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여 제 손을 잡아주소서

by미셸오

바람이 지나간 자리는 늘 적막하다. 내 안을 휘젓던 거룩한 돌풍이 멎었을 때 가장 먼저 찾아온 것은 지독할 정도로 세속적인 일상의 냄새였다.


우리는 종종 신의 부재를 탓하며 하늘을 올려다 보지만 정작 변한 것은 다채로운 세상에 흠뻑 절여져 영적 감각을 잃어버린 내 마음의 온도다.

등뒤로 길게 늘여진 그림자는 빛이 내게서 멀어지고 있다는 우울한 증거다. 영적 해질녘 나는 아무것도 쥐지 못한 빈손을 내려다 본다.


현대슬롯에서 빈손이란 철저한 실패를 의미하지만 영원의 관점에서는 기막힌 역설이 된다. 텅 비어 있어야만 누군가의 온기를 온전히 쥘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나의 연약함과 텅 빈 두 손은 결함이 아니라 신의 개입을 끌어내는 가장 완벽한 공백이다.

하얗게 재만 남을 줄 알았던 심장에 살아 있는 말씀이 닿자 식어버린 불씨가 기침하듯 요동친다. 우주는 거대하고 소란스럽지만 창조주의 귀는 나의 가장 작은 신음이라는 주파수에 맞춰져 있다.


십자가라는 그 오래되고 무거운 은혜가 앙상한 내 영혼을 덮는 순간 내 호흡과 맥박에 생기가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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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단편소설 <골목>으로 신인상 수상 후 문단에 데뷔했습니다. 현재는, 고등부 국어와 대입 논술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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