓글을 단다.
스크랩한다.
그 순간 뭔가 한 기분이 듭니다.
근데 다음 날 그 문장이 기억이 나냐고 하면,
잘 안 납니다.
그 글 때문에 내 행동이 바뀌었냐고 하면,
안 바뀌었고요.
바뀐 게 없으면,
사실 그건 이해가 아니었던 거죠.
내 안에서 뭔가 부딪히고 불편해지지 않았다면요.
이번에 뉴스레터 <eigen knot>에 쓴 글은 이런 '착각' 다섯 개를 정리한 거예요.
이해했다는 착각
경험했다는 착각
숫자로 잴 수 있다는 착각
불안은 없애야 하는 거라는 착각
누군가의 성공을 복제할 수 있다는 착각
쓰면서 저도 여러 번 찔렸습니다.
술술 읽히는 편한 글은 아니에요.
근데 편하지 않은 쪽이 좀 더 진짜에 가까운 것 같아서, 그냥 그렇게 썼습니다.
전문은 아래 링크에 있어요.
https://eigenknot.com/five-misconceptions-mj-002/
구독 안 해도 계속합니다.
구독하면 더 열심히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